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시대별조선 후기경제상품 화폐 경제의 발달

도고의 폐단

영의정 김상철(金尙喆, 1712~1791)이 말하기를, “도성 백성이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은 오로지 시사(市肆)를 벌여 놓고 있고 없는 것을 팔고 사며 교역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기강이 엄하지 않아 간사한 무리들이 어물(魚物)과 약재(藥材) 등의 물종은 물론이고, 도고(都庫)라 이름 하면서 중앙에서 이익을 독점하는 폐단이 그 단서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후하여 대조(大朝)께서 여러 차례 번거롭게 엄칙하였으나, 근래에는 이 법이 점차 더욱 해이해져 온갖 물건이 등귀한 것이 오로지 이에서 말미암은 것이라고 합니다.평시서(平市署와 법을 집행하는 관서에서 참으로 적발하여 통렬하게 다스렸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다시 각별히 엄금을 가하시되, 이것에 대해 들은 것이 한결같이 이와 같으니, 능히 금칙하지 못한 관원은 중죄를 면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조목을 만들어 신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명하여 말하기를 엄하게 타일러서 경계하라고 하였다.

영조실록』권126, 51년 12월 29일(임신)

領議政金尙喆曰, 都民之賴以爲生者, 專在於列市分肆, 貿遷有無. 而近來紀綱不嚴, 奸細之徒, 毋論魚物與藥材等物, 名曰都庫, 從中榷利之弊, 不一其端. 故前後大朝, 屢煩嚴飭, 而近來此法漸益解弛, 百物踊貴, 專由於此云. 平市之署, 執法之司, 苟能摘發痛治, 豈有是哉. 更加各別嚴禁, 此等所聞, 一向如此, 則不能禁飭之官員, 難免重罪, 出擧條申飭好矣. 令曰, 嚴飭可也.

『英祖實錄』卷126, 51年 12月 29日(壬申)

이 사료는 영조(英祖, 재위 1724~1776)도고(都賈)의 폐단에 관한 내용이다. 도고는 조선 후기 상품의 매점매석을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노리던 상행위 또는 그러한 상행위를 하던 상인이나 상인 조직을 말한다.

18세기 이후 상품 화폐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도시를 중심으로 난전이 발달하면서 보다 큰 자본력과 상술을 갖춘 비특권 상인인 사상(私商)이 등장하였다. 사상은 상품 유통 과정에서 매점매석과 독점을 배경으로 성장하였으며, 초기에는 자유로운 상행위 때문에 난전을 벌여 특권 상인의 독점권과 대립하던 직접 생산자⋅소상인 등과 이해를 같이하였으나, 우세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독점이 가능하게 되면서 권력과 결탁하는 한편 그들과 충돌하기도 하였다.

그 후 이들은 보다 발전된 형태로 대리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생산지까지 진출하여 상품을 매점하거나, 또는 일부 상품의 경우 생산자에게 원료와 생산비를 미리 주고 생산과정을 지배⋅장악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유통망과 자본을 연결한 연합 형태로서 지방에서 도고를 하는 여각(旅閣)객주(客主)선주인(船主人) 등을 통해 지방 상품을 매점하기도 하였다. 조선 정부는 1791년(정조 15년) 신해통공(辛亥通共) 이후 여러 차례 도고 혁파령을 내렸지만, 이들은 상당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성부와 같은 정부 기관, 궁방(宮房), 양반 권세가 등과 결탁하여 권력의 비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도고의 주요 활동지는 주로 개성⋅동래⋅의주와 같이 대외무역이 활발한 지역이나 지방의 상품 집산지, 특히 금난전권이 미치지 못하던 서울 성 밖의 경강(京江)⋅송파(松坡)⋅누원점(樓院店)과 같은 상업 요충지였다. 이들은 소비자의 생계에 없어서는 안 될 쌀⋅소금 등 여러 가지 일용품까지 매점매석을 일삼았기 때문에 상품 공급 부족과 물가상승을 야기하여 도시 소비자의 생활을 압박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전 상인과 경쟁함으로써 이들을 통해 국역을 부과하고 징세하던 국가재정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이와 같이 도고는 대자본과 전국적 유통망을 기반으로 하면서 한편으로는 봉건 권력과의 결탁을 유지 기반으로 삼았기 때문에 대부분 특권적 상인이었다. 그리고 상업 독점으로 축적한 자본을 산업 자본으로 전환하기보다 토지에 투자해 봉건적 토지 소유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여 근대적인 상업과 상업자본으로 발전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도고상업체제의 형성과 해체」,『십구세기의 한국사회』,강만길,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1972.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성장-경시전⋅송상 등의 도고상업을 중심으로」,『한국사연구』1,강만길,한국사연구회,1968.
「조선시대 상공업사 연구」,『한국사회연구』2,강만길,한길사,1984.
「19세기 외도고공계의 성립과 그 조직」,『한국사연구』55,김동철,한국사연구회,1986.
저서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 강만길, 고려대학교 출판부, 1973.
『조선후기 상인연구』, 오성, 일조각, 1989.
『한국 근대경제사 연구』, 유원동, 일지사, 1977.
『한국 개항기의 상업 연구』, 한우근, 일조각,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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