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은 나이가 18세가 되던 임신년(壬申年)에 검술을 익혀 국선(國仙)이 되었다. 이때 백석(白石)이란 자가 있었는데 어느 곳으로부터 왔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낭도의 무리에 여러 해 동안 속해 있었다. 유신랑은 고구려와 백제를 치려는 일로 밤낮으로 깊이 모의하고 있었다. 백석이 그 모의를 알고 공에게 일러 말하기를, “제가 공과 함께 은밀히 저들의 나라에 들어가 먼저 정탐을 한 연후에 그 일을 도모함이 어떻겠습니까?”라고 청하였다. 유신랑이 기뻐하며 친히 백석을 데리고 밤에 길을 떠났다. 바야흐로 고개 위에서 쉬고 있는데 두 여자가 그를 따라왔다. 골화천(骨火川)에 이르러 유숙하는데 또 한 여자가 홀연히 나타나 이르렀다. 유신랑이 세 여자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노라니 세 여자가 맛있는 과일을 그에게 대접하였다. 그가 그것을 받아먹으면서 마음을 서로 터놓고 즐겁게 담소하면서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여인들이 말하기를, “공이 말씀하신 바는 이미 들어서 잘 알겠사오나, 원컨대 공이 백석을 떼어 놓고 우리와 함께 수풀 속으로 들어가시면 그때 사실을 다시 말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그들과 함께 들어가니 낭자들이 문득 신으로 변하여 말하기를, “우리들은 나림(奈林)⋅혈례(穴禮)⋅골화(骨火) 등 세 곳의 호국신인데, 지금 적국의 사람이 그를 유인하여 데리고 가는 데도 공은 알지 못하고 따라가고 있으므로 우리가 그것을 말리려 이곳에 온 것입니다.”라고 말을 마치고는 사라졌다. 공이 이 말을 듣고 놀라 엎어져 두 번 절하고 나왔다.
골화관(骨火館)에 숙박하였을 때 김유신이 백석에게 말하기를, “지금 다른 나라에 가면서 긴요한 문서를 잊고 왔소. 청컨대 자네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서 가지고 와야겠소.”라고 하였다. 마침내 함께 돌아와 집에 이르자 백석을 붙잡아 결박하고 사실을 물었다. 백석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는 본시 고구려 사람
【고본(古本)에는 백제라 하였으나 잘못이다. 추남(楸南)은 고구려 사람이요, 또한 음양을 거스르는 것도 역시 보장왕(寶藏王) 때의 일이다】
입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신하가 말하기를, 신라의 유신은 본래 우리나라에서 점쟁이였던 추남(楸南)
【고본에 춘남(春南)이라 쓰기도 하나 잘못이다】
이라고 합니다. 국경에 거꾸로 흐르는 물
【혹은 수컷과 암컷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이라 한다】
이 있어 그에게 점을 치게 했더니, 추남이 ‘대왕의 부인께서 음양의 도를 역행하였기 때문에 그 표징이 이와 같습니다.’라고 아뢰었습니다. 대왕이 놀라 괴이하게 여겼고, 왕비는 몹시 노하여 이것은 요망한 여우의 말이라고 왕에게 고하여, 다시 다른 일로써 시험해 물어서 그 말이 틀리면 중형에 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에 쥐 한 마리를 함에 담아 두고, 이것이 무슨 물건이냐고 물으니, 그가 아뢰기를, ‘이것은 틀림없이 쥐인데 그 수가 8마리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말이 틀렸다고 하여 죽이려 하니, 그가 맹세하여 말하기를, ‘내가 죽은 후 대장이 되어 반드시 고구려를 멸망시키리라.’라고 하였습니다. 곧 그의 목을 베어 죽이고 쥐의 배를 갈라 보니 그 새끼가 7마리나 있어 그의 말이 맞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대왕이 꿈에 추남이 신라 서현공(舒玄公) 부인의 품 속으로 들어간 것을 여러 신하에게 이야기하였더니, 모두 ‘추남이 맹세하고 죽더니 그 일이 과연 그러합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나를 보내 이런 계획을 꾸미게 한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공은 이에 백석을 처형하고 온갖 음식을 갖추어 삼신(三神)에게 제사 지내니, 모두 나타나서 제물을 받았다.
『삼국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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