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일어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중략)…… 역사상 민족과 국가가 흥하고 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말하기를 문명한 정도와 세력의 강약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서양 학자들의 말에 “생존경쟁은 하늘의 이치이며 우승열패(優勝劣敗)
나은 자는 이기고 못한 자는 패함. 또는 강한 자는 번성하고 약한 자는 쇠멸함
는 당연한 일이다”라고 하니, 이렇게 말한 것이 인의 도덕의 말에 어찌 위배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인의 도덕에 관계된 것이라 하더라도 결국 총명한 지혜와 강한 용기를 가진 자가 그것을 모두 가지게 되어 있으며, 우매하고 유약한 자는 가질 수 없다. 하물며 경쟁을 통해 얻는 권력이라면 어찌 우월자가 이기고 열등한 자는 패배하지 않겠는가.아, 천지가 생긴 이래 생물들은 항상 경쟁해 왔다. ……(중략)……
그렇다면 누가 이기고 누가 패했는가. 지혜가 우월한 자가 이겼고 지혜가 열등한 자가 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 따름이다. 태고에 세계는 인간과 짐승이 경쟁하던 시대였다. ……(중략)…… 짐승은 털·발톱·이빨·발굽·뿔 등 이로운 기관이 있어 사람보다 앞서는 점이 많았고, 사람이 짐승에게 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끝내 인류가 이겼고 짐승이 진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은 짐승보다 지혜가 있었고 또 도구를 만들어 이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혜가 없어 도구를 만들지 못했다면 사람은 이미 멸망한 지 오래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 그 지식을 넓히고 이로운 도구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또한 짐승과 같을 뿐이다. 타인에게 삼키고 타인에 의해 쫓겨나는 것이 또한 마땅하지 않는가? 천지와 생물의 어짐[仁]으로 말한다면 사람과 금수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옛 성인이 짐승들과의 경쟁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것은 짐승들의 위험을 제거하지 않으면 사람이 편안히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고대 이래로 지력을 겨루는 것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지금은 모든 바닷길이 크게 열리고 모든 대륙이 서로 연결되어 모든 인종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지식에 밝고 세력을 키운 인종은 우등 인종이라 하고, 지식에 어둡고 세력이 줄어든 인종은 열등 인종이라고 하며, 우등 인종이 열등 인종을 야만인으로 여기고 희생시키면서 쫓아내거나 살해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열등 인종은 생존할 수가 없어 점차 쇠약해져 멸망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들이나 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이 바로 그들이다. ……(중략)…… 지금 시대에 열등 인종이 우등 인종에게 쫓겨나는 것은 상고시대에 짐승이 사람에게 쫓겨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생존경쟁은 하늘의 뜻이며 우승열패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략)…… 이는 무엇 때문인가? 오직 학문의 있고 없음으로 등급이 이같이 현저하게 달라져서 안전함과 위험함, 영광과 오욕, 고통과 즐거움이 하늘과 땅 차이로 나뉘니 깊이 생각할 일이 아니겠는가?
대개 세력은 지혜에서 생기며 지혜는 학문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지금 세계의 문명 부강한 나라들은 그 국민이 각기 그 학업에 힘쓰고 지식을 넓힌 효과이니 어찌 다른 것이 원인이겠는가? 지금 우리 대한 동포들은 이 시대를 맞아 어떤 등급에 자리해 있을까? 이 정도의 지식과 이 정도의 세력으로는 이미 우등한 자리를 잃어버렸다. 다른 민족의 노예와 희생이 되는 것이 목전에 닥쳤으니 진실로 깨달을 만한 성품이 있는 자라면 놀라서 분발할 것이지만, 오히려 전처럼 긴 꿈에 깊이 취하여 깨어나지 않으니 장차 어찌하겠는가?
……(중략)……자기 신세야 누추한 옛 습속에서 자라 머리가 이미 굳어 세월을 거스르기 어렵기에 새로운 학문과 지식을 배우는 것이 또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차마 그 자손들을 게으르게 내버려 두어 학문을 배우지 않고 지식과 재주를 갖추지 못해 하등(下等)한 자리로 더 깊이 빠지게 하여 다른 사람의 노예와 희생이 되도록 하겠는가? 옛사람이 말하길 자식을 기르면서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죄라고 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지나간 세월만 생각하고 장차 올 화복(禍福)을 깨닫지 못하여 자식의 교육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국가의 죄인일 뿐 아니라 진실로 자손의 죄인이니 어찌 탄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략)……
『서우』1호, 1906년 12월 1일, 「논설 : 교육이 불흥이면 생존을 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