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특별성명
4반세기에 걸친 남북 간의 장벽은 온갖 민족비극의 원천이며, 특히 남북으로 갈린 이산가족들의 비극은 금세기 인류의 상징적 비극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인류애와 재난의 구호를 위한 봉사를 기본으로 하는 적십자 정신을 구현해야 할 우리에게 있어서 실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물론 이러한 이산가족의 비극은 남북 간의 장벽이 해소됨으로써 완전히 종식될 것이나 이것이 단시일 내에 이룩되기 어려운 현실 하에서 적어도 1천만 남북 이산가족들의 실태를 확인하고 이들의 소식을 알려주며 재회를 알선하는 가족 찾기 운동만이라도 우선 전개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대한적십자사를 대표하여 적십자정신에 따라 남북 간의 순수한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목적으로 남북적십자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의합니다.
첫째 남북 간의 가족 찾기운동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 적십자대표가 한 자리에 마주앉아 회담할 것을 제의한다.
둘째 본회담의 절차상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하여 늦어도 오는 10월 안으로 제네바에서 예비회담을 개회할 것을 제의한다.
이상과 같은 우리의 제의에 대하여 북한적십자사가 방송 통신망 또는 국제적십자사를 통해서나 여타 가능한 방법으로 그 의사를 우리에게 전달하여 줄 것을 희망한다.
우리는 북한적십자사가 적십자정신과 그 기본임무에 입각하여 이러한 순수한 인도적 제의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1971년 8월 12일
대한적십자사 총재 최두선(崔斗善)
「한적총재의 남북적십자회담 제의 성명발표」, 1971. 8. 12, 『남북대화사료집』 2, 국토통일원, 1988
북한적십자회 회답
귀하가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들의 시종일관한 애국적인 호소에 호응하여 남북접촉을 실현할 용단을 내린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제에 대해서 말한다면 우리는 남북에 헤어져 있는 가족과 친척, 친우의 절실한 염원에 비추어 다만 가족 찾기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인정한다. 남북한 전체인민의 공통한 염원과 인도주의적인 원칙에서 출발하여 남북한 적십자단체의 공통한 염원과 인도주의적인 원칙에서 출발하여 남북한 적십자단체의 대표회의에 가족 찾기운동을 포함한 다음과 같은 문제를 토의할 것을 여기에 정중히 제안한다.
① 남북으로 헤어져 있는 가족과 친척, 친우의 자유로운 왕래와 상호방문을 실현하는 문제.
② 남북 간 분단된 가족과 친척⋅친우의 자유로운 편지 교환을 실시할 문제.
③ 귀하(대한적십자사 최두선 총재)가 제안한 바 있는 가족을 찾아 재회시키는 문제.
우리는 남북 적십자단체 대표가 순수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일당(一堂)에 모여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면 반드시 상호간에 공통점을 발견하여 민족적인 이익에 부합되도록 모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예비회담 장소와 관련한 귀하의 의견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제3국을 회담장소로 하는 것은 비민족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의 내부문제를 토의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를 취할 것이며 무엇 때문에 먼 타국에서 만날 필요가 있으리까.
우리는 우리나라의 국토인 판문점에서 회담할 것을 제안한다.
판문점은 제네바에 못지않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만약 판문점의 회장(會場) 시설이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관계상 불합리하다고 한다면 우리들은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새로운 건물을 세워 회담의 성과적인 진행을 위한 모든 편의를 제공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 우리들은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9월말까지에 쌍방 대표가 예비회담을 열 것을 제안한다.
양 적십자단체간의 연락방법으로는 통신과 라디오 또는 TV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중요성에 비추어 우리들은 연락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당해 적십자단체의 신임장을 소지한 파견원이 판문점에서 서한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연락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오는 8월 20일 정오 우리 적십자사 서한을 가진 2명의 파견원을 판문점에 보내려고 한다. 그 시각에 귀사의 파견원이 현장에서 우리들의 서한을 기꺼이 받아주기 바란다.
북한적십자회는 우리들의 동포애와 인도주의적 제안에 대하여 귀하의 긍정적인 회답이 있으리라는 확신을 표명한다.
1971년 8월 14일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 손성필(孫成弼)
「북적위원장 수락 표명」, 1971. 8. 14 『남북대화사료집』 2, 국토통일원,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