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경제현대미군정기 경제와 전후 경제 재건

미 군정의 미곡 수집령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 법령 제45호

미곡수집령

제1조 목적

광범한 기아, 영양불량, 질병, 민심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조선군정청은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에 있는 미곡을 수집하되, 적당한 가격을 지불함. 단 매 호(戶)에서는 1석(一石)의 100분의 45(67.5 킬로그램)를 상주하는 가족 인원 수로 곱한 수량의 백미 혹 현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음. 백미 혹 현미에 대신하여 벼(正租)로 전부 혹은 일부의 대등량을 소지할 수 있음.

제2조 미곡의 양도

지방군정장관의 관할 하에 있는 기관으로서 면제를 받는 정부, 종교, 교육, 의료, 사회후생기관의 주관자 이외에 앞 조에 규정한 수량 이상을 소지한 자는 미곡소재지의 부윤(府尹), 읍⋅면장의 요구가 있을 때, 그 초과량을 부윤(府尹), 읍⋅면장 또는 그 대리인에게 양도하고, 공시(公示)로 결정된 최고 공정가격으로 법정 화폐(法貨), 또는 부윤(府尹), 읍⋅면장 혹은 그 위임기관이 서명 날인한 지불명령서로 그 대가 지불을 수령함.

제3조 군수, 부윤, 읍, 면, 정회장(町會長)의 직책

(가) 부윤, 읍, 면장은 소속 지방 군정장관(또는 군수)의 명령에 따라 아래사항을 조사하여 소속지방 군정장관에게 서면으로 보고함.

① 부윤, 읍, 면 각 농가에서 이전 추수시에 수확한 미곡, 기타 곡류(따로 기입한)의 수량

② 부윤, 읍, 면에 단독 거주자 수, 세대 수와 각 세대의 상주하는 인원 수

③ 부윤, 읍, 면에 거주하는 각 개인 또는 각 가족이 소유한 별도로 기입한 벼(正租), 현미, 백미와 기타 곡물의 수량과 그 위치

④ 부윤, 읍, 면에서 차기 곡물경작에 필요한 종자의 수량

(나) 소관 지방장관(또는 소관 군수)의 명령이 있을 때는 부윤, 읍, 면장은 제1조의 초과 수량을 수집하여 가장 가까운 미곡수집소에 운송할 것.

단, 그 부, 읍, 면 내에서 차기 미곡경작에 사용할 종자의 필요량 한도 내에서 보류, 저장, 보존할 수 있음.

미곡을 수집 운송할 때에는 부윤, 읍, 면장은 종자로 사용함에 적합한 미곡임을 명백히 표시한 별도의 가마니(別叺)에 나누어 넣을 것.

각 군수는 읍, 면장이 미곡을 반입할 수집소를 소관 군내에 결정할 것.

군수는 소관 도지사의 명령을 집행하면 읍, 면장에게 필요한 명령을 전달하고 읍, 면장에게 그 수행을 명령함.

각 부윤은 미곡수집소를 설치함.

(다) 부, 읍의 각 정회장(町會長)은 아래의 직무를 행함.

① 부윤, 읍장이 본 계획에 관하여 요구하는 소관 정(町) 내에 대한 정보의 수집보고

② 부윤, 읍장의 명령에 따라 소관 정(町)의 초과량 미곡의 수집과 인도

③ 부윤, 읍장의 명령에 따라 기타 직책의 수행

제4조 기타 관리와 기관의 직책

본 계획에 관하여, 조선군정청의 각 관리, 고용원, 그 보조기관, 대행기관과 지방군정청, 부, 읍, 면의 보조기관, 대행기관은 조선군정장관의 명령과 그 관리 또는 고용원이 근무하는 도지사의 명령을 집행함.

제5조 위반행위

……(중략)……

제6조 임명과 파면

……(중략)……

제7조 벌칙

본령의 규정에 위반하는 자는 군정 재판의 결정에 따라 처벌함.

제8조 시행기일

본령은 1946년 2월 1일 오전 0시에 효력이 발생함.

