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문화조선 전기성리학의 발달

정도전의 성리 사상

이 편(篇)은 주로 유가(儒家)의 의리의 바른 것을 말하여 이씨(二氏)를 타일러서 그들의 잘못을 알게 한 것이다. 이(理)라는 것은 마음이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덕(德)이요, 기(氣)는 그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다.

오(於), 목목(穆穆)한 그 이여! 천지(天地)보다 앞에 있어, 기는 이로 말미암아 생기고 심(心)도 또한 품수(稟受)하였도다.

【오(於)는 탄미(歎美)하는 말이요, 목(穆)은 지극히 맑음이다. 이 이는 순수하고 지극히 선하여 본래 잡된 바가 없으므로 탄미하여 말하기를 오목(於穆)이라 한 것이요, 나[我]라는 것은 이(理)가 자기를 일컬은 것이다. 앞서 심과 기를 말함에 바로 나[我]⋅나[予]라 이르고, 이곳에는 이를 표적(標的)하여 탄미한 후에 나라 일컬었으니, 그것은 이가 공정한 도(道)로 그 존귀함이 상대가 없어서, 이씨(二氏)가 각각 편벽된 소견을 지켜 서로 피아(彼我)를 구별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 ○이것은 이가 심과 기의 본원이 되는 것을 말한 것이니, 이 이가 있은 후에 이 기가 있고, 이 기가 있은 후에 양기(陽氣)의 경청(輕淸)한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음기(陰氣)의 중탁(重濁)한 것은 아래로 엉겨 땅이 된 것이다. 사시(四時)가 이에 유행하고 만물이 이에 생겨나니, 사람이 그 사이에 있어 천지의 이를 온전히 얻고 또 천지의 기를 온전히 얻어, 만물 가운데에서 가장 존귀하므로 천지와 더불어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천지의 이가 사람에게 있어서는 성품이 되고, 천지의 기가 사람에게 있어서는 형체가 되며, 심은 또 이와 기를 겸하여 얻어 한 몸의 주재(主宰)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가 천지보다 앞에 있어 기가 이로 말미암아 생기고 마음도 또한 품수하여 덕(德)이 된 것이다. 】

심이 있고 이(理)가 없으면 이해에만 달려갈 것이요, 기만 있고 이가 없으면 혈육의 몸뚱이만 가지고 의식도 없이 움직이며 금수와 한길로 돌아갈 것이니, 아아, 그 중에서 조금 다를 자가 몇 사람이나 될 것인가!

【준연(蠢然)은 지각이 없는 모양이요, 기희(幾希)는 적다는 것이다.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지각(知覺)과 운동(運動)의 준연(蠢然)한 것은 사람이 동물과 같으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순수한 것은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라고 하였다. ○이는 사람이 금수와 다른 바는 그 의리가 있기 때문이니, 사람이고서 의리가 없으면 그 지각하는 바가 정욕과 이해의 사사로움에 지나지 않을 뿐이요, 그 움직이는바 또한 준연(蠢然)히 한갓 살아 있을 따름이니, 비록 사람이라고 하나 금수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것이 유자(儒者)가 존심(存心)⋅양기(養氣)하는 데 반드시 의리로써 주(主)를 삼는 까닭이다. 저 석(釋)⋅노(老)의 학은 적멸(寂滅)과 청정(淸淨)을 숭상하여 비록 이륜(彛倫)의 중대한 것과 예악(禮樂)의 아름다운 것도 반드시 제거하여 없애고자 한다. 그 흉중에 욕심이 없는 자는 이해에 달려가는 자와 다른 듯하나 천리의 공정함을 주장하여 사람 욕심의 사사로움을 제재할 줄 알지 못하므로, 그 일상 언행이 매양 이해에 빠지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또 사람의 욕구하는 바가 삶보다 더한 것이 없고, 싫어하는 바가 죽음보다 심한 것이 없는데, 이제 그들의 학설을 보건대, 석씨는 반드시 사생(死生)에서 벗어나려 하니 이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요, 노씨는 반드시 오래 살기를 구하고자 하니 이는 삶을 탐하는 것인즉, 이해(利害)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그 가운데에 의리(義理)의 주장함이 없으니, 효연히 얻음이 없고 명연(冥然)히 알지 못하니, 이는 구각(軀殼)에 존재된 것이 혈육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 네 구절은 비록 범연(泛然)히 중인(衆人)을 가리켜 말한 것이나, (석씨⋅노씨) 이가(二家)의 실지 병통에 절실하게 맞는 것이니, 독자는 상세히 살펴야 한다.】

