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소년 운동의 시작으로
금일 천도교 소년회의 활동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에게 과거와 현재는 소용이 없고 그들에게는 오직 장래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조선사람은 과거와 현재에 무엇을 가졌는가. 설령 지난 일과 당장 눈앞의 일이 화려하다 할지라도 이것이 우리에게 무슨 유익함이 있으리오. 우리는 다만 내일과 내년의 화려한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따라서 새로운 살림을 부르짖는 우리 사회도 장래를 위하여 사는 것이오, 장래가 곧 우리가 춤출 때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고 믿는 바이다. 한 나라 한 사회나 한 집안의 장래를 맡은 사람은 누구인가. 곧 그 집안이나 그 사회나 그 나라의 아들과 손자일 것이다. 장래에 희망을 두고 어린이에게 장래를 맡기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찌 어린이의 일을 등한시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살림을 부르짖는 우리 사회에서는 과연 아들과 손자를 위하여 어떠한 일을 하였는가. 옛날 일은 지나간 일이라 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수년 동안 우리의 학부형은 그 자손을 위하여 이전에는 없던 애를 써왔다.
다시 말하면 그 자제를 가르치기에 열심히 하며 여러 가지로 자손을 인도하는 데 노력한 것은 근래의 교육열과 향학열이 증명하는 바다. 이는 실로 경하할 만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의 학부형 가운데에는 배우고자 하는 자식을 막아서 한강에 빠져 죽게 만드는 완고한 일이 없지 않다. 이러한 일을 볼 때 뜻있는 사람으로서 누가 한숨을 쉬지 않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오.
이에 자극을 받은 천도교소년회는 어린이를 위한 부모의 도움이 더욱 두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을 기회로 삼아 ‘어린이의 날’이라고 이름하고 “항상 10년 후의 조선을 생각하십시오.”라고 쓴 네 가지의 인쇄물을 시내에 배포하며 소년회원이 거리마다 늘어서서 취지를 선전했다. 이러한 일은 조선 소년 운동의 처음이라 할 수 있으며, 다른 사회에서도 많이 응원하여 “조선사람의 10년 후의 일”을 위하여 노력하기를 바란다.
『동아일보』, 1922년 5월 1일, 「10년 후 조선을 여하라」
조선과 5월 1일
조선에서는 지금까지 이 ‘메이데이’에 대한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올해 5월 1일에는 사회 운동을 표방하는 모모 단체에서 그날 시위운동을 할 것이라는 말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이에 대한 어떤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한다면, 오늘날 조선에서 이날에 대한 시위운동이 있든 없든 우리는 5월 1일 이날이 전 세계의 무산대중에게 얼마나 의미 있게 기념되는 날인가를 생각하며, 이에 따라 우리의 처지가 부유한지 또는 가난한지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만약 우리 자신이 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임을 인정한다면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은 무엇이며 그 사업을 실현할 유일한 방책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여 실행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없으면 오늘날 우리가 무엇 무엇이니 하고 떠드는 것은 모두 쇠에 물방울 떨어뜨리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자포자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5월 1일에 우리 조선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한 가지 좋고 아름다운 일은 ‘어린이날’의 설정과 그에 따라 일어난 소년 운동이라 하겠다.
본 호 가운데 다른 문제에도 기록된 바와 같이 이번 서울 안에 있는 여러 소년 단체에 속한 관계자들이 조직한 소년운동협회에서는 5월 1일 오후 3시 소년 문제에 관한 약 20만 매의 선전지를 배포하고, 밤 7시부터 소년 문제에 관한 연설회와 연예회를 열기로 하였다는데, 이제 그 선전문을 소개하면 이러하다.
가. 어른에게 전하는 부탁
1.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반드시 쳐다보아 주시오.
2. 어린이를 늘 가까이하여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3. 어린이에게 경어(敬語)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해 주시오.
4. 이발이나 목욕 또는 옷 갈아입는 것 같은 것은 때 맞춰 하도록 해 주시오.
5. 산책과 소풍 같은 것을 가끔 시켜서 자연을 사랑하는 버릇을 키워 주시오.
6.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화만 내지 마시고 평화롭게 해 주시오.
7. 어린이를 위하여 즐겁게 놀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주시오.
8. 대우주의 뇌신경 말초는 늙은이에게도 있지 않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않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 있음을 늘 생각해 주시오.
나. 어린이에게 전하는 부탁
1. 돋는 해와 지는 해를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
2. 뒷간이나 담벼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같은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3. 도로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유리 같은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4. 꽃이나 풀을 꺾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5. 전차나 기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합시다.
6. 입은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7. 어른에게는 물론이고 어린이들끼리도 존경하기로 합시다.
「5월 1일은 어떠한 날인가」, 『개벽』 제35호, 1923년 5월 1일, 개벽사
천도교소년회 규약
제1장 총칙
제1조 본회의 명칭은 천도교소년회라 부르며 총본부를 경성에 둠
제2조 본회는 아래 강령의 실현을 기함
一, 소년 대중의 사회적인 새 인격의 향상을 기함
一, 소년 대중의 수운주의적(水雲主義的) 교양과 사회생활의 훈련을 기함
一, 소년 대중의 공고한 단결로써 모든 운동을 지지함
제3조 본회는 천도교청년당의 지도를 받음
제2장 회원
제4조 본회의 회원은 11세 이상 18세 이하의 소년, 소녀로서 본회의 강령 및 규약의 의무 실행과 결의(약속)를 절대복종할 의지가 있는 진실한 사람으로 함. 단, 5세 이상 10세까지의 유년은 유년부를 두어 지도함
제5조 본회의 회원이 되고자 하는 자는 회원 1인의 추천에 따라 입회원서에 입회금을 첨부하여 그 지방 소년회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함
제6조 본회 회원은 일체의 결의(약속)에 절대복종하며 특별한 종류의 지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
제7조 본회 회원은 소속 소년회의 지정한 반에 들어갈 필요가 있음.
제8조 본회 회원으로서 본회의 규약·강령·정신·일체 결의(약속)에 위반할 때에는 집행위원회의 결의로써 충고·회원권을 정지 또는 상실시킴.
(후략)
「천도교 소년회 규약」, 조선 총독부, 『조선의 유사 종교』,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