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시대별삼국 시대경제삼국의 수취제도와 역역

백제의 수취 제도

부세(賦稅)는 베(布)⋅견사(絹絲)⋅삼베[麻] 및 쌀 등으로 그 해의 풍흉을 헤아려 차등 있게 바치게 하였다.

『주서』권49, 「이역열전」41, 백제전

賦稅以布⋅絹絲⋅麻及米等, 量歲豊儉, 差等輸之.

『周書』卷49, 「異域列傳」41, 百濟傳

이 사료는 백제의 수취 제도를 기록한 것으로, 당시 백성의 사회 경제적 형편을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료가 매우 단편적이고 간접적인 사항만 전하고 있어, 수취 제도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세는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물적 기반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에 삼국은 국가 체제를 갖추어 가면서 국가의 구성원인 백성을 보호하고 그 대가로 조세를 거두었다. 이러한 조세는 토지 산출물에 대한 것(租)과 노동력 자체를 직접 징수하는 역역(力役)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만 이 사료에는 조세보다 재난을 당한 지역민에 대한 면세(免稅) 관련 내용이 주로 기록되어 있어 조세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백제의 조세 기록은 『삼국사기』 초기에 단편적으로 전하고 있다. 23년(온조왕 41년) 위례성(慰禮城)을 짓기 위해 한수(漢水) 동북쪽 여러 부(部)의 사람 중 15세 이상인 자를 징발하였다. 또 248년(고이왕 15년)에 기근이 들자 진휼책의 일환으로 1년간 조조(租調)를 면제하였다. 이 자료들을 통해 백제가 조(租), 조(調), 역역을 징수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사료들이 대부분 기년이 불확실한 『삼국사기』 초기 기록이어서, 백제가 건국 초기부터 체계적인 수취 제도를 시행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백제의 수취 제도를 파악하는 데 단편적이나마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중국의 사서이다. 특히 『주서(周書)』 「백제전」의 기록을 보면 적어도 사비(泗沘) 시기에는 그 해의 풍흉(豊凶)을 살펴 세역 부과에 차등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주요 수취 품목은 포(布)와 견사(絹絲)를 비롯한 직물류 및 쌀 등 곡물류였음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서』에 기록된 백제의 수취 제도에 대한 내용은 매우 간단해서 수취 방법이나 기준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구당서(舊唐書)』 「백제전」에 백제의 조세가 고구려와 같은 점이 많다고 전하고 있어 고구려의 수취 제도를 통해 백제 수취 제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주서』⋅『수서(隋書)』 「고려전」에 의하면 고구려는 조(調)의 경우 정(丁) 1인당 곡(穀) 5석(石)이나 포 5필(匹)을 거두었으며, 조(租)는 호(戶)를 기준으로 농민이 경작하는 토지 면적에 따라 차등을 두어 거두었다. 이때 수취 비율은 인두세(人頭稅)적 성격을 가지는 조(調)가 호세(戶稅)적 성격을 가지는 조(租)에 비해 훨씬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구려의 수취 제도를 참조할 수 있을 뿐 백제와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구려는 백제에 비해 과세 대상물 종류가 많지 않았으며 양국의 농업 생산력도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양국의 수취 제도 또한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수취가 가능해진 것은 백제 내부의 중앙집권이 강화됨에 따라 정권의 물질적 기반을 공고히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왕(聖王, 재위 523~554) 대에는 이러한 조세 수취를 관장하는 기구도 설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완비된 것으로 보이는 22부사 중 내관(內官)의 곡부(穀部)와 내략부(內掠部), 외략부(外掠部) 및 외관(外官)의 점구부(點口部)와 주부(綢部) 등이 그것이다. 이 부서들은 주로 왕실이나 국가의 곡물 출납과 저장, 그 기초가 되는 호구 파악 등의 업무를 맡은 곳으로 일종의 재정 기구라고 추정된다. 이는 신라의 조부(調府)나 창부(倉部)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삼국시대 세제의 성격」,『국사관논총』35,김기흥,국사편찬위원회,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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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삼국 및 통일신라의 세제 연구』, 김기흥, 역사비평사, 1991.
『한국고대사회경제사』, 전덕재, 태학사, 2006.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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