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는 동명왕(東明王)의 신통하고 이상한 일을 많이 말하니, 비록 시골의 어리석은 남녀들도 자못 그 일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내가 일찍이 그 얘기를 듣고 웃으며 말하기를, “선사(先師) 중니(仲尼)
공자
께서는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동명왕의 일은 실로 황당하고 기괴하여 우리들이 얘기할 것이 못 된다”라고 하였다. 후일 『위서(魏書)』와 『통전(通典)』을 읽어 보니 또한 동명왕의 일을 싣고 있었지만 간략하여 자세하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 나라의 일은 자세히 하고 외국의 일은 소략하게 기록하려 한 뜻이 아니겠는가. 지난 계축년(1193, 명종
23년) 4월에 『구삼국사(舊三國史)』를 얻어 동명왕본기(東明王本紀)를 보니 그 신이한 사적이 세상에 전하는 것보다 더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믿지 못해 귀신이나 환상으로만 여겼는데, 세 번 반복하여 읽어서 점점 그 근원에 들어가니, 환상이 아니고 성스러움이며 귀(鬼)가 아니고 신(神)이었다. 하물며 국사(國史)는 사실 그대로 쓴 글이니 어찌 함부로 전하였겠는가. 김부식
공은 국사를 다시 편찬할 때에 자못 그 일을 생략하였으니, 공은 국사란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므로 크게 이상한 일은 후세에 보일 것이 아니라고 여겨 생략한 것이 아니겠는가?
'명종' 관련자료
'김부식' 관련자료
당나라 현종본기(玄宗本紀)와 양귀비전(楊貴妃傳)을 살펴보면, 방사(方士)가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없는데, 오직 시인 백낙천(白樂天)은 그 일이 인멸될 것을 우려하여 노래를 지어 기록하였다. 그 내용이 실로 황당하고 음란하고 기괴하고 거짓된 일인 데도 오히려 읊어서 후세에 보인 것이다. 하물며 동명왕의 일은 변화의 신이(神異)한 것으로 여러 사람의 눈을 현혹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나라를 세운 신기한 사적이니 이것을 기술하지 않으면 후인들이 장차 어떻게 볼 것인가? 따라서 시를 지어 기록하여 우리나라가 본래 성인(聖人)의 나라라는 것을 천하에 알리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