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시대별삼국 시대문화삼국의 불교 수용

백제의 불교 공인

[침류왕 1년(384)] 9월 호승(胡僧) 마라난타(摩羅難陁)가 진(晉)나라에서 오자, 왕이 궁중으로 맞아들여 우대하고 공경하였다. 불교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2년(385) 봄 2월 한산(漢山)에 절을 창건하고 승려 10명에게 도첩을 주었다.

삼국사기』권24, 「백제본기」2 침류왕

九月, 胡僧摩羅難陁自晉至, 王迎之致宫内禮敬焉. 佛法始於此.

二年春二月, 創佛寺於漢山, 度僧十人.

『三國史記』卷24, 「百濟本紀」2 枕流王

이 사료는 4세기 후반 침류왕(枕流王, 재위 384~385) 대 백제의 불교 수용을 전하고 있다. 삼국이 집권적 고대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에는 율령 반포, 관등제 정비, 불교 수용 등 일련의 체제 정비 과정이 수반되었다. 이 가운데 불교의 공인은 집권적 고대 국가의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전통 신앙인 무교(巫敎)가 맡아 왔던 사상적 역할을 정교하면서도 탄력적인 사유 체계를 가진 불교가 대신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를 통해 삼국은 부족을 초월한 국가 정신을 확립할 수 있었으며, 집권적 고대 국가 체제에 적합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사서에 따르면 한반도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것은 4세기 후반의 일이었다. 고구려의 경우 372년(소수림왕 2년)에 전진(前秦)의 왕 부견(符堅)이 사신과 승려 순도(順道)를 보내 불상과 경전을 전하였고, 그 2년 뒤인 374년에 승려 아도(阿道)가 들어와 이듬해 초문사(肖門寺)와 이불란사(伊弗蘭寺)를 지어 순도와 아도를 머물게 하였다. 백제는 384년(침류왕 1년) 동진(東晉)의 호승(胡僧) 마라난타(摩羅難陀)에 의해 불교가 전해진 것이 최초의 불교 전래 사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통해 불교가 전래되기 전에도 이미 불교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마라난타가 백제에 온 이듬해에 절을 짓고 승려를 배출한 사실은 이미 불교가 백제에 알려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사료는 백제의 불교 전래 사실을 전하기는 하지만 이를 백제에서 불교가 공인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마라난타가 백제에 들어온 뒤 사찰을 짓고 10명이 승려가 되는 것을 허락한 것은 불교의 수용을 의미할 뿐 공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가 공인되기 위해서는 일종의 법제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마라난타에 의한 불교 전래 과정에는 이러한 법제적 조치가 보이지 않으므로 불교 수용이 곧 공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백제의 불교 공인 시기는 마라난타가 백제에 오고 이듬해 사찰을 창건하고 승려를 배출한 시기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왕의 하교에 의해 불법을 숭상한 시기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라 주목할 만한 것은 『삼국유사』권3 「흥법(興法)」3 난타벽제(難陀闢濟)조에 보이는 아신왕(阿莘王, 재위 392~405)의 하교이다. 난타벽제조에서는 392년에 아신왕이 불법을 숭신하여 복을 구할 것을 하교하였다. 여기서 보이는 교(敎)는 임금의 명령이며, 이는 일종의 법제적 조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백제의 불교 전래와 수용, 그리고 공인 시기에 대해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는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불교의 전래와 수용, 공인 과정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비교적 자세한 상황이 전해지는 신라의 불교 공인 과정을 보면, 고구려나 백제 역시 불교 공인이 전래와 동시에 이루어지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삼국의 불교 초전자와 초기불교의 성격」,『한국고대사연구』44,신종원,한국고대사학회,2006.
「백제 불교수용년대의 검토」,『진단학보』71⋅72합,이기백,진단학회,1991.
「신라의 불교 전래⋅수용 및 공인」,『신라문화제학술발표논문집』12,최광식,동국대학교 신라문화연구소,1991.
「삼국시대의 불교수용과 사회발전의 제문제」,『마한⋅백제문화』8,홍윤식,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1985.
편저
『신앙과 사상으로 본 불교 전통의 흐름』, 국사편찬위원회 편, 두산동아, 2007.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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