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남귀여가혼(男歸女家婚)의 전통

중국은 예의가 나온 나라로, 혼인의 예는 바로 음(陰)으로써 양(陽)을 따르므로 여자가 남자 집에 시집가서 아들과 손자를 낳아 내가(內家)에서 기르니, 사람들이 본종(本宗)의 중함을 알기 때문에 아비가 양인

'양인' 관련자료

(良人)인 경우에는 모두 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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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우리 동방(東方)의 과 문물은 모두 중국을 본받으면서도 혼인의 예는 아직도 옛 풍속을 따라서 양(陽)으로써 음(陰)을 따르므로 남자가 여자 집에 시집가서 아들과 손자를 낳아 외가에서 기르니, 사람들이 본종의 중함을 알지 못하므로 어미가 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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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賤人)인 경우에는 모두 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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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태종실록』권27, 14년 1월 4일 기묘

의금부(義禁府)에서 아뢰기를, “청천군(淸川君) 한환(韓懽)이 장인[妻父] 조지산(趙智山)을 구타하여 능욕(陵辱)한 죄는 율(律)이 장(杖) 1백 대를 속(贖)바치고 고신(告身)을 모두 빼앗는 데 해당됩니다.” 하니, 명하여 영돈녕(領敦寧) 이상과 의정부(議政府)에 의논하도록 하였다.

심회(沈澮)·윤필상(尹弼商)·홍응(洪應)·노사신(盧思愼)은 의논하기를, “계본(啓本)에 의거하여 시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하고, 손순효(孫舜孝)는 의논하기를, “강상(綱常)과 풍속(風俗)은 무너뜨릴 수가 없는 것이니, 한 번 무너지면 인류(人類)가 절멸(絶滅)하게 됩니다. 우리 나라는 중국(中國)과 같이 하는 식이 없으므로, 모두 처가(妻家)를 내 집으로 삼아 처(妻)의 아비를 아비라 부르고, 처의 어미를 어미라고 부르며, 평소에 부모(父母)의 일로 여기니, 이 또한 입니다. 비록 무지(無知)한 소민(小民)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차마 범하지 못할 것인데, 더욱이 사대부(士大夫)이겠으며, 사대부도 감히 범하지 못할 것인데, 하물며 재상(宰相)이겠습니까? 재상이 불의(不義)를 범한 바가 이와 같으니, 이를 바로잡지 않고 어떻게 조정(朝廷)을 바로잡겠습니까? 한환(韓懽)이 인정(人情)을 범하였으니, 율(律)보다 무겁게 해야 합니다.”하니, 전교하기를, “율에 의거하여 죄를 다스리도록 하라.” 하였다.

『성종실록』권241, 21년 6월 27일 무신

中國, 禮義所自出, 婚姻之禮, 正以陰從陽, 女歸男家, 生子及孫, 長於內家, 人知本宗之重, 父良者皆良. 吾東方典章文物, 皆法中國, 唯婚姻之禮, 尙循舊俗, 以陽從陰, 男歸女家, 生子及孫, 長於外家, 人不知本宗之重, 母賤者皆賤.

『太宗實錄』卷27, 14年 1月 4日己卯

義禁府啓: “淸川君韓懽, 敺辱妻父趙智山罪, 律該杖一百, 贖盡奪告身。” 命議于領敦寧以上及議政府。沈澮、尹弼商、洪應、盧思愼議: “依啓本施行何如?” 孫舜孝議: “綱常風俗, 不可毁也, 一毁則人類滅矣。我國無中國親迎之禮, 皆以妻家爲家, 稱妻之父曰父, 妻之母曰母, 常以父母事之, 是亦綱常也。雖無知小民, 猶不忍犯, 況士大夫乎? 士大夫不敢犯, 況宰相乎? 宰相而犯不義如此, 此而不正, 何以正朝廷乎? 韓懽之犯情, 重於律。” 傳曰: “依律治罪。”

