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톨밤 도톨밤, 밤이 밤 아니거늘
누가 도톨밤이라 이름 지었는가
맛은 씀바귀보다 쓰며, 색은 숯보다 검으나
허기를 달래는 데는 반드시 황정(黃精)
‘죽대’의 뿌리로 강장제로 쓰임
못지 않나니 촌집 늙은이 마른 밥 싸 가지고
새벽에 수탉 소리 들으며 도톨밤 주우러 가네
저 만 길 벼랑에 올라
칡덩굴 헤치며 매일 원숭이와 경쟁한다.
온종일 주워도 광주리에 차지 않는데
두 다리는 묶어 놓은 듯 주린 창자 쪼르륵
날 차고 해 저물어 빈 골짜기에 자네
솔가지 지펴서 시내 나물 삶는다.
밤이 깊어지자 온몸이 서리에 덮이고 이슬에 젖어
남자 여자 앓는 소리 너무나 구슬퍼라.
잠시 촌집에 들러 늙은 농부에게 물으니
늙은 농부 자세히 나보고 얘기한다.
요사이 세력 있는 사람들 백성의 토지를 빼앗아
산천을 경계 삼아 공문서를 만들었소
혹은 한 토지에 주인이 많아서
도조를 받은 뒤 또 받아 가기 쉴 새 없소
혹은 홍수와 가뭄을 당하여 흉작일 때는
해묵은 타작마당에는 풀만 엉성하다
살을 긁고 뼈를 쳐도 아무것도 없으니
관청에 낼 조세는 어쩔 것인가
도망친 장정은 몇 천이나 되고
노약자만 남아서 거꾸로 달린 종처럼 빈집을 지키누나.
차마 몸을 시궁창에 박고 죽을 수 없어
마을을 비우고 산에 올라 도토리며 밤이며 줍는다고
그 말이 처량하고 간략하면서도 자세해
듣고 나니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아라
그대 보았잖나, 고관 집 하루 먹는 것이 만 전어치
맛있는 음식이 별처럼 벌려져 있고 다섯 솥이 널려 있지
하인도 술 취하여 수레 위 비단 요에 토하고
말은 배불러 금칠된 담장 안에서 소리치네
그들이 어찌 알기나 하랴 그 좋은 음식들이
모두 다 촌 늙은이 눈에서 흐르는 피인 줄을.
『동문선』권7 「칠언고시」 상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