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시대별조선 후기문화문학과 예술의 새 경향

윤선도의 시조-오우가

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로다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 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이면 그만이지 또 더하여 무엇 하리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때가 하도 많다

깨끗하고도 그치지 않은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자마자 빨리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다가 누래지는가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 그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리하고도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한밤중에 밝은 것이 너만 한 것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고산유고』권6 별집, 가사, 산중신곡, 오우가

내 버디 몃치나 니 水石(슈셕)과 松竹(숑듁)이라

東山(동산)의 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 밧긔 또 더야 머엇리

구룸빗치 조타 나 검기 로 다

람 소 다 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 믈뿐인가 노라 水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야 프르  누르니

아마도 변티 아닐 바회뿐인가 노라 石

더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

솔사 너 얻디 눈서리 모다

九泉(구쳔)의 블희 고 줄을 글토(로) 야 아노라 松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다

뎌러코 四時(시)예 프르니 그를 됴하노라 竹

쟈근 거시 노피 떠셔 萬物(만믈)을 다 비취니

밤듕의 光明(광명)이 너만니 또 잇냐

보고도 말 아니 니 내 벋인가 노라 月

『孤山遺稿』卷6 別集, 歌辭, 山中新曲, 五友歌

이 사료는 1642년(인조 20년) 윤선도(尹善道, 1587~1671)가 지은 「오우가(五友歌)」로 『고산유고(孤山遺稿)』 제6권 하편 별집에 수록되어 있다. 『고산유고』는 6권 6책, 목판본이다. 1791년(정조 15년) 전라 감사 서유린(徐有隣)이 왕의 명을 받고 간행하였다가, 1798(정조 22년) 전라 감사 서정수(徐鼎修)가 윤선도의 본가에 간직된 목판본을 대본으로 하여 개편, 간행한 것이 오늘날까지 전한다. 이 중 6권 별집에 있는 시조는 조선 사대부의 문화 인식과 당시의 시가 문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산중신곡(山中新曲)」⋅「산중속신곡(山中續新曲)」⋅「고금영(古琴詠)」⋅「증반금(贈伴琴)」⋅「초연곡(初筵曲)」⋅「파연곡(罷宴曲)」⋅「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등이 하권에 실려 있다.

윤선도예송(禮訟) 논쟁 이후인 1667년(현종 8년) 유배지에서 풀려나 이후 보길도 부용동(芙蓉洞)에 들어가 낙서재(樂書齋)를 짓고 은거하였다. 당시에 지어진 절창으로 「어부사시사」가 있다. 이렇듯 그는 정치적으로 불우하여 벼슬길에서 벗어나 짐짓 어부로 생활하였고, 그러한 경험 속에서 나온 많은 작품이 『고산유고』에 수록되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당시의 정치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도 긴요하지만, 특히 조선조 사대부층의 자연관을 이해하는 데 빼 놓을 수 없는 자료이다. 조선 시대 강호(江湖) 문학은 이현보(李賢輔, 1467~1555)와 송순(宋純, 1493~1583)에 의해 정립되었고, 윤선도에 이르러 무르익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선도의 시가는, 17세기 즈음 무르익은 조선 국문 시가 문학의 우수함을 드러내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시가는 17세기, 즉 조선 후기의 문학이 점차 중화주의를 탈피하여 조선 고유의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가치가 있다.

윤선도의 많은 작품 중 「산중신곡」은 병자호란 때 왕을 호종(扈從)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경상도 영덕에서 2년 간의 유배를 마친 뒤 고향인 전라도 해남의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당시 지은 작품이며, 「오우가」는 바로 「산중신곡」에 수록된 18수 중 6수의 시조이다. 물[水]⋅바위[石]소나무[松]⋅대나무[竹]⋅달[月]을 ‘다섯 벗[五友]’으로 삼아 서시(序詩)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自然愛)와 관조를 내비치었다.

여기에서 윤선도는 자연을 탐구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자연 속에서 인간적 윤리를 발굴해 보이고 있다. 여기서 ‘물⋅바위⋅소나무⋅대나무⋅달’의 다섯 가지 자연물은 긍정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선택된 것이다. ‘구름⋅빛⋅바람 소리⋅꽃⋅풀⋅잎⋅나무’는 부정적 가치를 지닌 자연물로 ‘물⋅바위⋅소나무⋅대나무⋅달’에 대비되어 나타난다. 즉 전자는 유교의 실천 덕목인 청결성⋅항상성⋅의연성⋅강직성⋅중용성⋅통달성⋅고고성(孤高性)⋅겸선성(兼善性)⋅침묵성을 표상하는 데 반해, 후자는 그 반대 지향인 혼탁성⋅일시성⋅응변성(應變性)⋅편벽성을 표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바위⋅소나무⋅대나무⋅달’의 다섯 가지 자연물을 벗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달’에서 표상된 관념인 겸선성이 여타의 관념보다 더 가치가 있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요컨대 「산중신곡」에는 작자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집약적으로 표출되어 있다. 이는 고산 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고산 윤선도 ‘어부사시사’ 연구」,『배달말』15,강미영,배달말학회,1990.
「윤선도 시가의 연구」,『고산연구』창간호,정상균,고산연구회,1987.
저서
『고산윤선도연구』, 문영오, 태학사, 1983.
『송강⋅노계⋅고산의 시가문학』, 박성의, 현암사, 1966.
『윤고산연구』, 이재수, 학우사, 1955.

관련 사이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링크연결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