1946년 1월 25일

조선군정장관 미육군소장 아처 엘. 러취(Archer L. Lerch)

내무부 치안국, 『미군정법령집』, 1956

在朝鮮美國陸軍司令部軍政廳 法令 第四十五號

米穀收集令

第一條 目的

廣範한 飢餓, 營養不良, 疾病, 民心不安을 除去하기 爲하여 朝鮮軍政廳은 北緯 三十八度 以南의 朝鮮에 있는 米穀을 收集하되, 適當한 價格을 支拂함. 但 每戶에서는 一石의 百分之四十五(六七.五瓩)를 常住하는 家族 人員數로 乘한 數量의 白米 혹 玄米를 保持함을 得함. 白米 혹 玄米에 대하여 正租로 全部 혹은 一部의 對等量을 소지함을 得함.

第二條 米穀의 讓渡

地方軍政長官의 管轄下에 있는 機關으로서 免除를 받는 政府, 宗敎, 敎育, 醫療, 社會厚生機關의 主管者 以外에 前條에 規定한 數量 以上을 所持한 者는 米穀所在地 府尹, 邑, 面長의 要求가 있는 時로 그 超過量을 府尹, 邑, 面長 또는 其 代理人에게 양도하고, 公示로 결정된 最高公定價格으로 法貨, 또는 府尹, 邑面長 或은 其 委任機關이 署名 捺印한 支拂命令書로 其 代價支拂을 受領함.

第三條 郡守, 府尹, 邑, 面, 町會長의 職責

(가) 府尹, 邑, 面長은 所屬地方軍政長官(또는 郡守)의 命令에 따라 左記事項을 調査하여 所屬地方軍政長官에게 書面으로 報告함.

① 府尹, 邑, 面 各農家에서 前秋收時에 收穫한 米穀, 其他 穀類(別히 記入한)의 數量

② 府尹, 邑, 面에 單身居住者數, 世帶數 及 各世帶의 常住하는 人員數

③ 府尹, 邑, 面에 居住하는 各個人 또는 各家族이 所有한 別히 記入한 正租, 玄米, 白米 及 其他 穀物의 數量 及 其 位置

④ 府尹, 邑, 面에서 次期穀物耕作에 必要한 種子의 數量

(나) 所管地方長官(또는 所管郡守)의 命令이 有한 時는 府尹, 邑, 面長은 第一條의 超過數量을 收集하여 最寄米穀收集所에 運送할 것.

但 其 府, 邑, 面內에서 次期米穀耕作에 使用할 種子의 必要量 限度內에서 保留貯藏保存함을 得함.

米穀을 收集運送할 時에는 府尹, 邑, 面長은 種子로 使用함에 適合한 米穀임을 明白히 表示한 別叺에 配入할 것.

各 郡守는 邑, 面長이 米穀을 搬入할 收集所를 所管 郡內에 決定할 것.

郡守는 所管道知事의 命令을 執行하면 邑, 面長에게 必要한 命令을 傳達하고 邑, 面長에게 其 遂行을 命令함.

各 府尹은 米穀收集所를 設置함.

(다) 府, 邑의 各町會長은 左記 직무를 行함.

① 府尹, 邑長이 本計劃에 關하여 要求하는 所管町內에 대한 情報의 蒐集報告

② 府尹, 邑長의 命令에 따라 所管町의 超過量米穀의 收集 及 引渡

③ 府尹, 邑長의 命令에 따라 其他職責의 遂行

第四條 其他官吏 及 機關의 職責

本計劃에 關하여, 朝鮮軍政廳의 各官吏, 雇員, 其 補助機關, 代行機關 及 地方軍政廳, 府, 邑, 面의 補助機關, 代行機關은 朝鮮軍政長官의 命令 及 其官吏 또는 雇員이 勤務하는 道知事의 命令을 執行함.

第五條 違反行爲

……(중략)……

第六條 任命 及 罷免

……(중략)……

第七條 罰則

本令의 規正에 違反하는 者는 軍政裁判의 決定에 따라 處罰함

第八條 施行期日

本令은 一九四六年 二月 一日 午前 零時에 效力을 生함

一九四六年 一月 二十五日

朝鮮軍政長官 美國陸軍小將 아처 – 엘. 러 – 취(Archer L. Lerch)

내무부 치안국, 『美軍政法令集』, 1956

이 사료는 미군정청이 1946년 1월 식량 유통을 재통제하기 위해 공포한「미곡 수집령」이다.

