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겨우 열 살,
문밖 길도 나가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부지런히 공부하여,
창살 너머로 뜨는 아침저녁을 보내네.
……(중략)……
돌연히 뛰쳐나온 얼굴이 안반(案盤)
떡을 칠 때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 판
같은 놈, 대성일갈로 사람을 겁주는데,
머리 흔들고 또 눈을 굴려,
왼쪽을 바라보고 다시 오른쪽으로 굴린다.
부채로 얼굴 가리고 홀연 사라져,
사납게 노여움을 꾸며 보이네.
휘장이 획 거치더니,
춤추는 소맷자락 어지럽게 돌아오다!
홀연 사라져 자취도 없는데.
더벅머리 귀신 낯바닥 나타나,
두 놈이 방망이 들고 치고받고,
펄쩍펄쩍 잠시도 서 있지 못하더니,
홀연 사라져 자취도 없는데.
……(중략)……
노장 스님 어디서 오셨는지?
석장 짚고 옷소매도 넉넉하다.
구부정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수염 눈썹 하얀 백로 같다.
사미승 그 뒤를 따라오며,
연방 합장하고 배례하고.
힘이 쇠약해 바람에 따라 흔들,
넘어지기 몇 번이던고?
또한 젊은 계집 등장하니,
이 만남에 깜짝 반기며.
노흥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파계하고 청혼을 하더라.
광풍이 문득 크게 일어나,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를 즈음.
또 웬 스님이 크게 취해서,
고래고래 외치고 주정을 부린다.
……(하략)……
「남성관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