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공통된 도(道)가 다섯인데, 삼강(三綱)이 맨 위에 있으니 실지로 경륜의 큰 법이요, 모든 교화의 근원이다. 예전 일을 상고해 보면 제순(帝舜)
으로 가르치고 그 중 뛰어난 자를 빈객으로 대접하였으니, 제왕 정치의 급선무임을 알 수 있다.
순임금
은 오전(五典)
사람이 지켜야 할 5가지 인륜(人倫)
)을 삼가 아름답게 하셨고, 성탕(成湯)
중국 고대 은나라의 초대 왕
은 비로소 인기(人紀)
사람의 도리
를 닦으셨고, 주나라에서는 백성으로 하여금 오교(五敎)
오륜의 가르침
를 존중하게 하고 삼물(三物)1)
1)
삼물은 육덕(六德), 육행(六行), 육예(六藝)를 일컫는다. 『주례(周禮)』 ‘지관(地官)⋅대사도(大司徒)’에 보이는데, 육행은 6가지의 덕행(德行), 효도, 형제 우애, 친족 화목, 외척 친목, 친구 간의 믿음, 구휼을 말하고, 육예는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를 말한다.
선덕(宣德) 신해년(세종
13, 1431) 여름에, 우리 주상 전하가 근신(近臣)에게 명하기를, “삼대의 정치는 모두 인륜을 밝혔는데 후세에는 교화가 차츰 해이해져서 백성이 서로 화목하지 못하니 군신⋅부자⋅부부의 큰 인륜이 모두 본연의 성품과 위배되어 항상 박(薄)한 데에 흘렀다. 그러나 간혹 탁월한 행실과 높은 절개가 습속에 휩쓸리지 아니하여 보고 듣는 사람을 깨우쳐 일으키는 자도 많았다. 내가 그 가운데 훌륭한 것을 뽑아서 그림을 그리고 찬을 지어서 안팎에 반포하고자 하니, 거의 어리석은 남자나 무식한 여자도 모두 보고 느껴 흥기하기에 쉽게 할 것이니, 또한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이룩하는 한 가지 방도이다” 하고, 여기서 집현전
부제학 신 설순(偰循, ?~1435)에게 명하여 편찬하는 일을 맡도록 하였다.
'세종' 관련자료
'집현전' 관련자료
그리하여 중국으로부터 우리 동방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서적에 있는 것을 찾아보지 않은 것이 없이 하여 효자⋅충신⋅열녀
로 뚜렷이 기술할 만한 사람 각각 110명을 뽑아서 전면에는 그림을 그리고 후면에는 그 사실을 기록했으며, 아울러 시(詩)까지 써 놓았다. 효자에 있어서는 삼가 [명나라] 태종황제(太宗皇帝)가 하사한 효순사실(孝順事實)의 시를 기록하고, 겸하여 신의 고조(高祖) 신 권부(權溥, 1262~1346)가 지은 『효행록(孝行錄)』2)
가운데 있는 명현(名賢)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찬(贊)을 가져왔고 그 나머지는 보신(輔臣)으로 하여금 나누어 짓도록 하였으며, 충신과 열녀
의 시도 문신들로 하여금 나누어 짓게 하여, 편찬이 끝나자 『삼강행실도』란 이름을 내리고 주자소(鑄字所)로 하여금 발간해서 영구히 전하게 하였다.
'열녀' 관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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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신 권채(權採, 1399~1438)에게 명하여 책머리에 서문을 쓰라고 하니, 신 권채는 삼가 생각하건대, 임금과 어버이와 부부의 인륜에 대한 충⋅효⋅절의(節義)의 도리는 바로 하늘이 내려준 천성으로 사람마다 같은 것이니, 천지가 처음 생길 때부터 같이 생겼고 천지가 끝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아서, 요순(堯舜)이 어질다고 더 있는 게 아니고 걸주(桀紂)가 사납다고 부족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선왕(先王) 때에는 오전(五典)을 잘 따라 백성들이 화목해서 집집마다 표창을 할 만하였는데, 삼대 이후에는 안정된 날이 항상 적어서 난신(亂臣)과 적자(賊子)의 무리가 세상에 발을 붙이게 된 것은 진실로 임금이 그 백성을 잘 인도하느냐에 달렸다. 지금 우리 주상 전하는 성스럽고 신묘한 자질로 군사(君師)의 도리를 다해서 공덕이 이루어지고 정치가 안정되어 온갖 일이 다 확장함과 동시에 강상(綱常)
을 붙들어 일으키고 세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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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명교(名敎)에 관계되는 것은 강구하고 자세히 따져서 상전(常典)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 없으니, 몸소 행하고 마음으로 채득한 나머지에 백성을 교화시키는 것이 아주 극진하게 되었다. 그러고도 흥기시키는 방법이 미진한 데가 있을까 염려하여 여기서 이 책을 만들어 민간에 배포하여, 어질거나 어리석거나 귀하거나 천하거나 아이거나 부녀자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즐겨 보고 익히 들을 수 있게 하였으며, 그림을 구경하여 그 모습을 생각하며 그 시를 읊어 그 성정(性情)을 체득하게 하니 흠모하며 권면하고 격려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서, 다 같이 착한 마음을 감발시키고 그 직분에 마땅히 할 일을 다하게 될 것이다. 대개 제왕이 오전(五典)을 돈독히 하고 교화를 펴는 뜻과 더불어 동일한 법인데, 조리는 더 정밀하게 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백성의 풍속이 아름답게 변하고 다스리는 방도가 더욱 융성하여 집에는 다 효도하는 자식이 되고 나라에는 모두 충성하는 신하가 될 것이니, 남해(南陔)와 백화(白華)3)
의 편(篇)과 광한(廣漢)과 여분(汝墳)4)
의 시(詩)가 장차 위항(委巷)에서 계속해 지어져서, 왕화(王化)의 아름다운 것은 마땅히 이남(二南)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요, 왕업의 견고한 것은 실로 길이 만세에 전할 것이다. 후세의 군자는 더욱 성상의 마음을 본받아서 무궁한 장래에까지 경건하게 지키는 것이 어찌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3)
『시경』의 편명으로, 모두 곡조만 있고 가사가 없다. 「모시서」에 의하면 내용은 효자가 부모님을 봉양함을 읊은 것이라고 한다.
4)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으로, 문왕(文王)의 교화가 멀리까지 펼쳐짐을 말한다.
『동문선
'동문선' 관련자료
- 삼물은 육덕(六德), 육행(六行), 육예(六藝)를 일컫는다. 『주례(周禮)』 ‘지관(地官)⋅대사도(大司徒)’에 보이는데, 육행은 6가지의 덕행(德行), 효도, 형제 우애, 친족 화목, 외척 친목, 친구 간의 믿음, 구휼을 말하고, 육예는 예(禮)⋅악(樂)⋅사(射)⋅어(御)⋅서(書)⋅수(數)를 말한다.
- 고려 후기에 중국 역대의 효행 고사를 모아 만든 목판본 책이다. 1346년(충목왕 2년) 권준(權準)이 자신의 아버지 권부(權溥)와 함께 중국의 효행설 62장을 선정하고 이제현(李齊賢)의 찬(贊)을 얻어 엮었다. 1405년(태종
'태종' 관련자료'권근(權近)' 관련자료
- 『시경』의 편명으로, 모두 곡조만 있고 가사가 없다. 「모시서」에 의하면 내용은 효자가 부모님을 봉양함을 읊은 것이라고 한다.
-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으로, 문왕(文王)의 교화가 멀리까지 펼쳐짐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