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작인에 대한 일이다. 혹 경작하는 데 게을러서 논밭이 황폐해지거나, 타작을 할 때 정확하게 하지 않고 곡식을 숨기거나 하면 마땅히 소작인을 바꿔야 할 것이니, 이는 농가에서 통탄스럽게 여기는 일이다. 만약 논밭에 힘을 기울여 농사가 잘 되고 수확을 정확하게 하여 (소작료의) 분배를 상세하게 하면 마땅히 소작을 계속 유지하도록 할 것이니, 이는 농가에서 칭찬해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게으른 사람은 징벌하고 근면한 자를 사용하는 것이 실로 공정한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 위협을 하려고 혹 올해에는 이모씨에게 소작을 옮기고 내년에는 또 한모씨에게 소작을 옮기고 그 다음 해에도 그렇게 한다면 비록 근면한 농부라도 1~2년만 논밭을 대충 관리할 것이니, 어찌 성심을 다하여 힘써 경작하겠는가? (중략)
1. 경작을 게을리하거나 타작할 때 협잡을 부리는 사람은 비록 가까운 친척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소작을 옮겨서 장래에 동일한 잘못이 일어나지 않도록 징계해야 한다. 농사를 열심히 짓고 타작을 정직하게 하는 사람은 설령 미워하여 사이가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소작을 바꾸지 말아서 자주 옮기는 폐해를 방지해야 한다. (중략) 이 장토(庄土)는 사람은 많은데 땅은 좁아서 경작지가 충분하지 않고 일할 거리가 많지 않으며 농업을 주로 한다. 이 때문에 비록 남의 논밭을 빌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물건처럼 아끼며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 항상 소작을 옮길까 두려워서 마름을 보기를 사나운 호랑이 보듯이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어찌 쉽게 소작을 옮기는 그런 차마 못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잘못이 있지 않다면 절대로 소작을 옮기지 말 것이다.
1. 설혹 청탁을 받거나 뇌물을 받고서 청탁한 사람의 말에 따라 어떤 사람이 경작하던 논밭을 청탁한 사람에게 옮겨 준다면, 청탁한 사람은 기뻐하여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빼앗긴 사람은 비록 빌려서 경작하던 땅이라고 하더라도 애지중지하며 오랜 세월 동안 경작하며 먹고 살았는데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빼앗기니 그 분함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므로 한때의 생색을 위해서 그 끝없는 원한을 받을 것인가? (중략)
1. 타작을 하는 일이다. (타작을) 많이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지역마다 달라서 혹은 풍속이 어리석거나 혹은 인심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타작할 때에 혹 몰래 빼돌려서 감추는 폐단이 있다. 이는 궁벽한 곳에 있는 사람들은 식견이 막혀서 다만 눈앞의 작은 이익만 알고 훗날의 큰 해를 알지 못하니 어찌 개탄하지 않겠는가. (중략) 타작할 때에는 한두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보고 확인하니 어찌 알지 못하겠는가. 비록 타작 감독관을 잠시 속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을 사람이 함께 아는 바니 어찌 오랫동안 속일 수 있겠는가? (중략)
1. 작인을 옮기는 일이다. 혹시 잘못을 저지르면 소작을 옮겨야 한다. 나이 든 농민들에게 널리 물어서 농사에 힘쓰고 소작을 잘 하는 사람으로 대신하록 한다. 안면과 사사로운 정에 구애를 받아 굽은 것을 따르지 말아, 이로써 훗날의 폐단을 막아야 한다.
