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1300만 원 보상 취지서
대구 광무사장 김광제(金光濟), 서상돈(徐相敦) 씨 등의 서신
삼가 아뢴다. 무릇 신민(臣民)이 된 자가 충성과 의리를 숭상하면 나라가 흥하고 백성이 편안해진다. 반면 불충하고 불의하면 나라는 무너지고 백성은 멸망한다. 비단 고금의 역사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서구 중에서 부강한 나라들과 멸망에 이르게 된 나라들을 보아도 모두 충성과 의리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영향을 받지 않은 경우가 없으며, 이는 과거의 옛 나라들이나 먼 서구의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동양의 가까운 경우를 살펴볼 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일본이다.
예전에 청국 및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이겼다. 이는 군대가 죽음을 무릅쓰고 유혈이 가득한 전쟁터에 기쁘게 뛰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백성들은 신발을 만들어 팔거나 소지품을 팔고, 아녀자들은 반지를 모아서 군자금에 보탰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마침내 동서양 역사상 유례없는 위대한 전공을 세웠고 그 빛나는 무훈이 세상을 진동시켰으니, 이는 5,000만 민족 각 사람의 뜨거운 피에 기인한 것이며 진실로 충성과 의리에서 나온 것이다. 어찌 흠모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아, 우리 2,000만 동포가 이렇게 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때를 만나 어느 한 사람 결심하지도 않고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단지 우리 황상(皇上)이 지극히 근심하시는 것만 바라보면서 수수방관한 채 멸망으로 치닫고 있다면, 이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근래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보면, 나라가 무너져서 멸망한 이집트·베트남·폴란드 등의 민족이 모두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들은 단지 자기 몸과 자기 집만 알았을 뿐 군주와 국가를 생각하지 않아 결국 스스로 멸망하고 말았다. 지금이 바로 정신을 차리고 충성과 의리를 분발할 때가 아닌가? 지금 나라의 빚이 1,300만 원이며, 이는 우리 대한제국의 존망에 관계된 일이다. 이를 갚으면 나라를 보존하게 되고 못 갚으면 나라를 잃고 만다. 형세가 여기에 이르렀으나 현재 국고로는 보상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삼천리 강토는 장차 우리나라가 아니게 될 것이다. 땅을 한 번 잃으면 돌이킬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월남과 같은 나라의 민족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일반 국민도 이 국채 보상에 대한 의무에 대해 모른체 하거나,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다. 모두가 보상에 참여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2,000만의 백성이 3개월 동안 담배를 끊고 그 돈을 각 사람마다 20전씩 낸다면 1,3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만약 부족하다면 1원, 10원, 100원, 1000원 등 따로 기부를 받으면 될 것이다.
사람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의무이니만큼 잠시 결심만 하면 된다. 일본의 결사대들이나 반지와 살림을 내놓은 일본 국민들과 비교하면 무엇이 더 어려운 일이겠는가? 아, 우리 2,000만 동포 중 진실로 조금이라도 애국 사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두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족한 우리들이 이렇게 발기하여 경계하는 글을 계속 내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마음으로 바라는 것은, 우리 대한의 군자들이 모두 보고 말과 글로 서로 경고하여 모든 사람이 이 내용을 알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위로는 황상의 은혜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강토를 지킬 수 있다면 천만다행이라 생각한다.
『대한매일신보』, 1907년 2월 21일, 「국채일천삼백만원보상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