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신라의 정치가 쇠하여 도적들이 다투어 일어나고 백성들은 난리 통에 그들의 폭골(曝骨)이 들판에 널렸다. 전 임금
前主, 궁예
이 온갖 혼란을 평정하고 국가 기초를 닦았으나 말년에 와서는 무고한 백성들에게 피해를 끼쳤고 국가가 멸망하였다. 내가 그 위기를 이어 새 나라를 창건하였는데 백성들에게 고된 노동을 시켜 힘들게 하는 것이 어찌 내가 원하던 일이겠는가? 다만 모든 일을 시작하는 때라 일이 부득이 하여 그런 것이다.(중략)
'궁예' 관련자료
관리로서 나라의 녹봉을 먹는 너희들은 마땅히 백성들을 자식과 같이 사랑하는 나의 뜻을 충분히 헤아려 자기의 녹읍(祿邑)
백성들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만일 무지한 부하들을 녹읍
에 파견한다면 오직 수탈만 일삼아 착취를 함부로 할 것이니 너희들이 어찌 다 알겠는가. 또 혹시나 하더라도 역시 막지 못할 것이다. 지금 백성들이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는 자가 있어도 관리들이 개인적인 친분에 끌려 이들의 잘못을 숨기고 있으니 백성들의 원망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이 까닭이다.
'녹읍(祿邑)' 관련자료
'녹읍' 관련자료
내가 일찍이 이 일에 관하여 훈계한 것은 그 사실을 아는 자는 더욱더 노력하고 모르는 자는 자기의 잘못을 고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특별히 염권(染卷)을 발행하였는데 그래도 남의 과오를 숨겨 주는 것을 현명한 것으로 생각하여 위에 보고를 하지 않으니 선악에 대한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절개를 지키고 허물을 고치는 사람이 있겠는가. 너희들은 나의 훈계를 준수하고 나의 상벌에 복종하라. 죄가 있는 자는 귀천을 따지지 말고 자손까지 처벌할 것이요, 공이 많고 죄가 적은 자는 헤아려 상벌을 시행하라. 만일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1년간 혹은 2~3년이나 5~6년간에 걸쳐 그 녹봉을 추징할 것이고, 심한 경우에는 종신토록 관리에 등용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국가를 받드는 뜻이 정성스럽고,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이 없다면 살아서 영화와 녹봉을 누릴 것이요, 죽어서는 명문대가로 불리고 심지어 자손들까지 우대하여 표창과 상을 줄 것이다.
이것은 다만 지금만이 아니라 만대를 내려가면서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만일 남의 고소를 받은 자가 관가에서 불러도 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재차 소환장을 보내 우선 곤장 열 대를 쳐서 명령을 위반한 죄를 다스린 다음 그가 저지른 죄상을 논할 것이며, 만일 관리들이 고의로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을 때는 지연된 날짜를 계산하여 그에 해당한 처벌을 할 것이다. 또한 자기 세력을 믿고 법령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가 있거든 그 이름을 적어 올려라!
『고려사』권2, 「세가」2 태조 17년 5월 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