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령 선포에 즈음한 담화문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20:00시를 기하여 정부는 수도 서울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가정과 일터에서 이 예기치 않았던 나의 갑작스러운 결정을 듣고 있는 국민 여러분들은 놀라움과 함께 불안한 감을 금치 못할 것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읍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나와 이 정부가 참을대로 참다가 이 마지못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을 먼저 국민 앞에 밝혀 두면서 이 나라의 민족적 발전을 위한 이 부득이한 조치를 깊이 이해해 줄 것을 여러분의 애국충정에 호소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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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근간 국정전반에 걸쳐 일부학생들의 도에 넘치는 현실참여는 이 나라 민주주의의 앞날에 새로운 암영을 던져주고 있으며 특히 최근 나타난 학생들의 반정부적파괴행동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불순하고 무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3·24 학생데모 이래 산발적으로 지속된 학생들의 데모를 우리는 그 동기에 있어서만은 순수한 것으로 믿어 왔고 또한 그것이 젊은 세대의 정열과 고민의 배출구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나머지 관대히 다스리기에 갖은 고충을 아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학생들의 데모를 냉철히 관찰해 볼 때 정부의 관대한 태도로 이를 묵과해 주고 한걸음 나아가서는 애국적 행동으로 이 이상 동정해 줄 수는 도저히 없다는 것을 나는 단정하기에 이르렀읍니다.
그것은 동기여하를 불문하고 학생들이 심지어는 해괴망측한 방법과 극렬한 언동, 그리고 끝내는 공공시설의 파괴로써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부정 도괴(倒壞)
무너뜨림
시키려는 불순한 경향이 노골적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합헌적인 절차에 의해 수립된 정부에 대하여 전면적인 부정으로 도전함으로써 어려운 여건하에서나마 경제적 난관과 민생문제를 타개하려는 정부의 행정기능마저를 림비케 하고 대외적으로는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켜 점차 탈락과 쇠잔의 길을 면치 못하게 될 이 현실을 보고 묵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시대적 감각으로 보아서 이상에 치우치는 까닭에 현실에 대해서 욕구가 불만함은 수긍하나 이 난국의 연원과 내일의 조국이 직면할 또 다른 문제에 관해 심려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을 과학적으로 구명함이 없이 우선 정권을 무너뜨려 놓고 보자는 비지성적이며 무책임한 행동의 연속은 앞으로의 헌정을 위해서 단호히 근절시켜야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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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학생들에게 인내로써 끝내 다스리려 했으나 인내의 이 이상 계속은 더욱 사태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 예측되므로 실효없는 사후조치보다도 파국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있는 사전조치가 절실함을 느껴 이 불가피한 단안을 내리기에 이른 것입니다.
나는 결코 이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한국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민의에 의하여 수립된 정부가 그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입증시키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일부 불순한 학생들의 오만과 불손의 파괴적 행동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한없이 조성될 만성적 정치불안을 우려하여 그 고질을 도려내어 차제에 데모 만능의 풍조를 발본색원할 방침인 것을 분명히 해두는 바입니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불가피하게 요청된 계엄령 선포가 결코 문제해결을 위한 최상의 방식이 아님을 모르는 바 아니나 현실이 정치문제 이전으로 돌아가 국가자체의 통치기능과 대의질서를 수호해야 한다는 엄연한 명제앞에서 정부는 최단시일내에 안정을 회복시키는 한편 데모로써 혼돈된 행정력을 정비하여 민생문제를 비롯한 본연의 임무에 전력을 경주하면서 조속히 계엄을 해제할 것입니다.
계엄기간중 난동, 파괴, 불온한 선동, 유언비어 조작을 비롯한 범법행위와 혼란을 틈탄 일절의 공산세력은 단호히 엄단될 것이지만 시민생활에 대해서는 추호의 위축도 주지 않을 것이며 모든 자유는 최대한으로 보장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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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국민 여러분은 우리가 지금 국제사회의 주목 속에 서있다는 사실과 이 고난의 극복이 민족적인 공동운명 속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자중자애하며 냉철한 이성으로 일관하여 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있기를 당부해 마지않습니다.
1964년 6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에 즈음한 담화문」, 1964년 6월 3일, 대통령기록관 기록컬렉션 연설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