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하기를, “붕당(朋黨)
의 폐단이 요즈음보다 심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유학 내에서 시비가 일어나더니 지금은 다른 편의 사람을 모조리 역당(逆黨)으로 몰고 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도 역시 어진 사람과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어찌 한편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무리일 이치가 있겠는가? 다툼이 각박하고 또 심각해져 유배(流配)되었다가 다시 찬축(竄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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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을 멀리 귀양 보내어 쫓음
되었으니, 그 가운데 어찌 억울한 사람이 없겠는가? 한 부인이 억울함을 품으면 5월에 서리가 내리는데, 더구나 한편의 여러 신하를 모조리 여러 지방에 내쫓음에 있어서는 어떠하겠는가? 이러한데도 다투고 삐걱거리는 말이 어찌 없다고 하겠는가? 우리나라는 본래 한쪽에 치우치고 작아서 사람을 쓰는 방법 역시 넓지 못한데, 더구나 요즈음에는 그 사람을 임용하는 것이 모두 당목(黨目) 가운데 사람이었으니, 이와 같이 하고도 천리(天理)의 공(公)에 합하고 온 세상의 마음을 복종시킬 수 있겠는가? 지난해까지 함께 벼슬하였던 조정이 지금은 왜 전과 같지 않은가? 이를 그만두지 않으면 띠를 매고 조정에 있을 자가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널리 베풀고 대중을 구제하는 것은 요순(堯舜)도 오히려 부족하게 여겼는데, 더구나 한 나라의 절반이 침체(沈滯)되어서야 되겠는가? 아! 당당한 천승(千乘)의 나라가 사람을 씀이 어찌 이처럼 좁은 것인가? 피차가 서로를 공격하여 공평한 말이 막히고 역당(逆黨)으로 지목하면 옥석(玉石)이 구분되지 않을 것이니, 저가 나를 공격하는 데에서 장차 가려서 하겠는가, 가리지 않고 하겠는가? 충직(忠直)한 사람을 뒤섞어 거론하여 헤아릴 수 없는 죄과(罪科)로 몰아넣는 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는 나의 말이다. 이는 바로 속담에서 말하는 ‘입에서 나간 것이 귀로 돌아온다’는 것이니, 이렇게 되면 조정이 언제나 안정되며 공의(公議)
가 언제 들리겠는가? 당(唐)나라 때 유안(劉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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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숙종(肅宗)⋅대종(代宗)⋅덕종(德宗) 때까지의 명신
이 황제에게 말하기를, ‘천하의 글자는 모두 바르지만 유독 붕(朋)자만은 바르지 못하다’고 하였는데, 바로 오늘을 두고 말한 것이다. 아! 임금과 신하는 부자(父子)와 같으니 아비에게는 여러 아들이 있는데, 아비가 아들을 서로 시기하고 의심해 한쪽은 억제하고 한쪽만 취한다면 그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불안하겠는가? 공경(公卿)과 일반 관리들은 모두 대대로 녹(祿)을 먹은 신하들인데, 나라에서 그들에게 공을 들인 보람을 보답할 도리를 생각하지 않고 목인지의(睦婣之義)
하게 거두어 쓰라.
내외척(內外戚)끼리 친목하는 도리
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한 조정 가운데서 공격을 일삼고 한집안에서 싸움만을 서로 계속하고 있으니, 이러면 나라가 장차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해가 거듭 바뀌어 새해가 다시금 돌아왔는데, 하늘과 사람은 한가지이니 어찌 옛것을 개혁하고 새것을 힘써 새봄을 맞이한 뜻과 같이하지 않겠는가? 저 귀양을 간 사람들은 금오(金吾)
의금부의 다른 이름
로 하여금 그 경중을 참작해 대신(大臣)과 더불어 어전에서 나를 만날 때 억울함이 없게 하고, 전조(銓曹)
이조와 병조의 합칭
에서는 탕평(蕩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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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지금 나의 이 말은 위로는 종사(宗社)
를 위하고 아래로는 조정의 기상(氣象)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일 혹시라도 의심을 일으키거나 혹은 기회를 삼아 상소
해 다투면 종신(終身)토록 금고(禁錮)
을 본받고 인물을 뽑을 때에는 이윤(伊尹)이 저자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여긴 뜻2)
을 배워야 한다. 내 말을 공손히 듣고 우리 국가를 보존하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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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죄(過罪)로 관리에 임용될 자격을 정지시킴
시켜 나라와 함께하지 못할 뜻을 보이겠다. 너희 여러 신하를 내가 스스로 수양함이 없다고 여겨 소홀히 하지 말고 성인(聖人)께서 잘못한 자를 바로잡는 뜻을 따라 당습(黨習)을 버리고 공평(公平)하기에 힘쓰라. 그렇게 하면 어찌 비단 나라를 위하는 것뿐이겠는가? 또한 너희들 조상의 풍도(風度)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니,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정승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소하(蕭何)가 조참(曹參)을 천거한 뜻1)
1)
소하(蕭何)가 조참(曹參)을 천거한 뜻 : 한(漢)나라 고조(高祖) 때 승상(丞相) 소하(蕭何)에게 혜제(惠帝)가 후임자를 묻자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조참(曹參)을 적임자라고 추천한 고사(故事)를 말함.
2)
이윤(伊尹)이 저자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여긴 뜻 : 이윤(伊尹)은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재상. 그는 자기가 모시는 임금이 요순(堯舜)에 미치지 못한 것을 마치 저자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부끄러워하였다는 고사(故事)임.
『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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