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환회 취지서
무릇 하나님께서 내신 바 사람은 남녀가 일반이라. 우리는 한국의 여자로 학문에 종사하지 못하고 다만 길쌈에 골몰하고 반찬에 분주하여 사람의 의무를 알지 못하였는데 근일에 들리는 말이 국채 1,300만원에 전국의 흥망이 갚고 못갚는데 있다고 떠드는 말을 듣고 생각하니,
슬프다 우리나라 정부 집정하는 분들이여. 강토를 가벼히 여겨 토지를 전당 잡히고 국채를 빌렸지만 갚을 길은 묘연하여 1년을 넘어 10년이 되어도 갚지 못하면 4,000년 고국의 500년 종사
와 삼천리 강토에 2,000만 생령이 빚값에 다 없어져도 다 갚지 못하고 빚 귀신[債鬼]1)
이 될 것이다.
'종사' 관련자료
1)
악착같이 빚 갚기를 졸라 대는 빚쟁이의 비유
우리 각 사람이 몸둔 곳은 나라다. 나라가 없어지면 어찌 완전함이 있으리오. 슬프다. 우리 동포자매여. 수백 년 압제에 자유의 즐거움을 다 잃고 의복과 음식의 소중함과 아들, 딸에 대한 사랑을 인생의 낙으로 알았는데, 국가가 위태하다는 말이 한 번 귀에 들어오니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사랑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라가 한 번 위태하고 보면 침상의 늙은 부모는 장차 어느 곳에 장사를 지내고, 강보의 어린아이는 장차 누구의 종이 될 것인가. 말과 생각이 이 지경에 이르니 심장이 상하여 눈물이 그치지 않고 천지가 아득하다. 강보에 싸인 철부지와 태중의 남녀를 알지 분별하지 못하는 아이는 장차 누구의 죄로 사람 노릇도 해보지 못하고 떠돌면서 남의 노예를 면치 못할 것인가.
아들을 낳아 뭣할 것이며, 딸은 길러 뭘할까. 이런 까닭으로 뜻 있는 신사들이 술과 담배를 끊는다, 밥을 줄인다 여러 가지로 빚을 갚을 방침을 연구하여 전국이 분주하니 우리도 2,000만 인구 중 한 사람이라 아득한 마음에 생각하고 생각하니 기쁘고 기쁘다. 국채 1,300만원이라는 수는 얼마나 많은지 헤아리기 어려우니 갚을 방침은 우리 동포의 마음 가운데 있는 줄 알고 기쁨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대략 2,000만 명 중 여자가 1,000만 명이오, 1,000만 중에 반지 있는 이가 반은 될 것이니 반지당 2원씩만 셈하고 보면 1,000만원이 여인의 수중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지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무릇 그 물건되는 것이 춥고 배고픈 것과도 상관이 없고 다만 손가락을 속박할 것 뿐이오. 여인의 사랑하는 것이나 자녀에 비할 바인가. 우리나라 수백 년 풍습이 이렇게 소용없는 것을 이렇게 사랑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겠다. 그런데 오늘날 이 중대한 일을 성취하려 예비함이로다. 이렇듯 국채를 갚고 보면 국권만 회복할 뿐 아니라 우리 여자의 힘을 세상에 전파하여 남녀동등권을 찾을 것이니
여보시오, 여보시오. 우리 여자 동포님네들. 한 목소리, 한 마음으로 때를 잃지 말고 반지 한 번 벗게 되면, 1,000만 명의 넷째 손가락을 속박하던 것을 벗어서 외국인들에게 수모 당하는 것을 피하고 자유 국권을 회복하여 독립의 기초를 이날에 놓을 수 있다. 충군애국하던 민영환과 최익현
은 생명도 아끼지 않았고, 학문에 종사하던 일본 유학생들은 손가락도 끊는데 하물며 쓸데없는 반지를 벗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동포님네 동포님들과 깊이깊이 생각하면 못할 일이 아니오니 어서 속히 결단하여 한꺼번에 반지를 벗으면, 이는 나라의 행복이요 백성들의 행복이다.
'최익현' 관련자료
장정
일 회의 이름은 국채 보상
탈환회로 한다.
'국채 보상' 관련자료
일 의연금은 패물과 현금으로 모집하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다.
일 의연 물품은 본군 취송회로 보내서 성명과 금액을 신문에 공포한다.
발기인 장의근의 장모 공씨, 김덕유의 조모 엄씨 등
『대한매일신보』, 1907년 4월 23일, 「탈환회취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