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朱子)가 이르기를, “하늘은 음양(陰陽)․오행(五行)으로 만물을 화생(化生)시키는데, 기(氣)로써 형체를 이루고 이(理)가 또한 거기에 주어진다” 라고 하였다. 이제 여기에 근거하여 이 그림을 그렸다.
위 그림은 삼가 주자(周子: 周敦頤, 1017~1073)의 태극도(太極圖)와 주자(朱子: 朱熹, 1130~1200)의 중용장구(中庸章句)의 설에 의거해서 인간의 심성(心性)과 이기(理氣)․선악(善惡)의 차이를 밝혀 후학들에게 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이 화생(化生)하는 형상까지는 설명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사람과 사물을 낳음에 있어서 그 이치는 같으며, 그 기가 통하고 막히고 치우치고 바른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바르고 통한 기운을 얻으면 사람이 되고, 그 치우치고 막힌 기운을 얻으면 사물이 된다. 이 그림에 의해 보면, 성자권(誠字圈)이 가장 바르고 가장 잘 통하기 때문에 성인(聖人)이 되고, 경자권(敬字圈)은 그 다음으로 바르고 통하여 중인(衆人)이 되며, 욕자권(欲字圈)은 치우치고 막혔으므로 물건이 된다. 그 밑으로 금수(禽獸)처럼 옆으로 된 것이 한층 더 치우치고 막히게 되면 초목(草木)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만물이 화생(化生)되는 형상이 또한 그 속에 모두 갖추어져 있다고 하겠다.
대저 천지의 조화는 낳고 낳음이 끝이 없으니, 가버린 것은 끊어지고 오는 것은 계속 이어진다. 사람과 짐승, 풀과 나무, 천태만상은 제각각 성(性)과 명(命)이 바른 것으로서, 모두 하나의 태극으로부터 유출되어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만물은 제각각 하나의 이치(理)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만 가지의 이치는 하나의 근원(太極)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한 포기의 풀과 한 그루의 나무라도 다 각기 하나의 태극을 가지고 있으므로 천하에 성(性)이 없는 사물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능히 그 성(性)을 다할 수 있으면 곧 인간의 성(性)을 다할 수 있고, 사물의 성(性)을 다하여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울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아! 지극한 말씀이로다.
『입학도설』 천인심성합일지도(天人心性合一之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