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경제조선 전기수취 체제의 확립

경국대전의 수세 규정

모든 토지는 매해 9월 보름 전에 수령이 농사 형편을 살펴서 등급을 심의⋅결정한다(읍내와 4면을 각각 나누어 등급을 매긴다). 관찰사가 이를 다시 심의하여 보고하면 의정부육조에서 함께 토의하여 다시 임금에게 보고한 다음 조세를 징수한다(소출이 10분의 10이면 상상년으로 잡아 매 1결에 20말씩 거두며 ……(중략)…… 2분이면 하하년으로 잡아 4말씩 거두며, 1분이면 조세를 면제한다. 영안도⋅평안도는 3분의 1을 감해 주고 제주의 세 고을은 절반을 감해 준다).

새로 개간한 토지, 전부 재해를 입은 토지, 절반 이상 재해를 입은 토지, 병으로 농사짓지 못하고 전부 묵힌 토지에 대해서는 농부들이 권농관(勸農官)에게 신고하게 하고 권농관은 그것을 직접 조사하여 8월 보름 전에 수령에게 보고하며(농민 자신이 만약 사정에 의하여 직접 신고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권농관이 신고한다), 수령은 현지 조사를 해서 관찰사에게 보고하며 (더 개간한 토지는 주변 토지의 등급에 준하여 계산한다), 관찰사는 그것이 사실인가를 조사하여 토지대장에 기록한 뒤 확인서를 수령에게 돌려주고, 9월 보름 전에 숫자를 자세히 적어서 임금에게 보고한다. 임금은 조정의 관리를 파견하여 상기 토지대장의 기록과 확인서를 참고하여 다시 심의하고 임금에게 보고한 후 조세를 정한다(전부 재해를 입은 토지와 전부 묵힌 토지는 조세를 면제한다. 절반 이상 재해를 입은 토지는 그 재해 정도가 6분이면 6분을 면제해 주고 4분만 받아들이는데 9분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규례대로 조세를 받는다).

만일 농부가 재해를 입었다고 허위 신고를 하거나 해당 아전⋅권농관⋅서원(書員) 등이 농부와 공모하여 협잡을 했을 경우 다른 사람이 신고하는 것도 허락하며, 허위 신고를 한 토지 1짐에 태형 10대를 적용하는 동시에 매 1짐이 올라감에 따라 한 등급씩 올려서 형장 100대에 이르면 군사로 넣는다. 그리고 허위 신고한 토지는 고발한 사람에게 주고 거기서 얻은 이득은 관청에서 몰수한다. 수령의 경우 10짐 이상이면 파면시키고, 내막을 알고도 협잡을 하였을 때에는 임명장을 빼앗고 영원히 등용하지 않는다.

부치다가 묵히다가 하는 토지와 더 개간한 토지는 가경하는 데 따라 조세를 거둔다.

간석지에 대해서는 첫 해에는 조세를 면제하고 이듬해에는 절반을 징수한다.

귀화한 사람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조세를 면제해 준다.

경국대전』권2, 「호전」, 수세

凡田每歲, 九月望前, 守令審定. 年分等第【邑內及四面, 各分等第】 觀察使更審啓聞, 議政府六曹, 同議更啓, 收稅.【實十分爲上上年, 每一結收二十斗 ……(中略)…… 二分爲下下年, 收四斗, 一分則免稅, 永安平安道, 减三分之一, 濟州三邑减半.】

新加耕田, 全災傷田, 過半災傷田, 因病未耕全陳田, 並聽佃夫, 狀告勸農官, 勸農官親審, 八月望前, 告守令,【佃夫若因事故, 未自狀告者, 勸農官狀告.】 守令踏勘, 打量,【加耕田, 准旁田品等, 打量.】 報觀察使, 觀察使覈實, 置簿後, 所報立案, 還授守令, 九月望前, 具數啓聞. 遣朝官, 憑考上項, 置簿及立案, 覆審啓定租稅.【全災傷田, 及全陳田則免稅, 過半災傷田, 則其災傷, 至六分者, 六分免稅, 四分收稅, 以至九分, 並依此例 ……(中略)…… 】如有佃夫, 冒告災傷, 及當該吏勸農官書員, 通同妄冒者, 許人陳告, 一負各笞一十, 每一負, 加一等, 罪止杖一百充軍. 其妄冒田, 給陳告人, 花利入官. 守令則十負以上罷黜, 其知情妄冒者, 追奪告身, 永不叙用.

續田加耕田, 随起收稅.

海澤, 初年免稅, 次年半收.

向化人, 三年免稅.

