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사회조선 후기도참 사상의 유행과 새로운 종교의 등장

정약용의 풍수설 비판

풍수(風水)의 설을 세상에서 숭배하고 믿는 이가 많으니 이들은 덕의(德義)를 닦지 않고 장례 치르는 무당에게 복을 구한다. 이러한 습속(習俗)이 이미 굳어 의혹을 깨우칠 수가 없다. 이에 옛 사람들의 유명한 이론을 모으니, 갑을이 병존(竝存)하면 득실이 드러나고, 간간이 고설(瞽設)을 붙여서 그 어둠을 밝힐 수 있으니, 악선명리(樂善明理)를 바랄 수 있다. 글에 나가 허망함을 깨달아, (이로) 인하여 파도를 없앨 수 있겠구나. 오히려 마침 믿지 않게 함에, 나를 죄 할 수 없으니 또한 다행이구나.

여유당전서』제3집 제24권, 풍수집의, 서

風水之說, 世多崇信, 不修德義, 求福於葬巫. 習俗已錮, 無以曉惑. 玆輯古人名論, 甲乙竝存, 得失以顯, 間附瞽說, 以章其晦, 庶乎樂善明理者. 卽書悟妄, 因有以殺其濤瀾歟. 寧適勿信, 不以罪我, 又幸矣. 道光五年乙酉孟春.

『與猶堂全書』第3集 第24卷, 風水集議, 序

이 사료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지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의 『예집(禮集)』권24에 수록된 풍수 관련 내용이다. 『여유당전서』는 정약용의 저술을 총 정리한 문집으로 총 154권 76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제3집 『예집』은 「상례사전」⋅「상례외편」⋅「상례절요」⋅「제례고정」⋅「가례작의」⋅「예의문답」⋅「풍수집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집』은 예에 관한 저술로서 사례(四禮) 중 상례에 관한 저술이 양적으로나 내용으로나 가장 방대하다. 사료로 제시된 「풍수집의」는 말년(1825년) 작품으로 풍수설의 미망(迷忘)을 깨우친 글이라 할 수 있다.

정약용은 저술을 통해 당시 가장 광범하게 믿었던 풍수설에 대해 예리한 비판을 하였다. 주공(周公)이 족장법(族葬法)을 만들 때 풍수론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방에 장사 지낼 경우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했을 뿐, 따로 방위나 좌향(坐向)을 정해 주지는 않았다. ”고 하면서, 그럼에도 “경(卿)의 벼슬을 할 집안은 대대로 경의 벼슬을 했고, 대부(大夫)의 집안은 대대로 녹을 받았으며, 자손이 번성하고 출세한 것도 예전과 동일했다. ”는 것이다. 그는 “또 풍수론이 사실이라면 지관들이 그 명당을 스스로 차지하지 않고 남에게 알려 주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라고 따져 묻는다.

또한 그는 사람이 죽은 후 영혼이 있어 현세의 인간과 연계되어 있다는 관점을 부인하며, 지리적 조건, 즉 ‘명당’과 인간이 화를 입거나 복을 받는 것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하였다. 한편 그는 관상법에 대해서도 그 허위성을 비판하였다. 그는 ‘관상론(觀想論)’에서 부귀빈천을 사람의 ‘상(想)’에 의해 규정하는 숙명론을 반대하였으며, 사람의 ‘상’은 직업에 따라 변화한다고 보았다.

그는 사람은 상에 의해 부귀빈천이 숙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조건을 지어 주고 가르치고 기른다면 누구나 다 부귀할 수 있으며, ‘상’은 그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여기에는 초보적이나마 인간은 본질상 같다는 관점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는 비록 잡다한 미신과 잡술에 반대하면서도, 권력 있는 제왕이나 홀로 거처하는 학자들의 행동을 경계하기 위해 상제나 귀신 같은 존재를 허용했다. 이와 같이 그가 상제나 신을 설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신을 통해 통치자들의 전횡을 억제하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풍수론에 대한 비판은 이미 조선 후기에 적지 않게 제출되었다. 박제가(朴齊家, 1750~1805)는 『북학의(北學議)』의 ‘장론(葬論)’에서 매장(埋葬)이 아닌 수장(水葬)⋅화장(火葬)⋅조장(鳥葬)⋅현장(懸葬)을 하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문화가 있다면서, 오래 살거나 일찍 죽거나, 출세를 하거나 못하거나, 흥하거나 망하거나, 부자가 되거나 가난뱅이가 되거나 하는 것은 나름의 이치가 있는 것이고, 사람을 어디에 묻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풍수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정약용의 사상에 나타난 서학과 유학의 만남과 갈등」,『정치사상연구』2,안외순,한국정치사상학회,2000.
저서
『다산 정약용』, 금장태, 살림, 2005.
『한국사상』, 민병수, 우석,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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