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을 가는 방법 가운데 대전(代田)보다 좋은 것은 없다. 대전이 평평한 땅에 흩어 뿌리는 만전(縵田)
밭이랑을 내지 않은 밭
보다 나은 점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만전에서는 곡식을 두둑에 심기 때문에 이슬이 햇볕에 말라 큰 가뭄을 한 번 만나면 씨앗이 번번이 살지 못한다. 대전에서는 고장에 심기 때문에 그늘지고 움푹 들어간 곳에 물기가 있어서 씨앗이 흙에서 쉽게 나온다. 이것이 대전의 첫 번째 좋은 점이다. 만전에서는 줄을 만들지 않고 씨앗을 흩뿌리기 때문에 김맬 때에 허리를 굽히고 쪼그려 앉아 작물의 뿌리를 살펴가며 북주기해야 하고 풀을 찾아다니며 뽑아 주어야 하므로, 장정의 하루 노동력으로도 겨우 3~4묘를 작업하는 데 그친다. 대전의 김매는 법에서는 자루가 긴 호미를 들고 선 채로 두둑의 흙을 갈라 좌우로 나누어 밀쳐놓으면 잡초는 쓰러지거나 뿌리가 뽑혀 저절로 곡물의 뿌리에 북주기 때문에 장정의 하루 노동력으로 십수 묘를 작업할 수 있다. 이것이 대전의 두 번째 나은 점이다.
만전에서는 촘촘하게 씨앗을 뿌리면 종자를 낭비하게 되고 성기게 씨앗을 뿌리면 땅을 낭비하게 되며, 되는 대로 뿌리기 때문에 통일됨이 없어 작물이 자라면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 대전에서는 치수에 규칙이 있고 줄과 열이 바르고 곧아 통풍이 고르게 되어 곡물이 고르게 익는다. 이것이 대전의 세 번째 나은 점이다.
만전에서는 씨앗을 뿌리는 곳이 본래부터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씨앗을 뿌리기에 앞서 똥거름을 준다. 너무 많이 주면 똥거름을 낭비하고 너무 적게 주면 효과가 없다. 대전에서는 고랑에 똥거름을 줄 때 거름을 뿌리에 집중적으로 줄 수 있다. 이것이 대전의 네 번째 나은 점이다.
만전에서는 뿌리가 깊이 내리지 않아 바람과 가뭄에 견디지 못한다. 대전에서는 뿌리를 도탑게 북주기하여 뿌리가 깊기 때문에 바람과 가뭄에 잘 견딘다. 이것이 대전의 다섯 번째 나은 점이다.
『임원경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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