『成宗實錄』卷241, 21年 6月 27日戊申

이 사료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혼례인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 조선 전기까지 지속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먼저 첫 번째 사료에서는, 중국과 우리의 혼인 풍습을 비교하고 있다. 중국은 음으로써 양을 따른다는 기준에 의해, 여성이 남성 집으로 가서 결혼하는 친영례를 행하고 있으며, 아버지가 양인일 경우 자식들 모두 양인이었다. 반면 우리는 전통적인 혼인제도에 의해 남성이 여성 집으로 가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며, 그 자식들도 모두 여성의 집에서 자랐다. 그리고 여성이 천인일 경우 자식들 모두 천인이었다.

사료의 시점이 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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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때 말한 전통 혼례란 적어도 고려 시대부터 행해져 온 결혼 풍습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고려 시대 이전, 즉 고대시대 때부터 행해져 온 한반도에 거주한 사람들의 고유문화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결혼 문화는 가족 및 친족 관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선 중기 이후 친영례 실시, 장자 위주의 상속 문화 전개, 남성 중심 문중 의식 확대 등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 고려 시대 이래 양측적(兩側的) 친속관계(親屬關係) 관념 아래 남귀여가혼, 자녀균분상속, 윤회봉사 등의 문화가 지속되고 있었다.

한편 이 사료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결혼식만 여성의 집에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부의 자식들 또한 여성의 집 즉 외가에서 생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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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장자였던 양녕대군이 외가였던 민씨(閔氏) 가문에서 성장했는데, 이는 당대 사회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두 번째 사료에서 손순효가 한환의 엄벌을 청하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사료는 청천군 한환이 장인 조지산을 구타한 죄를 논하는 장면이다. 한환은 청천부원군 한백륜의 아들이며, 예종비 안순왕후의 동생이었다. 한환의 죄는 강상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조가 아닌 의금부에서 한환의 죄를 조율(照律)했는데, 의금부의 조율은 장 100대를 속(贖)바치고 고신을 삭탈하는 것이었다. 장 100대를 속바친다는 것은 장 100대를 때리는 대신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으로 납부하는 것이었고, 고신을 삭탈하는 것은 더 이상 관료가 될 수 없도록 품계를 모두 환수하는 것이었다.

성종은 의금부의 조율에 대한 대신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전반적인 의견은 의금부의 의견을 따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손순효는 대신들의 의견과 달리 더욱 강한 엄벌을 처하자고 했다. 손순효는 우리와 중국은 다르다면서 우리는 처가(妻家)를 자신의 집으로 삼기에 평상시에도 처부(妻父)와 처모(妻母)를 부모로 여긴다고 했다. 그렇기에 장인을 구타한 것은 곧 아버지를 구타한 것이며, 무지(無知)한 소민(小民)들도 하지 않는 행동을 재상이 행했으니, 더욱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환이 예종 비 안순왕후의 동생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손순효의 의견은 수용되기 어려웠다. 성종은 대신들의 의견을 따라 의금부의 조율대로 처벌하라고 했다. 비록 손순효의 의견은 수용되지 못했지만, 그의 발언을 통해 당시까지도 남귀여가혼이 성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귀여가혼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는데, 16세기 중·후반을 살았던 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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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珥)가 유년시절을 외가인 강릉에서 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7세기 이후 사회 문화의 변화에 따라 점차 친영례가 확산되고 자리 잡게 되면서, 남귀여가혼은 점차 줄었다. 이와 더불어 상속 및 제사에서 점차 딸이 배제되었고, 상대적으로 며느리의 존재감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귀여가혼의 전통이 이어졌다. 오늘날 ‘장가간다’라는 말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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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김연수, 『조선시대 혼인의 사회문화사』, 국립민속박물관, 2023.; 마크 피터슨, 『유교 사회의 창출: 조선 중기 입양제와 상속제의 변화』, 일조각, 2000.; 문숙자, 『조선시대 재산상속과 가족』, 경인문화사, 2004.; 박경, 『조선시대 양반의 부부 생활과 이혼』, 세창출판사, 2023.; 장병인, 『법과 풍속으로 본 조선 여성의 삶: 혼인·이혼·간통·성폭행으로 읽는 조선시대 여성사』, 휴머니스트, 2018.; 장병인, 『조선 전기 혼인제와 성차별』, 일지사, 1997.; 정진영, 『혼인, 세상을 바꾸다: 조선시대 혼인의 사회사』,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15.; 최재석, 『한국가족제도사연구』, 일지사, 1983.; 한희숙, 『조선왕실 이혼의 사회사: 쫓아낸 자와 쫓겨난 여성들의 민낯』, 솔과학, 2022.
편저: 최재석, 「가족제도」, 국사편찬위원회 편, 『(신편) 한국사 25: 조선 초기의 사회와 신분구조』, 1994.