저 어린아이가 포복(匍匐)하여 우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측은한 정이 생기나니, 그러므로 유자는 정념(情念)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맹자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방금 어린아이가 우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누구나 놀랍고 측은한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측은한 마음은 인(仁)의 단서이다” 하였다. 이는 측은한 정이 내 마음의 고유(固有)한 데 근본하는 것을 밝혀 석씨(釋氏)의 생각을 없애고 정(情)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밝힌 것이다. 대저, 사람이 천지의 호생(好生)하는 마음을 얻어 가지고 태어났으니 이른바 인이다. 이 이치가 실지 내 마음에 갖추어져 있으므로, 어린아이가 우물로 기어들어감을 보면 그 측은한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서 막지 못하나니, 이 마음을 미루어 확충하면 인을 이루 다 쓸 수 없을 것이며, 사해(四海)의 안을 모두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유자는 정념(情念)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만 천리(天理)가 나타나는 자연을 따를 뿐이니, 어찌 석씨의 정념(情念)이 일어나는 것을 두렵게 여겨 억지로 제어하여 적멸(寂滅)에 돌아갈 따름인 것과 같으랴!】

죽을 자리에 죽는 것은 의가 몸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니, 이러므로 군자는 몸을 희생하여 인을 이루는 것이다.

【『논어』에 이르기를, “뜻을 품은 선비[志士]와 인을 품은 선비[仁人]는 삶을 구하여 인을 해침이 없고, 몸을 희생하여 인을 이룸이 있다”라고 하였다. 이는 의가 중하고 생명이 경한 것을 말하여 노자의 기만 키우고 생(生)을 탐하는 실수를 밝힌 것이다. 대개 군자가 실제의 이치를 보아 얻으면 마땅히 죽을 자리를 당하여는 그 몸이 차마 하루라도 삶을 편안히 여기지 못하나니, 사생(死生)이 더 중한가, 의리가 더 중한가? 그러므로 유자는 임금이나 어버이의 어려움을 구할 때는 신체와 생명을 버리고 달려가는 자가 있으니, 노씨의 한갓 수련에만 종사하며 삶을 탐하는 것과는 같지 않다.】

성인(聖人)이 지나가신 천년에 배움이 거짓되고 말이 방잡(厖雜)한지라, 기로써 도를 삼고 마음으로써 종(宗)을 삼는 도다.

【방(厖)의 뜻은 난(亂)과 같다. ○이들 이단(異端)의 학설이 성행하게 된 까닭은 성인의 세상이 이미 멀어져 도학이 밝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씨는 기가 이에 근본하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기로써 도를 삼고 있으며, 석씨는 이가 심에 갖추어져 있음을 알지 못하고 심으로써 종(宗)을 삼는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 (노씨⋅석씨) 이가에서는 스스로 무상고묘(無上高妙)하다고 말하면서도, 형이상(形而上)이 어떤 것인지도 알지 못하고 마침내 형이하(形而下)만을 가리켜 말하여 천근(淺近)하고 우활(迂闊)하며 편벽된 가운데에 빠지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의롭지 못하고 장수하면 거북이나 뱀 따위일 것이요, 눈 감고 앉아만 있으면 흙이나 나무와 같은 형해(形骸)일 뿐이다.

【갑연(瞌然)은 앉아 조는 모양이다. 앞의 두 구절은 노씨(老氏)를 책망한 것이요, 뒤의 두 구절은 석씨(釋氏)를 책망한 것이다. 곧 앞 장에 심만이 있고 이가 없으며, 기만 있고 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 장은 범연히 여러 사람을 말한 것이요, 이 장은 오로지 이씨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내[我]가 너[爾]의 심에 주재하고 있으면 형철(瑩澈)하고 허명(虛明)할 것이요, 내가 너의 기를 기르면 호연(浩然)의 기가 생길 것이다.

【맹자가 말하기를, “나는 나의 호연한 기를 잘 기른다”라고 하였다. ○이는 성인의 학(學)이 안팎으로 오고 가며 기르는 공(功)을 말한 것이다. 의리로써 심을 간직하여 함양하면 물욕(物欲)에 가려짐이 없어 전체(全體) 가 허명(虛明)하고 대용이 어그러지지 않을 것이요, 의를 모아 기를 길러 확충하면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剛)한 기가 호연히 스스로 생겨 천지에 가득 찰 것이다. 본말이 겸비되고 내외가 서로 양(養)하는 것이니, 이는 유자의 학이 바른 것이 되어 이씨(二氏)가 편벽된 것과 같지 않은 것이다.】

선성(先聖)의 가르침에 ‘도(道)에는 두 갈래로 높은 것이 없다’라고 하였으니 심이여, 기여, 공경하여 이 말을 받을지어다.

