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립신문
을 오늘 처음으로 출판함을 맞아 조선 속에 있는 내외국 인민에게 우리 주의를 미리 말씀드린다. 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하므로 어떤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 귀천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조선 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며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것이요 백성의 정세를 한국 정부에 전할 것이니 ……(중략)…… 우리가 이 신문을 출판하는 것은 이익을 보려 하는 것이 아니므로 가격을 저렴하게 했고 모두 한글로 써서 남녀 상하 귀천이 모두 보게 했으며, 또 구절을 띄어 써서 알아보기 쉽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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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실만을 다룰 것이며 한국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것이며 탐관오리들의 행적을 세상에 알릴 것이며 백성이라도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은 우리가 찾아서 신문에 설명할 것이다. 우리는 조선 대군주 폐하와 조선 정부와 조선 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이므로 편파적인 의논이나 한쪽의 의견만을 게재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쪽에 영문
으로 기록하는 것은 외국의 인민이 조선 사정을 자세히 모르므로 혹 편파적인 말만 듣고 조선을 잘못 생각할까 봐 실제 사정을 알게 하고자 영문
으로 조금 기록한 것이다. 이로써 이 신문에 조선만 위하는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문'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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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으로 내외의 남녀 상하 귀천이 모두 조선의 일을 서로 알 것이다. 우리가 또 외국의 상황도 조선 인민을 위해 간간히 기록할 것이니 그것으로 외국에 가지 못하더라도 조선 인민이 외국 사정도 알게 될 것이다. 오늘은 처음인 고로 대강 우리 주의만 세상에 알리며, 우리 신문을 보면 조선 인민의 소견과 지혜가 진보할 것을 믿는다. 논설을 마치기 전에 우리 대군주 폐하에게 송덕하고 만세를 부르나이다.
우리 신문이 한문을 쓰지 않고 한글만 쓰는 것은 상하 귀천이 다 보게 하기 위함이다. 또 한글을 이렇게 띄어쓰기를 한 것은 아무라도 쉽게 신문의 글을 자세히 알아보게 하기 위함이다. 각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를 무론하고 자기 나라의 언어를 먼저 배운 후에야 외국어를 배우는데 조선에서는 한글은 배우지 않고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한글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한글과 한문을 비교해 볼 때 한글의 우수한 점은 첫째 배우기 쉬운 글이며, 둘째 이 글이 조선의 글이므로 상하 귀천이 모두 보고 알아보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문만 쓰면서 한글은 폐한 까닭에 한글로 쓴 것은 조선 인민이 오히려 잘 알아보지 못하고 한문을 잘 알아보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또 한글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은 첫째 말마디를 띄지 않고 이어 써나가는 까닭에 글자가 위부턴지 아래부턴지 몰라서 몇 번 읽어본 후에야 글자가 어디부터인지 비로소 알고 읽으니, 한글로 쓴 편지 한 장을 보려면 한문으로 쓴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또 그나마 한글을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잘 읽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과 국가의 문서를 한문으로만 쓰니 한문을 못하는 명령에 대해서 인민은 남의 말만 들을 뿐 직접 그 글을 읽지 못하니 결국 병신이 되는 것이다.
한문을 못한다고 그 사람이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 한글만 잘하고 다른 지식과 학문이 있으면 그 사람은 한문만 배우고 다른 지식과 학문이 없는 사람보다 유식하고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조선의 부인들도 한글을 잘하고 각종 지식과 학문을 배워 소견이 높고 행실이 정직하면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그 부인은 한문은 잘하면서 다른 것은 모르는 귀족 남자보다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다. 우리 신문은 빈부귀천에 상관없이 이 신문을 보고 외국에 대한 지식과 사정을 알게 하려는 것이라. 남녀노소 상하 귀천 간에 우리 신문을 하루건너 몇 달간 보면 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학문이 생길 것을 미리 아는 바다.
『독립신문』, 1896년 4월 7일, 「논셜 : 우리가 독닙신문을 오날 처음으로 츌판하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