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삼국사기
』 열전(列傳)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어진 남자(賢士) 귀산(貴山)이라는 자는 사량부(沙梁部) 사람이다. 같은 마을의 추항(箒項)과 벗이 되었는데 두 사람이 서로 일러 말하기를, ‘우리는 사(士)와 군자(君子)와 함께 교유하고자 하는데, 먼저 마음을 바로 하고 몸을 지키지 않으면 아마도 모욕당함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어찌 현자(賢者)의 곁에서 도(道)를 묻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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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원광(圓光) 법사가 수(隋)나라에 갔다 돌아와 가슬갑(嘉瑟岬)
【혹은 가서(加西) 또는 가서(嘉栖)라고도 하는데 모두 방언이다. 갑(岬)은 우리말로 고시(古尸)라고 하는데, 그러므로 혹 이르기를 고시사(古尸寺)라고도 하며 갑사(岬寺)와 같은 말이다. 지금 운문사(雲門寺) 동쪽 9000보쯤 떨어진 곳에 가서현(加西峴)이 있는데, 혹 가슬현(嘉瑟峴)이라고도 한다. 현의 북쪽 동네에 절터가 있으니 바로 이것이다.】
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듣고 두 사람이 찾아가 아뢰기를, ‘속사(俗士)
평범한 사람이란 의미로 여기서는 귀산과 추항을 가리킴
는 어리석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원컨대 한 말씀 내려주시면 평생의 교훈으로 삼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원광이 말하였다. ‘불교에는 보살계(菩薩戒)가 있어서 그 조항이 10가지나 되지만, 자네들은 남의 신하와 자식이 되었으니 아마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네. 지금 세속의 5계가 있으니, 첫째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는 것이요[事君以忠], 둘째는 효로 부모를 섬기는 것이요[事親以孝], 셋째는 벗을 사귀되 믿음이 있어야 하며[交友有信], 넷째는 싸움에 임해서는 물러서지 말아야 하며[臨戰無退], 다섯째는 산 것을 죽일 때에는 가림이 있어야 하네[殺生有擇]. 자네들은 이것을 실행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귀산 등이 말하기를, ‘다른 것은 이미 알겠습니다만, 이른바 산 것을 죽일 때에는 가림이 있게 하라는 것은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원광이 말하였다. ‘6재일(六齋日)과 봄⋅여름철에는 산 것을 죽이지 않는데 이것이 때를 가린다는 뜻이다. 가축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은 말⋅소⋅닭⋅개를 이르는 것이요, 하찮은 생물[細物]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은 고기가 한 점도 되지 않음을 이르는 것이니, 이것이 생물을 가린다는 뜻이다. 이 또한 오직 필요한 것만 죽이고 많이 죽여서는 안 되니, 이것이 세속의 좋은 계이다.’ 귀산 등이 말하기를, ‘지금 이후부터 받들어 두루 행하여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후 두 사람은 군사(軍事)를 담당하며 모두 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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