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현감(平澤縣監) 변징원(卞澄源)이 하직하니, 임금께서 내전으로 불러 만나보고 묻기를, “출신(出身)이 어떠하냐?” 하니, 변징원이 대답하기를, “처음에는 충순위(忠順衛)에 속했다가 벼슬을 그만둔 뒤에 흡곡현령(歙谷縣令)이 되었고, 다시 부장(部將)으로 교체되었다가 이제 이 직책에 임명되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임금께서 말하기를, “그대는 이미 수령을 지냈으니, 백성을 다스리는 데 무엇을 먼저 하겠는가?” 하니, 변징원이 대답하기를, “마땅히 칠사(七事)1)
를 먼저 할 것입니다” 하였다.
1)
칠사(七事) : 지방 수령이 고을을 다스리는 데 힘써야 할 일곱 가지 일.
임금께서 말하기를, “칠사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니, 변징원이 대답하기를, “농상(農桑, 농사와 양잠)을 성(盛)하게 하는 일, 학교를 일으키는 일, 소송을 간략하게 하는 일, 간활(奸猾, 간사하고 교활함)을 없애는 일, 군정(軍政)을 닦는 일, 호구를 늘리는 일, 부역을 고르게 하는 일이 바로 칠사입니다”라고 하였다.
임금께서 말하기를, “농상을 성하게 하는 일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니, 변징원이 말하기를, “농사짓는 때를 빼앗지 아니하고, 밭 갈고 심기를 때에 맞춰 하면 농상이 성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또 묻기를, “학교를 일으키는 일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니, 변징원이 대답하기를, “때때로 유생(儒生)들을 모아 경전의 의리를 강론하고, 제술(製述)을 시험하여 학업에 부지런하게 하면, 학교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또 묻기를, “소송을 간략하게 하는 일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니, 변징원이 말하기를, “소신(小臣)이 외람됨을 범하는 일이 없고 백성에게 바른 것을 보이면 소송이 간략하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말하기를, “외람됨을 범하는 일은 어떤 일인가?” 하니, 변징원이 대답하기를, “수령이 법을 지키고 잘못이 없으면 외람됨을 범하는 일이 없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또 묻기를, “간활함을 없애고자 하면 어떻게 그 간활함을 알고 그치게 할 것인가?” 하니, 변징원이 대답하기를, “혹은 밀봉(密封)을 받거나 혹은 그 용모를 살펴보면 그의 간교함을 알게 되어 그만두게 할 수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밀봉은 자못 애매한 이치가 있으니 이것을 오로지 믿고 다스릴 수 없는 일이다” 하고는, 또 묻기를, “군정을 다스리는 일은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니, 변징원이 말하기를, “때때로 진법(陣法)을 익히고 기율(紀律)을 밝히면 군정이 다스려질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또 묻기를, “호구(戶口)를 늘리는 일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니, 변징원이 말하기를, “백성을 어루만져 기르고 쉬게 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본업에 종사하게 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자는 도망하지 아니하고, 도망한 자는 스스로 올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께서 말하기를, “수령이 어질고 어질지 못한 것에 백성들이 잘살고 못사는 것이 달렸으니, 삼가지 않을 수 없다. 부임하거든 너의 직무를 삼가고 혹시라도 말과 행동에 어긋남이 없게 하라” 하였다.
『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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