『經國大典』卷2, 「戶典」, 收稅

이 사료는 『경국대전』의 「호전」에 수록된 수세 규정이다. 「호전」에는 재정 및 경제와 그와 관련한 사항으로 호적⋅조세⋅녹봉⋅통화⋅부채⋅상업과 잡업⋅창고와 환곡(還穀)조운(漕運)⋅어장(漁場)⋅염장(鹽場)에 관한 규정을 비롯하여, 토지⋅가옥⋅노비⋅우마의 매매와 오늘날의 등기제도에 해당하는 입안(立案)에 관한 것, 그리고 채무의 변제와 이자율에 관한 규정이 수록되어 있다.

경국대전』 「호전」에 실린 수세 제도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토지는 매년 9월 보름 전에 수령이 작황을 심사하여 그 연분의 등급을 정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어서 관찰사가 다시 심사하여 왕에게 보고하고, 의정부육조가 함께 회의, 상주(上奏)하여 왕의 재가를 받은 다음 수세한다고 하였다. 연분9등법에 따른 수세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소출이 10분의 10이면 상상년으로 잡아 매 1결에 20말씩 거두며, 점차 등급에 차이를 두었는데, 2분이면 하하년으로 잡아 4말씩 거두며 1분이면 조세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세주(細註)인 “읍내와 4면을 각각 나누어 등급을 매긴다”는 내용은 공법에 규정된 1읍 단위의 연분등제가 너무 소루하다 하여, 1454년(단종 2년) 8월에 이를 면 단위로 고쳐 1읍 안에 읍내와 동⋅서⋅남⋅북 등 다섯 가지 연분을 정하게 한 내용이 법조문에 실리게 되었다. 이는 1475년(성종 6년)에 다시 세분하여 산천으로 나누어진 거의 동일한 자연 조건을 가진 지역인 고원(庫員) 단위로 재조정되었다.

새로 경작되는 토지, 모두 재해를 당한 토지, 반 이상이 재해를 입은 토지, 병으로 경작하지 못하여 전면 황폐한 토지는 모두 농민이 권농관에게 신고하는 것을 허락하며, 권농관은 실지를 답사하여 8월 보름 전에 수령에게 고한다고 규정하였다. 특히 질병으로 진황(陳荒)하게 될 때 족친과 이웃으로 하여금 경작하게 한다는 규정은 태조 때 이미 입법화되었다.

이와 함께 신고나 답험에서 부정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도 만들어졌다. 만약 농민이 재상(災傷)을 거짓 보고하거나 당해 관리⋅권농관⋅서원(書員)이 허위 신고하였을 때는 허위 신고 1부(負)에 대해 각 태(笞) 10의 형에 처하는 처벌을 행하도록 하였다. 또 속전(續田)과 가경전(加耕田)은 기경(起耕)함에 따라 징세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특히 이 시대에는 정전(正田)속전(續田)의 구분이 애매하여 휴한을 행하는 농지까지도 정전으로 편입한 것이 많았다. 따라서 1453년(단종 1년)에는 전라도의 정전 중 휴한의 빈도가 높은 것은 속전에 편입하고 경상⋅충청도에서 척박하여 진황된 토지는 가급적 면세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였다. 이와 같은 속전은 시기에 따라 수세하였는데, 이는 아직도 완강히 잔존하였던 휴한 농지에 가장 적절한 수세법이라 할 수 있다.

경작과 황폐화된 토지를 불문한 채 모두 수세한 정전의 경우는 당시의 연작 농지에 가장 알맞은 수세법으로 보인다. 또한 간척한 해택지(海澤地)를 기경하였을 때에는 첫 해에 면세하고 그 다음 해에는 반만 수세하였으며, 아울러 귀화인에 대해서도 3년간 면세하였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조선 전기 세종(世宗, 재위 1418~1450) 조에 만들어진 공법에서는 심각한 지역 간 생산력의 격차와 기후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수세 제도를 마련하려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종래의 답험손실법(踏驗損實法)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제의 농업 생산력을 과대평가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결 면적을 축소했기 때문에, 비록 20분의 1로 세를 낮추었지만 결수와 수세량의 증대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사정은 성종(成宗, 재위 1469~1494) 조 이후부터 점차 전세를 하하년의 4두로만 책정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이제 과전법과는 달리 조와 세는 세로서 통일되었으며, 세를 국가에 낼 필요가 없는 면세전은 『경국대전』에 따로 밝혀 놓았다. 더구나 『경국대전』의 「호전」에서는 작황의 심사와 연분 등급 책정, 신가경전, 재상전 등의 농민 신고와 권농관의 실지 답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부정의 처벌 내용 등이 엄격히 규정되어 있었다. 특히 속전과 개간지 등의 기경에 따른 수세 규정도 마련되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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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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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저
「국가재정」, 이재룡, 국사편찬위원회, 2003.
『조선시대 농업사 연구』, 한국농업사학회 편, 국학자료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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