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長慶)
당나라 목종(穆宗)의 연호, 821~824
초에 이르러 도의(道義)라는 중이 서쪽으로 바다를 건너 중국에 가서 서당(西堂)
지장(智藏, 735~814)을 말하며 마조도일(馬組道一)의 수제자 중 하나
의 오지(奧旨)
사물이 가지고 있는 깊은 뜻
를 보았는데, 지혜의 빛이 지장선사(智藏禪師)와 비등해져서 돌아왔으니, 현계(玄契)를 처음 말한 사람이다. ……(중략)…… 흥덕대왕(興德大王)께서 왕위를 계승하시고 선강태자(宣康太子)께서 감무를 하시게 됨에 이르러, 사악한 것을 제거하여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고, 선(善)을 즐겨 왕가의 생활을 기름지게 하였다. 이때 홍척대사(洪陟大師)라고 하는 이가 있었는데, 그도 역시 서당에서 심인(心印)을 증득하였다. 남악(南岳)에 와서 발을 멈추니, 임금께서 하풍(下風)에 따르겠다는 소청의 뜻을 밝히셨고, 태자께서는 [도의가] 출산(出山)할 것이라는 기약을 경하하였다. ……(중략)……
중원에서 득도하고는 돌아오지 않거나 득법(得法)한 뒤에 돌아왔는데, 그중에서 거두(巨頭)가 된 사람을 손꼽아 셀 만하다. 중국에 귀화한 사람으로는 정중사(靜衆寺)의 무상(無相)과 상산(常山)의 혜각(慧覺)이니 곧 선보(禪譜)에서 익주김(益州金), 진주김(鎭州金)이라 한 사람이며, 고국에 돌아온 사람은 앞에서 말한 북산(北山)의 도의와 남악(南岳)의 홍척, 그리고 [아래로] 내려와서 대안사(大安寺)의 혜철국사(慧徹國師), 혜목산(慧目山)의 현욱(玄昱)⋅지력문(智力聞), 쌍계사(雙溪寺)의 혜소(慧昭)⋅신흥언(新興彦)⋅용암체(涌岩體)⋅진무휴(珍無休), 쌍봉사(雙峰寺)의 도윤(道允), 굴산사(崛山寺)의 범일(梵日)과 양조국사(兩朝國師)인 성주사(聖住寺)의 무염(無染) 등인데, 보리(菩提)의 종사(宗師)로서 덕이 두터워 중생의 아버지가 되고, 도가 높아 왕자의 스승이 되었으니, 옛날에 이른바 “세상의 명예를 구하지 않아도 명예가 나를 따르며, 명성을 피해 달아나도 명성이 나를 좇는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모두들 교화가 중생 세계에 미쳤고, 행적이 부도와 비석에 전하였으며, 좋은 형제에 많은 자손이 있어 선정(禪定)의 숲이 계림(鷄林)에서 빼어나도록 하고, 지혜의 물이 접수(鰈水)1)
에서 순탄하게 흐르도록 하였다.
1)
접수(鰈水) : 『한서(漢書)』 권25 교사지(郊祀志)에서는 우리나라에 대하여 “동방에 비목어(比目魚, 눈이 나란히 몰린 물고기, 곧 가자미나 넙치를 말함)가 나며 이를 접(鰈, 가자미와 넙치류의 총칭)이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계림(鷄林)은 신라의 땅을, 접수(鰈水)는 신라의 바다를 말한다.
「문경 봉암사 지증대사탑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