【호씨(胡氏)가, 『예기(禮記)』의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땅에는 두 임금이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도(道)에는 2가지 길이 없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도술이 하나로 돌아가게 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윗글에서 논한 바가 모두 성현의 유훈(遺訓)에 근본한 것이요, 나의 사사로운 말이 아니며, 그 도(道)의 존귀함이 더불어 둘이 될 것이 없어 심(心)과 기(氣)의 비할 것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에 심과 기를 특별히 불러 경계하였으니 그 권권(拳拳)히 열어 보인 뜻이 지극히 깊고 간절하다. 】

『삼봉집』권10, 『심기리편』

此篇, 主言儒家義理之正, 以曉諭二氏, 使知其非也. 理者, 心之所稟之德而氣之所由生也.

於穆厥理, 在天地先, 氣由我生, 心亦稟焉.

於, 嘆美之辭, 穆, 淸之至也. 此理純粹至善, 本無所雜, 故嘆而美之曰於穆, 我者, 理之自稱也. 前言心氣, 直稱我與予, 而此標理字以嘆美之, 然後稱我者, 以見理爲公共之道, 其尊無對, 非如二氏各守所見之偏, 而自相彼我也. ○此言理爲心氣之本原, 有是理然後有是氣, 有是氣然後陽之輕淸者上而爲天, 陰之重濁者下而爲地. 四時於是而流行, 萬物於是而化生, 人於其間, 全得天地之理, 亦全得天地之氣, 以貴於萬物而與天地參焉. 天地之理在人而爲性, 天地之氣在人而爲形, 心則又兼得理氣而爲一身之主宰也. 故理在天地之先, 而氣由是生, 心亦稟之以爲德也.

有心無我, 利害之趨, 有氣無我, 血肉之軀, 蠢然以動, 禽獸同歸, 其與異者, 嗚呼幾希.

蠢然, 無知貌, 幾希, 少也. 朱子曰, 知覺運動之蠢然者, 人與物同, 仁義禮智之粹然者, 人與物異. ○此言人之所以異於禽獸者, 以其有義理也, 人而無義理則其所知覺者, 不過情欲利害之私而已矣, 其所運動者, 亦蠢然徒生而已矣, 雖曰爲人, 去禽獸何遠哉. 此儒者所以存心養氣, 必以義理爲之主也, 若夫釋老之學, 以淸淨寂滅爲尙, 雖彝倫之大, 禮樂之懿, 亦必欲屛除而滅絶之. 是其胸中無欲, 與趨於利害者, 疑若不同矣, 然不知主天理之公, 以裁制人欲之私, 故其日用云爲, 每陷於利害而不自知也. 且人之所欲無甚於生, 所惡無甚於死, 今以兩家之說觀之, 釋氏必欲免死生, 是畏死也, 老氏必欲求長生, 是貪生也, 非利害而何哉. 又其中無義理之主, 則枵然無得, 冥然不知, 是軀殼所存, 亦不過血肉而止耳. 此四句雖泛指衆人而言, 切中二家之實病, 讀者詳之.

見彼匍匐, 惻隱其情, 儒者所以, 不怕念生.

孟子曰,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又曰, 惻隱之心, 仁之端也. 此言惻隱之情, 本於吾心之固有, 以明釋氏無念忘情之失. 夫人得天地生物之心以生, 所謂仁也, 是理實具於吾心, 故見孺子匍匐入井, 其惻隱之心油然自生而不可遏, 推此心以擴充之, 則仁不可勝用, 而四海之內可兼濟也. 故儒者, 不怕念慮之生, 但循其天理發見之自然, 豈如釋氏畏怕情念之起, 而強制之歸於寂滅而已哉.

可死則死, 義重於身, 君子所以, 殺己成仁.

論語曰,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 此言重義輕生之事, 以明老氏養氣貪生之失, 蓋君子見得實理, 則當其可死也, 其身不忍一日安於生, 是死生爲重乎. 義理爲重乎. 故儒者當救君親之難, 有隕軀隕命以赴之者, 非如老氏徒事修鍊以偸生也.

聖遠千載, 學誣言厖, 氣以爲道, 心以爲宗.

