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서양 제국에서는 모두 회사를 설립하여 상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데, 이는 실로 부강의 기초라 하겠다. 대저 상업이란 한 고장에 없는 것을 영영 없도록 하는 것도 아니며 한 고장에 있는 것을 독점하여 자기 소유를 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곳에 있는 물건을 저쪽 없는 곳에 공급하는 것이다. 또 저쪽에 남는 물건을 부족한 이쪽에다 보태 주는 것이니, 이는 하늘이 사람을 기르고 사람이 생을 누리는 방법이다. 이를 버리고 하지 않으면 농업⋅공업이 모두 피폐해져, 하늘은 사람을 기르지 못하고 사람은 생을 보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성인(聖人)이 『주역(周易)』의 서합(噬嗑)1)
의 상(象)을 보아 사람들에게 낮에 시장에 가 교역하기를 가르친 것이다.
1)
역(易)에서 64괘의 하나로, 입 안의 음식을 씹어서 위 아래가 합치게 한다는 의미이다. 입속에 음식물이 있을 경우 위 아래 간격이 생긴다. 이는 부부와 군신 등 인간 관계가 틈이 생긴 것에 비유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합괘에서는 음식물처럼 사이에 끼어 이간질하는 자에게 형벌을 내려 다스리는 방법이 제시된다. 그 외에 물건을 교역할 때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교환하여 융통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는 『계사전(繫辭傳)』 하(下)의 “한낮에 시장을 열어 천하의 백성을 이르게 하고 천하의 물화(物貨)를 모아 가지고 서로 바꿔 가서 각각 그 자리를 얻게 했다. 이것은 아마도 서합에서 취했을 것이다.”라는 내용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동방의 상인들은 지금까지 4,000여 년을 지내 오는 동안, 단지 한 사람 단독으로 무역하고 바꿀 줄만 알았지,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경영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상업이 성하지 못하고, 나라 형세가 떨치지 못한 지가 오래였다. 저 서양은 그렇지 않아서 한 사람 혼자 힘으로 무역할 수 없으면 반드시 10명이 함께하고, 10명의 힘으로도 되지 않으면 반드시 100명, 1000명이 함께한다. 그래서 크고 작은 일이 성사되지 않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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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회사란 여러 사람이 자본을 합하여 여러 명의 농공(農工)⋅상고(商賈)의 사무를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 운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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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정부에서 그 사업을 장려하여 날로 발전하게 한 회사도 있다. 그러므로 각국 정부가 어떤 회사가 국가에 이로운 것으로 판단되면, 장려하는 방법이 매우 많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정부와 회사가 서로 계약하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큰 손해를 입거나 본래의 자본금에서 결손이 나면 정부가 반드시 결손을 보상하여 사원으로 하여금 항상 본래의 자본금을 축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더러는 정부가 회사의 이익을 보증하기도 하는데, 회사의 이익이 자본금의 이자 수익에도 못 미칠 때는, 정부에서 돈을 내어 그 이식을 충당해서 사원으로 하여금 항상 자본에 대한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크고 작은 회사들이 앞을 다투어 생겨 날로 번성하고 있다.
지금 서양 제국에는 바다에 화륜선이 달리고, 육지에는 화차(火車)가 달리며, 전선을 설치하고 가로등을 켜 그 조화를 무엇이라 이름 지을 수가 없다. 그 대요는 사해(四海)에 출병(出兵)시켜 만국과 통상을 하여 천하에 부강을 떨치고 이웃 나라에 위엄을 보이는 것이 고금 이래로 없던 일이다. 이런 일은 모두 회사가 설립된 이후부터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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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회사 규칙 5조항을 다음에 적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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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표(股票)
주식
를 발매하는데, 만일 회사의 자본금으로 1만 냥이 필요하면 1장의 정가가 10냥짜리 고표 1,000장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마음대로 와서 매입하게 하는데, 고표를 사는 사람을 사원이라 한다.제2조. 회의에서 회계 사무에 능숙한 사람을 뽑아 회사 일을 맡긴다. 혹 고표를 많이 산 사람 몇 사람이 사무를 맡기도 하는데, 역원(役員)이라 이름 한다.
제3조. 역원의 회의에서 매 1년의 회계 사무와 이익의 다소를 신문에 발표하여 사원에게 의욕을 갖도록 하는 한편 이익금을 나눠 보낸다.
제4조. 사원 중에 혹 본전을 빼서 다른 데 투자하기 위해 자기의 고표를 사사로이 다른 사람에게 파는 일을 회사에서 금지하는 법은 원래 없다. 또 고표를 사사로이 파는 규례는 회사의 성쇠와 관계가 있다. 만일 회사의 이익이 매년 많으면 고표의 값이 올라 처음에 10냥짜리 고표가 11~20냥이 되기가 어렵지 않다. 혹은 회사의 이익이 비용 충당에 모자라거나 본전에 결손이 나면, 비록 1,000냥짜리 고표도 휴지에 불과하게 된다. 그러므로 회사에는 특별히 부지런하고 유능한 역원을 뽑아서 항상 회사 일을 살피게 한다.
제5조. 또 다른 종류의 회사에서는 이런 것이 있다. 몇 사람이 스스로 자본을 내어 회사를 세우고 사원 모두가 회사 일을 맡는 제도이다. 혹 몇 사람이 낸 자본이 회사의 자본금에 미달하면 반드시 표권(票卷)을 발행하여 판매해 그 액수를 채운다. 사원과 표권을 산 사람은 매년 이익을 나누고, 또 본전은 몇 년 안에 갚는데, 만일 1,000장의 표(票)의 본전을 20년 안에 갚는다면 매년 추첨을 하여 당첨자에게 50장의 본전을 갚아 퇴사(退社)하게 한다. 그러면 이런 회사는 20년 후면 몇 사람의 소유가 된다.
『한성순보』 제3호, 1883년 11월 20일, 「회사설」
- 역(易)에서 64괘의 하나로, 입 안의 음식을 씹어서 위 아래가 합치게 한다는 의미이다. 입속에 음식물이 있을 경우 위 아래 간격이 생긴다. 이는 부부와 군신 등 인간 관계가 틈이 생긴 것에 비유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합괘에서는 음식물처럼 사이에 끼어 이간질하는 자에게 형벌을 내려 다스리는 방법이 제시된다. 그 외에 물건을 교역할 때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교환하여 융통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는 『계사전(繫辭傳)』 하(下)의 “한낮에 시장을 열어 천하의 백성을 이르게 하고 천하의 물화(物貨)를 모아 가지고 서로 바꿔 가서 각각 그 자리를 얻게 했다. 이것은 아마도 서합에서 취했을 것이다.”라는 내용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