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시대별통일 신라와 발해문화선종과 풍수지리설의 유행

백좌강회

그때 세존께서 파사닉왕(波斯匿王) 등 모든 큰 나라 왕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나라를 보호하는 법을 설할 것이다. 일체 국토가 만약 어지러워지려고 할 때는 여러 재난이 있으며 도적이 와서 파괴하니, 그대들 모든 임금은 마땅히 이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를 마음에 받들어 새기고 암송해야 할 것이다. 도량을 장엄하게 꾸미어 100개의 불상, 100개의 보살상, 100개의 사자좌를 모시고 100명의 법사를 청하여 이 경을 해설하라. 모든 자리 앞에는 갖가지 등을 켜고 갖가지 향을 사르고 여러 가지 꽃을 흩뿌리며, 의복⋅와구(臥具)⋅탕약⋅방사(房舍)⋅자리[床座] 등 일체 공양하는 일로 널리 공양하며 매일 두 번 이 경을 읽어라.

만약 왕이나 대신, 비구⋅비구니⋅우바새(優波塞)우바이(優婆夷)가 듣고 기억하여 읽고 법답게 수행하면 재난이 곧 멸할 것이다.

대왕이여, 모든 국토 가운데 헤아릴 수 없는 귀신이 있고 하나하나의 귀신에 다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권속이 있어서 만약 이 경을 들으면 그대의 국토를 보호할 것이다.

만약 나라가 어지러워지려 하면 귀신이 먼저 어지러워지니, 귀신이 어지러운 까닭에 곧 만인이 어지러워지며 마땅히 도적이 일어나서 백성들이 삶을 잃게 된다. 국왕⋅태자⋅왕자⋅백관이 서로 시비하며 천지가 변괴하고 해와 달, 뭇 별이 때를 잃고 법도를 잃으며 큰불⋅큰물⋅큰바람 등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모든 어려움이 일어날 때 마땅히 이 ‘반야바라밀다’를 받들고 강설하면, 일체 구하는 벼슬과 재산의 넉넉함과 남녀와 지혜와 가고 옴이 뜻대로 되며, 사람과 하늘의 과보를 다 만족하게 얻으며 질병과 액난이 곧 없어져 치유되며, 큰 칼을 쓰고 발에 쇠고랑을 채우며 몸을 묶어도 다 벗어나게 될 것이며, 네 가지 중한 계와 다섯 가지 역죄(逆罪)를 짓고 또 모든 계를 깨뜨린 한량없는 죄라도 다 소멸하게 될 것이다.

불공 한역, 『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하, 호국품 5

爾時, 世尊告波斯匿王等諸大國王.

諦聽, 諦聽. 我爲汝等, 說護國法. 一切國土若欲亂時, 有諸災難, 賊來破壞, 汝等諸王應當受持, 讀誦此般若波羅蜜多. 嚴飾道場, 置百佛像百菩薩像百師子座, 請百法師, 解說此經. 於諸座前, 燃種種燈燒種種香, 散諸雜花, 廣大供養衣服⋅臥具⋅飮食⋅湯藥⋅房舍⋅牀座一切供事, 每日二時講讀此經.

若王大臣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 聽受讀誦, 如法修行, 災難卽滅.

大王諸國土中, 有無量鬼神. 一一復有無量眷屬, 若聞是經, 護汝國土.

若國欲亂, 鬼神先亂, 鬼神亂故, 卽萬人亂, 當有賊起百姓喪亡. 國王⋅大子⋅王子⋅百官互相是非, 天地變怪日月衆星, 失時失度, 大火大水及大風等. 是諸難起, 皆應受持, 講說此般若波羅蜜多, 若於是經, 受持讀誦, 一切所求官位富饒, 男女慧解行來隨意, 人天果報, 皆得滿足, 疾疫厄難, 卽得除愈, 杻械枷鎖撿繫其身, 皆得解脫, 破四重戒, 作五逆罪, 及毀諸戒無量過咎, 悉得消滅.

不空 漢譯, 『仁王護國般若波羅蜜多經』下, 護國品 5

이 사료는 대표적인 호국 경전인 『인왕반야바라밀경(仁王般若波羅蜜經)』에 수록되어 있는 「호국품(護國品)」 내용이다. 『인왕반야바라밀경』은 『인왕호국반야바라밀경』⋅『인왕반야바라밀호국경』⋅『인왕반야경』⋅『인왕경』이라고도 일컬어진다. 「호국품」은 여래(如來)가 국왕을 향하여 국토를 보호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이를 지킬 것을 당부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 방법은 100개의 불상과 100개의 보살상, 그리고 100개의 나한상을 모시고, 100명의 법사를 청하여 100개의 등과 100개의 향을 불사르고 100개의 꽃을 공양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인왕반야바라밀경』을 강독하고 공덕을 베푸는 것 등의 수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왕반야바라밀경』은 호국에 관련한 내용이 많아 천태종(天台宗)에서는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금광명경(金剛明經)』과 함께 호국삼부경(護國三部經)을 이루면서, 신라와 고려에서 성행한 인왕백고좌회(仁王百高坐會)의 근거가 되었다. 『인왕반야바라밀경』은 상하 2권으로, 각 권 별로 4품씩 모두 8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1품은 파사익왕(波斯匿王) 등 16명의 국왕이 부처와 문답하는 내용이다. 2~7품은 반야(般若)를 지켜야 하는 이유와 반야에 의해 국토를 지키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8품은 불멸(佛滅) 후 정법이 쇠퇴할 것을 예언하고 16명의 국왕에게 반야의 법문을 수호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인왕반야바라밀경』은 구마라집(鳩摩羅什, 344~413)과 불공(不空, 705~774)이 한문으로 번역한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두 경전 모두 유포되었다. 하지만 처음 인왕백고좌회가 열렸던 진흥왕(眞興王) 12년(551)에는 구마라집의 번역본인 『불설인왕반야바라밀경(佛說仁王般若波羅蜜經)』을 토대로 하였고, 당나라 불공이 번역한 『인왕호국반야바라밀다경(仁王護國般若波羅蜜多經)』은 765년에야 도입되었다.

인왕백고좌회는 불교 의식인 법회의 이름으로 인왕도량⋅인왕경도량⋅인왕백좌도량⋅백고자법회⋅백좌도량⋅백좌인왕도량⋅백좌법석⋅백좌강회⋅백고좌강회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대표적인 호국 불교 도량 의식으로, 세상이 어지럽거나 나라가 위태로울 때 100명의 고승을 모셔다가 『인왕반야바라밀경』을 강독하는 국가적 규모의 대법회였다. 따라서 부정기적으로 개최되었으며, 왕이나 귀족들을 위한 강설 법회의 형식을 띠고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승려 혜량(惠亮, ?~?)이 551년에 신라로 망명하면서 진흥왕(眞興王, 재위 534~576)이 그에게 승통(僧統)의 지위를 주고 백고좌법회와 팔관회(八關會)를 열도록 한 것이 최초였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신라의 백고좌법회」,『신라문화』36,김복순,동국대학교 신라문화연구소,2010.
「인왕반야경과 호국불교-그 본질과 역사적 전개-」,『동양학』5,이기영,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1975.
「신라 중고기의 호국불교」,『한국사학보』3⋅4,장지훈,고려사학회,1998.
「신라 불교설화 연구-신라 호국불교사상의 설화적 전개-」,『동양학』3,황패강,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1973.
저서
『불교의 호국사상』, 김동화, 불교신문사 출판국, 1976.
『한국 고대 미륵신앙 연구』, 장지훈, 집문당,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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