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성인으로서 경을 지은 사람 가운데 공자보다 큰 사람은 없고, 후대의 현인으로서 의를 전한 사람 가운데 주자보다 완전한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은 공자의 글을 읽어야 천하의 의리를 다 알아 행할 수 있고, 또 주자의 글을 읽어야 공자의 글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자는 나면서부터 아는 분이므로 초년설이니 만년설이니 가릴 것이 없지만, 주자는 배워서 안 분이므로 초년설과 만년설 사이에 같고 다름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배우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의향에 따라 그것을 취하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여 자주 초년설을 만년설로 여기고 만년설을 초년설로 여기는 등, 본래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자의 글에서 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공자의 글도 해독할 수 없으므로, 이 때문에 도가 밝혀지지 않고 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우옹(尤翁)
께서는 만년에 이 점을 크게 걱정하여 『주자대전』을 풀이하고 그 말의 같고 다름을 조사하고 분별하여 바로잡으려 하셨다. 그 일이 시작되고 겨우 10여 조목에 이르러 그치고 말았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한원진)는 어려서부터 주자의 글을 받아서 읽고 반복하여 두루 살펴보았고, 일생의 힘을 기울여 (그 논설의) 같고 다름에 문제가 있는 것을 거의 대부분 변별하였다. 이에 모두 (앞뒤를) 소통시켜 내놓는데, 혹은 날짜의 앞뒤를 고찰하기도 하고, 합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증거 자료를 참조하기도 하고, 의리에 합당한지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기도 하여, 초년설과 만년설을 구분해 정론을 제시하였고, 또한 말은 다르지만 의도가 같은 것도 모두 풀이하고 해설하여 환히 소통시켜 책으로 묶어 우옹의 뜻을 계승해 놓았다. 주제넘겠지만 배우려는 자가 무언가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니, 이 책을 읽는 것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에 거듭 느끼는 바가 있다. 공자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고, 주자는 공자 이후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공자가 있다면 주자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자를 높이는 것이 바로 공자를 높이는 것이다. 불행히도 세상의 도가 쇠미해지자 사악하고 못된 자들이 도처에 나타나 주자의 도를 능멸하고 모독하며 주자의 학설을 바꾸는 것을 능사로 여기기까지 하는데, 이는 진실로 공자를 높일 줄 모르는 것이어서 그 화가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게 하다가 사람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지경에까지 이를 것이다. 아! 또한 탄식할 일이다. 비록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들만 남들과 마음이 달라서 즐겨 사악하고 못된 짓을 하는 것일까? 다만 주자의 글을 잘 읽지 못해서일 뿐이다. 진실로 잘 읽어 그 일언반구가 모두 천지 어느 곳에 세우고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영원히 바꿀 수 없는 것임을 안다면, 그런 사악하고 못된 짓을 권한다 하더라도 하겠는가? 그러니 사람들로 하여금 그 글을 잘 읽어 도를 어기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역시 정밀한 뜻을 풀어 설명해 주고, 숨은 뜻을 명확하게 드러내 주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뿐이다. 그래서 우옹께서 이 책에 시종 그렇게도 의욕을 보이셨던 모양이다. 맹자는 “군자는 떳떳한 도리로 돌아갈 뿐이다. 떳떳한 도리가 바로 서면 백성들이 선을 행하게 되어 사악하고 못된 것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치우친 말과 음란한 말을 막고 남을 해치는 말을 그치게 하려는 사람들이 어째서 떳떳한 도리로 돌아가지 않는가? 신유년(1741) 음력 12월 어느 날 후학 한원진이 삼가 쓰다.
'우옹(尤翁)' 관련자료
『주자언론동이고』권1, 권두, 주자언론동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