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 계급의 이기적인 운동
사회주의자가 본 물산 장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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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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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근일 우리 조선에서 일어난 상당한 규모의 운동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위 지식층 중산 계급은 이 운동만이 외래 침입자에 대한 방어책이 되고, 그래서 조선인 생활의 유일한 구제 방법이라고 떠든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든지 저 자본계급, 중산계급적 운동의 표리를 감시하고 비판할 의무와 계급 투쟁의 전략상 절실한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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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진화 정도가 성숙하면 성숙할수록 중산계급은 몰락할 것을 예상하고 이것이 새로운 사회 현실의 주요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소멸하는 중산 계급은 무산 노동자로 몰락하고 또 몰락하는 만큼 한편으로는 자본이 집중되어 무산 노동자의 수는 격증하고 마침내 사회적 변혁이 일어나서 자본주의의 사회는 붕괴하고 사회주의적 사회가 그에 대신해 도래할 것을 예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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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 계급의 멸망! 이것은 자본주의 진화의 법칙이며 역사적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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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곧 중산 계급–로서는 자기의 생명이 빈사 상태에 놓인 것을 보며 결코 이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역사적 필연의 장을 멈춰 보려 하고, 또 저들을 양성하고 결국 몰살시키는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로 절망적 최후의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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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의미에서 물산 장려 운동
의 중산 계급적 연극을 관람하는 것이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계급적 이해관계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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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물산 장려 운동
의 사상적 도화수가 된 것이 누구인가? 저들의 사회적 지위로 보나 계급적 의식으로 보나 결국 중산 계급임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적어도 중산 계급의 이익에 충실한 대변인인 지식계급이 아닌가. 또 솔선하여 물산 장려의 실행적 선봉이 된 것도 중간 계급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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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을 말하면 노동자에게는 이제 새삼스럽게 물산 장려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벌써 오랜 옛날부터 훌륭한 물산 장려 계급이다. 그들은 자본가 중간 계급이 양복이나 비단옷을 입는 대신 무명
과 베옷을 입었고, 저들 자본가가 위스키나 브랜디나 정종을 마시는 대신 소주나 막걸리를 먹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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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물산 장려 운동
이 중산 계급적 운동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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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 장려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손으로 만든 상품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다른 의미로 말하자면 외국 상품 배척을 의미한다. 그리고 물산 장려 운동
의 표현으로는 우리의 생산기관을 발달시켜 산업을 진흥시키며 생활의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점에서는 어떤 계급에서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위해’ ‘생산기관을 발달’시키고 ‘산업의 진흥’과 ‘생활의 경제적 독립’을 표방하는지 계급적 경계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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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물산 장려 운동
의 사상적 배경에는 민족적 혹은 애국적 감정을 고취⋅고조시키는 일종의 정치적 색채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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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소수 자본가 중산 계급의 수중에 일체의 경제적⋅정치적 권리를 집중시켜 그 지배권을 장악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이러한 이기적 동기에서 민족적 정치운동이라는 아류적 태도를 취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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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저들 자본가 중산 계급은 외래의 자본주의적 침략에 위협을 당하고 착취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민족적이라는 미사여구로 동족 안에 있는 상반적인 양극단의 계급적 의식을 가려 버리고 일면으로는 애국적이라는 의미에서 외화(外貨) 배척을 말하는 것이며, 그 이면에는 외래의 경제적 정복 계급을 축출하여 새로운 착취 계급으로서 자신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이다. 이래서 저들은 민족적⋅애국적인 척하는 감상적 미사여구로 눈물을 흘리며 저들과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노동 계급의 후원을 갈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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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동 계급이 요구하는 것은 외래의 정복 계급만 배척하여 동족 안에 있는 착취계급의 지배를 받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도 또한 노동 계급의 적인 것을 의식하고 그의 지배까지도 전멸시켜 노동계의 사회를 실행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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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 장려 운동
을 각 방면으로 고찰하기 위해 이 글을 게재함.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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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23년 3월 20일, 「중산계급의 이기적 운동 : 사회주의가 본 물산장려운동」
물산 장려 운동
에 대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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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제대로 보라.
