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듣기에 고려는 땅이 넓지 않으나 백성은 매우 많다. 사민(四民)
사⋅농⋅공⋅상
의 업(業) 중에 유학자를 귀하게 여기므로 고려에서는 글을 알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산림이 매우 많고 넓고 평탄한 땅이 적기 때문에, 경작하는 농민이 장인에 미치지 못한다. 주군(州郡)의 토산물이 모두 관아에 들어가므로 상인은 멀리 다니지 않는다. 다만 대낮에 도성의 시장에 가서 각각 자기가 가진 것과 자신에게 없는 물건으로 바꾸는 정도에 만족하는 듯하다.
그러나 고려 사람들은 은혜를 베푸는 일이 적고 여색을 좋아하며, 분별없이 사랑하고 재물을 중히 여긴다. 남녀 간의 혼인에도 경솔히 합치고 쉽게 헤어져 전례(典禮)를 따르지 않으니 진실로 비웃을 만하다. 지금 그 나라의 백성을 그림으로 그리되 진사(進士)를 이 편(篇)의 첫머리에 둔다.
『선화봉사고려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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