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그릇
고려의 차는 맛이 쓰고 떫어 마실 수 없어 오직 중국의 납차와 용봉사단(龍鳳賜團)
환으로 만든 용봉차
을 귀하게 여긴다. 하사 받은 것 뿐만 아니라 상인들도 이를 가져다 팔기 때문에 근래에는 고려인도 차 마시기를 좋아하여 더욱 차 끓이는 용구를 만들게 되었다. 금화오잔(金花烏盞)
금색 꽃무늬가 있는 검은 찻잔
⋅비색소구(翡色小甌)
청자로 만든 작은 찻그릇
⋅은로탕정(銀爐湯鼎)
은으로 만든 화로와 찻물을 끓이는 다리가 세 개 달린 솥
은 모두 중국의 모양과 규격을 흉내 낸 것이다. ○ 도기 술병
도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翡色)이라고 하는데, 근래에 들어 제작 기술이 정교해져 빛깔이 더욱 좋아졌다. 술병의 모양은 참외와 같은데, 위에는 연꽃 위에 오리가 엎드린 모양의 작은 뚜껑이 있다. 또 주발⋅접시⋅술잔⋅사발⋅꽃병⋅탕기⋅옥잔도 잘 만들었는데 이는 모두 중국의 그릇 만드는 법식을 모방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고 생략한다. 다만 술병은 다른 그릇과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기록한다.
○ 도기 향로
산예출향(狻猊出香)
사자 모양을 한 향로를 가리킴
역시 비색인데, 위에는 짐승이 웅크리고 있고 아래에는 봉오리가 벌어진 연꽃무늬가 위를 떠받치고 있다. 여러 그릇 가운데 이 물건이 가장 정교하고 빼어나다. 그 나머지는 월주(越州)
중국 저장성 사오싱현
의 옛 비색(秘色)이나 여주(汝州)
중국 허난성 린원현
관요에서 새로 구워낸 청자와 대체로 유사하다.『선화봉사고려도경
'선화봉사고려도경' 관련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