厖, 猶亂也. ○此言異端之說所以得熾者, 以聖人之世旣遠, 而道學不明也, 故老不知氣本乎理, 而以氣爲道, 釋不知理具於心, 而以心爲宗. 此二家自以爲無上高妙, 而不知形而上者爲何物, 卒指形而下者而爲言, 陷於淺近迂僻之中而不自知也.

不義而壽, 龜蛇矣哉, 瞌然而坐, 土木形骸.

瞌然, 睡貌. 上二句責老, 下二句責釋. 卽前章有心無我, 有氣無我之意. 然前章泛言在衆人者, 此章專指二氏而言也.

我存爾心, 瑩徹虛明, 我養爾氣, 浩然而生.

孟子曰, 我善養吾浩然之氣. 此言聖學內外交養之功. 以義理存心而涵養之, 則無物欲之蔽, 全體虛明, 而大用不差矣, 集義養氣而擴充之, 則至大至剛之氣, 浩然而自生, 充塞天地矣. 本末兼備, 內外交養, 此儒者之學, 所以爲正, 而非若二氏之偏也.

先聖有訓, 道無二尊, 心乎氣乎, 敬受斯言.

胡氏引禮記天無二日, 土無二王之語, 以爲道無二致, 欲道術之歸于一也. ○此言上文所論, 皆本聖賢之遺訓, 而非我之私言, 其道之尊, 無與爲二, 非心氣之可比也. 故於其終, 特呼心氣以警之, 其拳拳開示之意, 至深切矣.

『三峰集』卷10, 『心氣理篇』

이 사료는 고려 말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이 지은 『삼봉집』의 『심기리편心氣理篇)』의 일부인 ‘이유심기(理諭心氣)’편의 내용이다. 정도전은 『심문천답(心問天答)』⋅『심기리편』⋅『불씨잡변(佛氏雜辨)』⋅『학자지남도(學者指南圖)』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성리 철학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이는 성리학을 학술적으로 체계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불교와 도교의 사회적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정치가적 안목에서 지은 것이다. 정도전은 고려 말의 유학자 중에 가장 적극적인 개혁을 주장하였으며, 특히 불교의 사회 경제적 폐단에 대한 개혁 의지가 강하였다. 불교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불교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다시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 체계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로 성리학이 그 대용물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정도전성리학을 통해 불교와 도교의 사회적 폐단을 극복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술된 『심기리편』은 정도전이 30대 중반 유배기에 작성된 것이다.

『심기리편』은 ‘심난기(心難氣)’, ‘기난심(氣難心)’, ‘이유심기(理諭心氣)’ 3편(篇)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구성을 보면 각각의 편은 몇 개의 장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이 장은 서지적 형태나 내용상으로 각 장의 첫 문장을 ‘주제문’으로, 이후 따라오는 문장을 ‘주해문’으로 부를 수 있다. 정도전의 이단에 대한 문제의식이 투영된 대표적인 저술인 『심기리편』에서는 이단으로 지칭된 불가와 도가의 철학적 논리가 성리학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 한계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심난기는 마음[心]이 기[氣]를 비난한 것이고, 기난심은 기가 마음을 비난한 것이며, 이유심기는 이(理)가 마음과 기의 잘못을 깨우쳐 준 것이다. 여기서 심⋅기⋅이는 각각 불교⋅도교⋅성리학을 상징한다.

즉, 심난기는 불가적 세계관을 드러낸 것이면서, 심으로 대표되는 불가와 기로 대표되는 도가가 서로 충돌하는 관계임을 나타낸다. 정도전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불가의 심은 공적(空寂)하여 요명(窈冥)한 상태를 근원적이며 이상적인 상태로 파악한다. 심의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만사, 만물에 대한 감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그들이 지향하는 심의 상태가 공적한 것이다 보니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념까지도 제거의 대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인간의 마음에 일어나는 정념은 기의 가합(假合)으로 형성된 환(幻)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때 기는 심이 지향하는 공적한 상태를 방해하여 다양한 욕망을 추동시키는 것으로 심이 제어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와 같이 심을 공적한 상태로 파악하여 선한 행위를 발현할 수 있는 근거인 선한 정념까지 모두 제거한다는 점이 성리학과 다르게 심을 파악하는 부분이다.

