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남극 과학기지(세종) 준공 현판식
가. ‘88.2.16 오후 기상조건의 허용과 칠레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공군기를 이용, 예정대로 푼타아레나스를 출발, 남극 킹조지섬에 도착하였으며, 동일 저녁 9시 30분부터 약 10분간 전대통령과 박[긍식]장관 간의 통화가 있었음.
나. ‘88.2.17 오전 10:00(현지시간)에 역사적인 세종 남극과학기지의 준공 현판식을 개최, 송원오 남극기지 건설 단장의 경과 보고와 허형택 해양(연[구소])소장의 치사 및 당처[과학기술처] 박장관의 치사와 이용훈 주칠레대사의 축사가 있었음.
다. 준공식 후 “세종 남극과학기지(King Sejong Station)” 현판식이 있었고, 본관동의 Tape-cutting이 있었음.
라. 동 준공 현판식에는 소련, 중공, 칠레, 스페인 등 남극과학기지장들이 참석하였고, 2개월이란 단기간에 훌륭한 기지를 건설, 좋은 시설을 갖춘 한국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새로운 인식 제고의 기회가 되었음.
- 과학기술처, 「칠레 방문 및 남극과학기지 준공 현판식 보고」(1988.2.22.), 4쪽, 『남극기지 설치, 1985-88 : 8권, 준공설치』, 외교부 국제법규과, 1988.
「내가 본 남극과 세종기지」
세계에서 18번째로 남극에 과학기지를 건설한 한국. 현지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백색의 사막, 인류최후의 대륙으로 불리우고 있는 남극에 우리나라 연구기지가 세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 공사를 시작한 세종기지(The King Sejong Station)는 2월5일 공사를 마치게 된다.
까마득한 태고부터 쌓여온 수천m 깊이의 눈과 지상 최악의 기상조건으로 탐험가의 모험이나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어왔던 남극에 우리도 연구자의 일원으로 접근한 것이다. 우리의 세종기지는 광활한 남극대륙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1820년 영국의 '브린드 필드'에 의해 발견된 남극대륙은 극한상황을 이길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고갈되어 가는 자원의 확보를 위해 세계각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17개국에서 44개의 상설과학기지를 운영하면서 각자 남극의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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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지의 규모는 거주동 64평, 연구동 81평, 하계연구동 42평, 발전 및 식품저장고 1백21평, 장비지원동 49평, 지자기관측동 및 지진파동 각 5평 등 모두 4백20평이다.
그외 부대시설로 3m 깊이의 부두시설 담수설비 소각설비 저유시설 통신시설 냉동 및 냉장시설 등. 통신 및 소각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기자재를 사용했으며 건물들은 모두 조립식으로 한국에서 모든 부품 자재들을 제작했고 현지에서는 조립만 한 것이다. 눈보라를 피하기 위해 건물은 지상에서 1.5m 높이의 고상식(高床式)으로 했고 지붕은 완만한 경사의 평면으로 했다. 고드름을 없애기 위해 처마를 없앤 형태의 독특한 건물이다.
특히 소각시설은 모든 오물과 폐기물들을 완전히 소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우리 기지만이 갖춘 장점. 소각연기까지 고려될 정도로 각국 기지들은 환경보존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남극기지 방문자들은 칠레공군수송기를 이용하는데 날씨 때문에 비행계획이 바꿔지기 일쑤다. '휴고'란 칠레공군수송장교는 "언제 남극에 간다거나 남극에서 나간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귀뜸한다. 그만큼 이곳의 기상변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특히 남극대륙과 남미대륙 사이에 있는 드레이크해협은 세계적인 악천후지역으로 남극비행이나 항해의 중요한 장애지역. 남빙양의 찬물과 대서양 태평양의 따뜻한 물이 부딪치면서 심한 기후변화와 함께 풍랑을 일으키고 유빙(流氷)까지 겹쳐 선박의 항해가 어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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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국, 64개 과학기지에서 연구중
남극대륙에서 맨처음 상주기지를 설치한 나라는 칠레. 1947년 칠레가 상주기지를 설치한 이후 과학적 탐사 영토확보 및 군사적 목적을 위해 많은 나라들이 잇따라 기지를 설치했다.
현재 가장 많은 기지를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으로 남극대륙에 1개의 하계기지를 포함, 모두 6개의 기지를 갖고 있다. 소련도 4개의 여름기지를 포함 6개의 기지를 갖고 있어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이 갖고 있는 기지는 지난 56년에 남극점에 건설한 '아문젠 스코트'기지를 비롯해 남극대륙에서 병참기지 구실을 하는 맥머드기지가 있다. 이 기지에는 건물만 1백50여동이 있다. 미국의 4개 상설기지에 근무하는 과학자 수는 1백80여명이며 연간 운영경비는 1억2천만달러(84년기준). 맥머드기지에서는 원자력발전소를 가동시킨 적이 있었으나 남극의 비핵화조약에 따라 75년에 원전이 철거됐다.
최대인원을 수용하고 있는 기지는 소련의 모로조지나야기지로 상주인원은 1백20명. 킹조지섬에 있는 소련의 베링하우젠기지는 치과의사까지 있는 상주인원이 30명에 가까운 큰 기지다. 동독은 이 소련기지의 방 두칸짜리 건물을 빌어 2명의 과학자가 있는 초미니기지. 국기게양대에는 소련기지밑에 동독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일본은 옹골섬에 월동대원 약 30명을 수용하는 쇼와(昭和)기지를 두고 있다. 또 내륙에는 미즈호기지와 간이관측소(아스카관측소)를 두고 내륙의 빙설과 지구과학을 중심으로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로킷발사대까지 갖춰놓고 있다. 일본은 전천후 쇄빙선 시레세호(1만1천6백t)를 보유하고 있어 전천후 탐사활동이 가능하다.
킹조지섬에는 가장 많은 기지가 몰려 있다. 아르헨티나 소련 칠레 폴란드 중공 우루과이 브라질기지 등 7개가 있고 우리나라 기지까지 들어서면 모두 8개가 된다. 소련에 붙어 있는 동독기지까지 합치면 모두 9개가 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칠레의 마쉬기지는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준군사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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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과학적 연구협조와 영토의 확보란 이율배반의 두 개념이 혼재하고 있다. 이 속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어떤 새로운 연구과제를 택할 것이며, 결국 이들 연구가 국제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것인가 주목된다.
『과학동아』 1988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