시기 구분	기획	집필	교열	윤문	자료 총괄	구축 년도
삼국 이전 삼국 시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문동석 이정빈 이현태	장종진	장청화	이계형	2012
삼국 이전 삼국 시대	박남수 홍기승	문동석 이현태	장종진	김경복	장청화	2013
통일 신라와 발해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김창겸 김덕원	전경숙	장청화	이계형	2012
통일 신라와 발해	박남수 홍기승	문동석 이현태	장종진	김경복	장청화	2013
고려 시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한정수 손민호 황영수	전경숙	장청화	이계형	2012
고려 시대	류주희 홍기승	한정수	김가람	김경복	장청화	2013
조선 시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이경찬 박귀미 이기명 이화영	이근호	장청화	이계형	2012
조선 시대	이규리 홍기승	이근호	김가람	김경복	장청화	2013
근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은정태 홍문기	최보영	장청화	이계형	2012
근대	염복규	은정태	홍동현	김경복	장청화	2013
현대	전미희 류주희 이규리	박미경 이관형	김진흠	장청화	이계형	2012
현대	김점숙	이정은	홍동현	김경복	장청화	2013

시기 구분	기획	집필	교열	감수	구축연도
근대	신재호 이주호	곽금선, 김명섭, 김상연, 김상훈, 김영진, 김진혁, 김호걸, 노성룡, 박주영, 송영화, 이양희, 이지은, 임동현, 최용준, 한보람, 한승훈, 한애라, 한준호, 홍수연	이명학	정일영	2023
현대	신재호 이주호	곽경상, 김상규, 김상연, 김재웅, 김진혁, 서홍석, 신재준, 예대열, 이길중, 이지완, 정무용	김태윤	김아람	2023
근대	신재호 이주호	곽금선, 박주영, 박한민, 이양희, 이지은, 임동현, 주동빈, 최용준, 한보람, 한승훈, 한애라, 한준호	이명학	양진아	2024
현대	신재호 이주호	김상연, 김청강, 예대열, 이길중, 이지완	이명학	김아람	2024

시기 구분	기획	해설 집필	해설 교열	감수	구축연도
근대	신재호 이홍구	곽금선, 김기성, 김명섭, 김명재, 김명환, 김상훈, 김소영, 김영진, 김헌주, 남기현, 류동연, 박순섭, 박주영, 박한민, 성주현, 송영화, 심철기, 양진아, 이성우, 이양희, 이지은, 임인재, 최보민, 최보영, 최우석, 한보람, 한승훈, 한준호	박은숙 정일영 한승훈	김도형	2022
현대	신재호 이홍구	김대현, 김동주, 문민기, 박경렬, 이재석, 이지완	박광명 임광순	김아람 김태우	2022
조선 전기	신재호 이주호	신동훈, 양정현, 윤승희, 이경동, 이상민, 이지훈	서민주	나영훈	2024
조선 후기	신재호 이주호	도주경, 문광균, 오승관, 윤민경, 임성수, 채홍병	이행묵	박범	2024

지속되는 남귀여가혼(男歸女家婚)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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