1. 종자(種子)를 주는 일이다. 타작할 때에 바로 제외하고 주어서, 다음 춘분 때의 번거로움이 없도록 하고 또한 소작인들의 의심이 없도록 하라. (중략)
1. 논밭이 있는 곳에 집이 가장 가까운 소작인이면 제일 좋다. 전답이 매우 가까우니 자연스럽게 아침저녁으로 살펴보기 때문에 추수할 때에 곡식이 우수하다. 이것이 이른바 일은 반만하는데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이다. 집이 먼 소작인이 가장 좋지 않다. (중략) 전답이 서로 멀어 자연히 가끔 드믈게 살펴보기 때문에 추수할 때 곡식이 점차 줄어든다. 이것이 이른바 헛되이 힘쓰는데 이익은 없는 것이다. (중략) 이 장토에서 농사를 짖는 전답과 혹 거리가 10리로 먼 작인은 차차 전답과 가까운 곳으로 옮길 것이니 이를 따라 시행하도록 하라. (중략)
1. 타작 감독관이 내려온 후 곧바로 각 처의 소작인들에게 알리고, 타작은 감독관의 지휘에 따르되 그 외의 모든 일은 (마름과) 상의하여 조처한다. 소작인 관련 일에 대해서는 타작 감독관이 누구의 청탁을 받고 이유 없이 소작을 옮기는 일이 있거나, 혹은 어느 소작인이 경작한 전답 중에서 몇 두락을 청탁한 사람에게 떼어 주는 일이 있다. 이러한 일이 예사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만약 이와 같이 한다면, 소작인들과 약속했던 조건들이 헛된 것이 되어 버릴 뿐만 아니라 비웃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중략)
1. 마름의 일이다. 서울 인근 지역에서 타작할 때는 20말을 1섬이라 하고, 쌀로 만든 후에는 8말로 (1섬이라) 하는 것이 바로 통행되는 규례이다. 타작할 때에는 쌀로 만들어 8말이 되도록 계량해 1석을 만드는 것도 또한 상식적인 규례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한 되, 한 말의 이익을 얻으려고 타작할 때에 후하게 받아 싣고 와서는 다시 계량하는 폐단이 있다. 다시 계량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중략)
1. 다시 계량을 하지 않는 일에 대하여 어떤 사람은 의심하거나 비웃을 것이다. 혹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의심하거나 비웃는 사람은 그것을 마땅히 가져야 하는 물건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것이 가져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옳고 그름의 두 가지를 생각해 봐라. 어찌 옳은 것을 버리고 그른 것을 따를 자가 있겠는가? (중략)
1. 볏섬을 봄에 돈으로 바꾸는 일이다. 애초에 다시 계량한 벼는 쌀로 만들어서 8말짜리의 온전한 한 섬[石]이 되지 못한다. 풍년일 때에는 어느 정도 금액을 줄여야 팔릴 것이다. 그런데 흉년일 때에는 비록 다른 사람의 벼 값과 같은 가격에 판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벼가 남아 있지 않게 된 이후에 가장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사가는 것이다. 하지만 온전한 섬이 아니기 때문에 사 가는 사람은 당연히 책망하는 말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벼를 쌀로 만들 때 8말이 온전히 한 섬이 되도록 할 것이니 어찌 값을 줄일 염려나 책망을 받는 안타까움이 있겠는가. 이대로 따라 시행하라.
1. 볏섬 값이 요즘 비싸고 싼 것이 일정하지 않다. 만약 가격이 쌀 때 팔았는데 며칠 못 되어 가격이 오르면, 이미 판매한 대금을 아직 상납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 값이 올라가니 어찌 의심을 받지 않겠는가? 이는 다름 아니라 협잡하는 폐단이 있기 때문이다. (중략)
1. 볏섬을 팔아 돈으로 바꾸는데 인근 동네의 친지들이 사갈 때 혹 볏섬 가격에 맞추어 돈을 가져오지 않고서 부족한 돈을 주인이 부담해 달라고 간청하는 경우가 있다. 주인이 인정에 얽매여 마지못해 기한을 정하여 (다짐을) 받고 볏섬을 내주었다가 기한이 지나도 돈을 받지 못하면, 비록 끝없이 독촉해도 차일피일 미뤄서 곤란하고 책망을 받는 지경이 되고 심지어 인정을 상하게 되는 안타까움에 이르니 이것이 바로 안타깝고 궁색한 일이다. (중략)
1. 마름과 소작인은 서로 경계하면서도 함께 돕는 사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불의를 따르지 말고, 목전의 욕심 때문에 불신에 빠지지 말며, 잘못을 저질러 서로 반목하는 데 이르지 말고, 사사로이 청탁하여 서로 무정하게 여기기에 이르지 말고, 함께 하며 서로 의지하여 피차 사이가 벌어지지 말고 마음을 지키며 화평하라. (후략)
『권농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