조선물산 장려 운동
이 일어나자 조선 전체는 미연히 호응하여 어떤 사람은 단체나 조합을 조직하며, 어떤 사람은 새로운 생산 방법을 생각해 내어 그 생산품을 성황리에 판매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그 운동을 선전하며 그 실행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더더욱 그 발전을 바란다. 지금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물산 장려 운동
에 대한 약간의 회의와 비평이 들리고 있다. 물론 사회 안에서 비평은 당연히 있을 것이며, 그 내용과 이유를 검토하여 운동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물산 장려 운동
에 대한 반대측 의견을 종합하건대 크게 두 가지 논점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일본인측이나 또는 관청의 일부분에서 물산 장려 운동
을 일종의 일본 제품 배척 운동으로 간주하고 불온한 사상이라고 공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위 사회주의자 중 일부 논객이 주장하는 것인데 물산 장려 운동
은 유산계급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무산계급에는 아무 관련이 없으니 유산 계급만의 운동으로 남겨 버리자는 것이다. 이상 두 논자는 나름대로 자유롭게 관찰하여 각자의 주장을 하겠지만, 우리는 두 주장이 이 운동의 진행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어떤 지방에서는 지방관청이 은연중에 압박을 가해 물산 장려 운동
의 선전을 금지하는 일도 있다. 우리는 지방관청의 독단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풍문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태도로 일본 제품 배척 운동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실로 기괴한 심리다. 조선 사람이 경제적으로 자각·자립하여 혹은 소비를 절약하며 혹은 식산에 힘쓰는 것은 곧 물산 장려 운동
의 근본정신이다. 조선인의 생활 복리를 조장하고 도모한다는 관청의 취지와 무엇이 모순되는가. 물론 우리도 인정하지만, 물산 장려 운동
의 철저한 실행으로 일본 제품에 다소의 영향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피치 못할 필연적인 대세이다. 조선인의 경제 발전을 위해 피치 못할 일이라면 또한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단순한 이론에 색안경을 끼고 대하는 것은 모두 관청 특유의 편견에 불과하다. 만일 조선총독부
의 관청이 일본 상인의 출장 대리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조선인의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 그 정신이라면 차라리 그 대세를 인정하고 도와야 할 일 아닌가.
그 다음 일부 사회주의자의 주창하는 이론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물론 무산계급의 해방을 절규하는 것은 우리도 대찬성이다. 될 수만 있으면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이 그 단계를 뛰어넘어서라도 속히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바이다. 그러나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의 소위 필연성은 인정할 수 없다. 현재 우리의 경제 단계를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의 경제조직이 소위 자본주의적 단계에 이르렀는가? 혹은 당신들이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의 본체가 생산력을 부정하는가? 또는 무산계급이 투쟁심만 기르면 조선인 전체가 배부르게 살 것인가? 우리의 관찰에 따르면 당신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소위 마르크스주의는 결코 이와 같이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설혹 마르크스의 주장이 당신들의 이론과 조금도 틀림없다 하더라도 세계는 여전히 민족 대 민족, 국가 대 국가의 대결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물론 유산 계급 대 무산 계급 간의 백병전이 격렬한 것은 우리도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프랑스가 독일의 루르 지방을 점령할 때 프랑스 무산 계급과 독일 무산 계급이 악수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러면 조선의 무산 계급이 먼저 힘쓸 바는 무엇인가. 즉 계급의 분열 투쟁을 획책하는 것보다는 먼저 조선인의 경제적 실력을 배양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가 아닌가. 만일 조선물산 장려 운동
이 조선인 자체의 경제력을 증진하는 데 일조한다면 우리는 100가지 난관을 돌파하고라도 이 운동의 실현에 주력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인 전체의 경제력 증진에 유효한 이 운동이 어찌 일부 유산 계급에만 이익이 되고 무산 계급에는 아무 이익이 없다고 하는가. 설혹 논자의 주장과 같이 물산 장려 결과 그 이윤의 대부분이 일부 유산 계급에 의해 농단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조선인의 부력(富力)이 집중되면 소위 혁명 단계의 대세를 촉진하는 데 유력한 요인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소위 경제 단계가 진행되면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라는 최후 결론에 이르게 되고, 또 물산 장려 운동
의 결과가 자본주의를 향한 일보 진전이라고 한다면 이 또한 필연적인 경로일 뿐이다. 그 대세를 거역하지 못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주장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분명하며, 이것이 사회 진화의 당연한 경로라 할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주장하는 이상은 조선인의 경제적 실력을 기르는 것이며,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선인 자체의 생산 증진이 가장 급선무임을 확신한다. 동시에 그 방법으로 조선물산 장려 운동
이 적절함을 단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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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23년 3월 31일, 「물산장려운동에 대한 논쟁, 사실을 정관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