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법사(眞定法師)는 신라 사람이다. 승려가 되기 전에는 군졸이었는데, 집이 가난해서 장가를 들지 못하였다. 부역을 하면서도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 홀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집안에 재산이라고는 단지 다리 부러진 솥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중략)…… 일찍이 군대에 있을 때 남들이 의상법사(義湘法師)가 태백산(太伯山)에서 불법(佛法)을 설하고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사모하는 마음이 생겨 어머니에게 “효도를 다한 후에는 의상법사에게 가서 머리를 깎고 불도를 배우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불법이란 만나기 어렵고 인생은 너무도 빠르니 효도를 다 마친 후라고 말한다면 또한 늦지 않겠느냐? 어찌 [네가] 가서 내가 죽기 전에 도를 깨달았다는 소식을 들려주는 것만 같겠느냐? 부디 주저하지 말고 빨리 가는 것이 좋겠다.”라고 하였다. 진정이 말하기를, “어머님의 만년에 오직 제가 곁에 있을 뿐인데, 어찌 차마 [어머님을] 버리고 출가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답답하구나! 나 때문에 출가를 못한다면 나를 바로 지옥에 떨어뜨리는 것이니, 비록 살아서 풍성한 음식으로 봉양한들 어찌 효도가 되겠는가! 내가 남의 집 문간에서 옷과 먹을 것을 비럭질하더라도 또한 타고난 수명대로 살 것이니, 꼭 나에게 효도를 하려거든 그런 말을 하지 마라”라고 하니, 진정이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였다. ……(중략)…… 진정이 그 뜻을 어기기가 어려워 길을 떠나 밤낮으로 3일 만에 태백산(太白山)에 이르렀다. 의상에게 의탁하여 머리를 깎고 제자가 되어 이름을 진정(眞定)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산 지 3년 만에 어머니의 부고가 이르렀다. 진정은 가부좌를 하고 선정[禪定]에 들어가 7일 만에 일어났다. [이를] 설명하는 자가 말하기를, “추모와 슬픔이 지극하여 아마도 견딜 수 없었으므로 입정하여 정화수로써 슬픔을 씻은 것이다.”라 하고, 어떤 이는 말하기를 “선정에 들어 어머니가 환생한 곳을 관찰하려고 하였다.”라 하고, 또 어떤 이는 말하기를 “이와 같이 해서 어머니의 명복을 빈 것이다.”라고 하였다. 선정에서 나온 후 이 사실을 의상에게 고하였다. 의상이 문도들을 거느리고 소백산(小伯山)의 추동(錐洞)에 가서 풀을 엮어 막사를 짓고 무리 3000명을 모아 약 90일 동안 『화엄대전(華嚴大典)』을 강하였다. [의상의] 문인 지통(智通)이 강의하는 대로 그 요지를 뽑아 두 권의 책을 만들고, 이름을 『추동기(錐洞記)』라고 하여 세상에 유통하였다. 강의를 마치자 그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서 말하기를 “나는 이미 하늘에 환생하였다”라고 하였다.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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