해방 이후 미군이 남한에 진주하여 군정을 실시하면서 모든 경제정책은 미군정청의 지시에 따라 시행되었다. 군정청은 일제 강점기의 전시경제체제를 평시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1차적인 조처로 1945년 10월 5일 「일반 고시 제1호」를 발표하여 미곡의 자유 시장을 개설하고, 일제 강점기하에서 강제적으로 실현되었던 식량 공출제도와 배급제를 폐지하였다. 군정청은 미곡의 최고 가격을 54㎏당 32원으로 결정하고, 그 수급은 완전히 자유화하였다. 최고 가격만 정해 놓으면 수급은 자동적으로 조절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복 후 농업 생산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데 비해 그 동안 공출제도와 배급제 실시로 굶주려 왔던 농민과 일반 국민의 반작용으로 식량 수요가 증대하였다. 또한 일제에 의해 징용⋅징병되어 해외에 나갔던 동포들의 귀환과 약 80만 명에 이르는 북한 동포들의 월남으로 식량 수요가 급격히 증대하여 식량 수급의 균형이 깨질 위험이 생기게 되었다. 게다가 광복 직전의 통화 남발과 재정 적자 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진행되고, 물가 앙등을 예상한 미곡상과 지주 등 일부 모리배들이 쌀을 매점매석하여 유통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킴에 따라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당황한 군정청은 자유 시장 개설을 공포한 지 1개월 반만인 같은 해 11월 「일반고시 제6호」를 발표하여 미곡 자유 시장을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1946년 1월에는 식량 유통을 재통제하기 위해 「미곡 수집령」을 공포하고, 이에 따라 미곡 공출제도와 배급제로의 환원을 단행함과 동시에 그 담당 기관으로 중앙식량행정처를 설치하였다.

「미곡 수집령」에 따르면, 농가에서는 상주 가족 1인당 백미나 현미 4두 5되를 뺀 나머지를 군정청이 결정한 공정가격으로 공출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에 기초하여 1946년 2월부터 1945년산 미곡 수집이 실시되었지만, 이 해의 수집 실적은 농민의 비협조와 공출 회피, 그리고 불충분한 법령 등으로 당초 목표의 12.6%에 그쳤다. 이에 미군정은 법령을 수정⋅보완하여 공출 농가를 자작농과 소작농으로 구분하고, 소작료의 경우 전량을 소작농이 직접 해당 기관에 공출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공출량 할당도 각 농가가 다음 해에 사용할 종자 및 상주 가족 1인당 6두의 쌀을 남기고 모두 공출하도록 조정되었다. 이와 같이 법령을 개정하고 강권적인 행정력을 발동하여 공출제도를 강화한 결과 1946년산 미곡의 수집 실적은 당초 목표의 82.9%에 달하게 되었다.

다음 해인 1947년산에 대한 미곡 수집은 과도 정부 입법 의원에 의해 제정되어 동년 9월 공포된 「미곡 수집법」에 기초해 실시되었다. 여기에서는 공출 의무자를 경작 규모에 따라 보다 세분하여 규정하고, 공출량 할당 및 수집 업무를 더욱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읍⋅면⋅이장의 자문기관인 미곡수집대책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공출제도가 정비되고, 조기 공출 농가에 대한 할당량의 감면 조처가 취해지는 등 군정청의 적극적인 미곡 수집 정책에 의해 1947년산 미곡에 대해서는 97.1%에 달하는 높은 수집 실적을 보였다. 그런데 당시 미곡의 공출 가격은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에 높은 수집 실적은 오히려 농민의 희생을 강요한 결과를 낳았으며, 소작료 전량을 공출해야 했던 지주 역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948년 8월 미군정이 종결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종래의 미곡 수집 정책은 재고되었는데, 정부는 당시의 식량 사정을 고려하여 식량 유통에 대한 통제는 견지하면서도 농민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준 공출제도를 시정하기 위해 동년 10월 「양곡매입법」을 제정⋅공포하여 정부가 농민으로부터 적당한 가격으로 미곡을 매입하는 식으로 통제 방법을 개선하였다. 그리하여 정부가 각 농가에 매도량을 개별적으로 할당하고 농민 할당량을 강제적으로 공출해야 하는 공출제도는 폐지되면서, 정부의 양곡 매입은 일반 농가의 자유 매도를 원칙으로 하게 되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저서
『미군정의 경제정책에 대한 정치사회학적 연구』, 이혜숙,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2.
『미군정의 농민정책에 관한 연구 : 농민층 통합과 한국 국가의 기반 형성과정을 중심으로』, 최봉대,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
편저
『미군정법령집』, 내무부 치안국, 내무부 치안국, 1956.
『현대한국경제사』, 유광호 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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