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왕) 4년(251) 4월에 왕은 관나 부인(貫那夫人)을 가죽 주머니에 넣어 서해에 던졌다. 관나 부인은 얼굴이 곱고 머리카락의 길이가 아홉 자나 되었다. 왕이 총애하여 장차 소후(小后)로 삼으려 하였는데, 왕후 연씨(椽氏)는 그녀가 왕의 총애를 독차지할까 걱정하였다. 이에 왕에게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서위(西魏)에서 긴 머리카락을 구하여 천금(千金)을 주고 사려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우리 선왕(先王)께서 중국에 예(禮)를 다하지 않다가 군대의 공격을 받고 달아나 사직(社稷)을 거의 잃을 뻔하였습니다. 지금 왕께서 그들이 바라는 대로 심부름꾼을 보내 장발 미인을 바치면, 그들이 반드시 흔쾌히 받고 다시 침략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왕은 그 뜻을 알고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관나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왕후가 자기에게 해를 가할 것을 염려하여 거꾸로 왕에게 왕후를 참소하였다. “왕후가 항상 저를 이렇게 꾸짖으며 ‘농사짓는 집[田舍]의 딸이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느냐? 만약 스스로 돌아가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생각하건대 왕후는 대왕께서 나간 틈을 엿보아 저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는 것이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후 왕이 기구(箕丘)로 사냥 나갔다 돌아오는데, 관나 부인이 가죽 주머니를 들고 맞이하여 울면서 말하였다. “왕후가 저를 이 속에 담아 바다에 던지려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저의 작은 목숨을 살려 주시어 집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어찌 감히 다시 곁에서 모실 것을 바라겠습니까?” 왕은 주위에 물어 보고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노하여 관나 부인에게 “네가 꼭 바닷속으로 들어가야겠느냐?”라고 말하고, 사람을 시켜 (바다로) 던져 버렸다.
『삼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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