사료로 본 한국사시대별삼국 이전사회여러 나라의 사회 모습

부여의 법률

[부여(夫餘)의] 형벌은 매우 엄하여 사람을 죽인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그 집안사람은 적몰(籍沒)하여 노비(奴婢)로 삼는다. 도둑질을 하면 [도둑질한 물건의] 12배를 변상케 했다. 남녀 간에 음란한 짓을 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였다. 투기하는 것을 더욱 미워하여 죽이고 나서 그 시체를 나라의 남산(南山) 위에 버려서 썩게 한다. 친정집에서 [그 부인의 시체를] 가져가려면 소와 말을 바쳐야 내어 준다.

『삼국지』권30, 「위서」30 오환선비동이전

用刑嚴急, 殺人者死, 沒其家人爲奴婢. 竊盜一責十二. 男女淫, 婦人妒, 皆殺之. 尤憎妒, 已殺, 尸之國南山上, 至腐爛. 女家欲得, 輸牛馬乃與之.

『三國志』卷30, 「魏書」30 烏丸鮮卑東夷傳

이 사료는 『삼국지(三國志)』동이전(東夷傳)의 일부로, 부여의 형벌과 법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사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 부여는 법률이 매우 엄하였는데, 이처럼 엄격한 법률은 고대인(古代人)의 사고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대의 사람들은 사회적인 관습을 선(善)으로 생각하였고, 이에 위배되는 것을 악(惡)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므로 범죄는 신(神)의 뜻을 어기는 행위로 여겼다. 부여에서도 범법자는 영고(迎鼓)와 같은 제천 의례(祭天儀禮)에서 재판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러한 재판은 신의 뜻에 따른 재판, 즉 신판(神判)의 의미를 지녔고, 이에 매우 엄격한 처벌을 받았다고 풀이된다.

이 사료에 따르면, 부여에는 적어도 살인죄⋅절도죄⋅간음죄⋅투기(妬忌)와 같은 네 가지 죄목이 존재하였다. 각각의 죄목은 부여의 사회상을 반영하므로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살인죄로,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부여에서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함께 노동력을 중시한 사실을 말해 준다. 부여 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기본적인 생업은 농업이었다. 그러므로 부여에서는 농업 노동력의 손실을 막는 일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이러한 법률을 제정하였다고 생각된다. 다음은 물건을 훔치는 절도죄로, 이는 부여에 사유 재산(私有財産)이 존재하였고, 이를 사회적으로 보호하고자 하였던 사실을 말해 준다.

살인죄와 절도죄는 고조선의 8조 법금을 비롯해 원시 시대의 여러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기본법에 속한다. 다만 고조선과 부여의 법률은 원시 사회의 법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 아니었다. 예컨대 살인죄를 저지른 경우 범죄자를 사형에 처할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까지 적몰(籍沒), 즉 노비(奴婢)로 삼았다고 했는데, 노비의 존재는 청동기 시대 이후의 사회 분화를 반영한다. 청동기 시대 이후 농업 생산력이 성장함에 따라 잉여 생산물이 발생하였고, 이를 독점하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사유 재산을 보장하는 법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생산물의 독점 여부에 따라 사회 계층도 분화되어 지배층과 노비 등의 신분도 발생하였다. 그 결과 사유 재산을 보장하기 위해 이를 탐하는 사람을 절도죄로 다스려 노비로 삼았던 것이다. 따라서 사유 재산의 존재 역시 이러한 사회 분화의 결과로 이해된다.

한편 간음죄와 투기죄도 나온다. 즉 “남녀 간에 음란한 짓을 하거나 부인이 투기하면 모두 죽였다”라고 하는데, 여기서 ‘모두’의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남녀를 모두 죽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간음죄와 투기죄를 범하는 사람을 모두 죽였다는 것인지에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석의 차이는 부여의 가족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자의 경우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를, 후자의 경우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를 뒷받침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료에서 부여에서는 투기죄를 더욱 엄격히 처벌하였다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부여는 남성 가부장(家父長)이 중심이 되는 사회였고, 따라서 일부일처제보다 일부다처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즉 간음죄의 처벌 대상은 여성에 한정되었고, 여성에게는 투기죄 또한 적용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볼 때 부여의 간음죄와 투기죄는 결국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기 위한 법률이었다고 이해된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저서
『한국고대사연구』, 김철준, 서울대학교 출판부, 1990.
『한국전통문화론』, 이기백, 일조각, 2002.
『한국정치사회사연구』, 이기백, 일조각, 1996.
『한국고대사연구』, 이병도, 박영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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