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봄과 가을이 갈아들고 사시가 성하고 쇠함이 옮기지도 아니하고 바뀌지도 아니하니 이 또한 한울님
로 알더니 오제후(五帝後)부터 성인이 나시어 일월성신(日月星辰)
를 천명(天命)에 부쳤으니, 이는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를 따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군자가 되고 배움은 도덕을 이루었으니 도는 천도요 덕은 천덕이라. 그 도를 밝히고 그 덕을 닦음으로 군자가 되어 지극한 성인에까지 이르렀으니 어찌 부러워 감탄하지 않으리오. 또 근래에 오면서 온 세상 사람이 각자위심(各自爲心)
천도교에서 우주의 본체를 이르는 말
조화의 자취가 천하에 뚜렷한 것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비와 이슬의 혜택을 알지 못하고 무위이화(無爲而化)1)
1)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교화한다는 뜻으로, 억지로 꾸밈이 없어야 백성이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는 말.
해와 달과 별의 천체
과 천지도수(天地度數)
천체의 자전과 공전, 천체 간의 거리 등에 관한 수리적 법칙
를 글로 적어 내어 천도의 늘 그러함을 정하고 일동일정(一動一靜)과 일성일패(一盛一敗)2)
2)
나타나는 우주의 모든 현상. 움직임과 고요함, 무성해짐과 쇠잔해짐이라는 대립하는 두 종류의 양태를 들어 항상성 있는 우주 변화의 순환 반복성을 표현한 것.
제각기 마음을 달리 먹음. 또는 그 마음
하여 천리를 순종치 않고 천명을 돌아보지 않으므로 마음이 항상 두려워 어찌 할 바를 알지 못하였더라. 경신년(1860)에 와서 전해 듣건대 서양인들은 천주(天主)의 뜻을 행한다 하고 부귀는 취하지 않는다 하면서 천하를 쳐서 빼앗아 그 교당을 세우고 그 도를 행한다 들었다. 그래서 내 또한 그것이 그럴 수 있을까, 어찌 그것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더니, 뜻밖에도 사월에 마음이 선뜩해지고 몸이 떨려서 무슨 병인지 알아 낼 수도 없고 말로 형상하기도 어려울 즈음에 어떤 신선의 말씀이 있어 홀연히 귀에 들리므로 놀라 캐물으니 대답하시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마라. 세상 사람이 나를 상제(上帝)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시기를 “내 또한 공이 없으므로 너를 세상에 내어 사람에게 이 법을 가르치게 하니 의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마라” 묻기를 “그러면 서도(西道)로써 사람을 가르치리이까” 대답하시기를 “그렇지 않다. 나에게 신성한 부적[靈符]이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仙藥)
효력이 썩 좋은 약
이요, 그 형상은 태극(太極)
우주 만물이 생긴 근원인인 본체
이요, 또 형상은 궁궁(弓弓)
성리학에서의 만물의 근원으로 보는 태극의 모양을 본뜬 것
이니 나의 부적을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고,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 나를 위하게 하면, 너도 오래 살며 덕을 천하에 펴리라” 나도 또한 그 말씀에 감동하여 그 부적을 받아써서 물에 타 마셔 본즉 몸이 윤택해지고 병이 낫는지라 그야말로 선약인 줄 알았더니, 이것을 병에 써 봄에 이른즉 혹 낫기도 하고 낫지 않기도 하므로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그러한 이유를 살펴본즉 정성을 드리고 또 정성을 드리어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사람은 매번 들어맞고, 도덕을 순종치 않는 사람은 하나도 효험이 없었으니 이것은 받는 사람의 정성과 공경이 아니겠는가.
이러므로 우리나라는 악질이 세상에 가득 차서 백성들이 언제나 편안할 때가 없으니 이 또한 상해(傷害)의 운수요, 서양은 싸우면 이기고 치면 빼앗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으니, 천하가 다 멸망하면 또한 순망지탄(脣亡之歎)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
이 없지 않을 것이라.보국안민(輔國安民)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
의 계책이 장차 어디서 나올 것인가. 애석하도다. 지금 세상 사람은 시운(時運)을 알지 못하여 나의 이 말을 듣고는 들어가선 마음에 그르다 여기고 나와서는 모여 수군거리며 도덕을 순종치 않으니 심히 두려운 일이로다. 어진 사람도 이를 듣고는 그것이 혹 그렇지 않다고 여기니 내 못내 개탄하거니와 세상은 어찌 할 수 없는지라 간략하나마 적어 내어 가르쳐 보이니 공경히 이 글을 받아 삼가 교훈의 말씀으로 삼으라.
『동경대전』, 포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