성리학에서는 심에 일어나는 정념은 이미 심 가운데 갖추어진 만물의 이인 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정념은 부정의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선행을 유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심난기를 통해 드러난 불가의 심은 본래 비어 있는 것으로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거나 머무르지 않는다. 성리학과 달리 심 자체에서 사해(四海)를 구제할 수 있는 인(仁)도 갖추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불가에서 추구하는 심을 길러 수양하는 것은 결국 불인(不仁)한 것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인이라는 단서(端緖)의 차이로 인해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 성리학의 입장에서 이단으로 파악하는 근거이다.

기난심은 기 중심의 도가적 세계관을 다룬 것이며, 이때 도가 역시 불가의 심을 제어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도전의 견해에 따르면 도가의 도는 결국 성리학의 기로 치환될 수 있다. 도가에서 말하는 도란 결국 만물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도 안에 심진(甚眞)한 ‘정(精)’을 가지는 것이다 정도전은 도의 역할과 구조가 이에 의해 추동력을 얻어 만물 생성의 역할을 하는 성리학의 기와 동일하다고 여겨 도가의 도를 기로 치환하였다. 기난심에서 파악한 도가의 도는 천지만물의 법이 되어 이것을 형성시키지만 자신은 자연함을 본받은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러한 도를 본받아야 하는데 이를 통해 보다 근본적 가치인 자연함을 체득하기 위해서이다. 자연함이란 우주 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원리 혹은 힘을 지칭하는 것이다. 도는 비록 천리의 공을 주장하여 성리학과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수양의 결과를 사회와 나누지 않고 개인적인 것으로만 돌리기 때문에 이 해에 달려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심을 제어하여 무위함을 통해 천리를 본받는 목적이 이 개인에게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한 무위라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인간의 마음에 성이 갖춰진 성의 정념을 긍정하게 되는데, 정념은 선한 행위를 추동하기 때문이다. 성리학에서는 의로움을 통해 궁극적 가치인 인을 실현하는 것을 중하게 여긴다. 개체의 생존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의로움을 통한 의의 실현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도가의 무위는 외적 행위를 무로 돌림으로써 의로움을 제거했다. 이와 같이 내면의 심을 『심기리편』에서는 불가적 심은 인이라는 단서가 부재하고, 도가의 도는 성리학의 기와 같은데 이마저도 의라는 단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성리학과 다른 이단이 됨을 논증한 글이다.

심난기와 기난심은 각기 동일하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유심기는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난기와 기난심은 심과 기라는 2가지 개념을 논의의 대상으로 하지만, 이유심기에서는 이의 입장에서 심과 기의 특성과 한계를 언급하기 때문에 그 분량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즉 『심기리편』은 불교 철학과 도교 철학의 오류를 상호 비판한 다음 성리학으로 하여금 양자의 오류를 비판케 하는 일종의 변증법적 논리를 구사하고 있다. 불가는 속세의 인륜을 끊고 출가하여 출세간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데, 이것은 인이라는 단어를 부정하는 것이고, 도가는 의로움으로 발현되는 선한 행위마저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파악함으로써 의라는 단서를 갖추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불교와 도교의 학문은 성리학과 다른 이단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이유심기에서 이는 심과 기를 타일러야 할 대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것은 앞의 두 편과 다르게 이의 경우 심과 기를 대립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이유심기는 형식적으로는 8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용 구성의 측면에서는 심난기, 기난심과 같은 4장의 체제를 택하였다. 주요 내용으로는 이의 우선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는 천지보다 앞서 존재하는 것이자, 기가 생겨 가고 심이 인간에게 갖춰지도록 하는 근본적인 추동력을 갖기 때문에 심과 기보다 논리적으로 우선한가도 보았다. 그리고 이가 갖추어진 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을 때, 기에 대한 가치판단의 변화 가능성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도가와 불가의 한계를 지적하였으며, 이가 심에 존재하고, 이가 기를 기를 때 개선되는 변화상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심과 기가 성인의 학이 아님을 개달아 이가 곧 도이자 학문의 근본임을 일깨워 심기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심과 기에게 이를 깨우쳐 올바른 도로 회귀할 것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정도전의 『심기리편』은 『불씨잡변』과 달리 불교와 도교의 철학적인 측면에 대한 논의로 한정되어 있다. 이것은 도⋅불을 이단으로 파악하는 근거를 확인하는 단계이다. 정도전의 불교 비판론은 성리학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단에 대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것이며, 둘째 이러한 문제의식은 그의 청년기를 통해 이미 심화되어 저술로 완성되었고, 그의 불교 비판론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주장된 단기 ‘운동’이라기보다 기존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한계를 새로운 가치관으로 극복하고자 한 시도로 파악될 수 있다.

정도전성리학 사상은 성리학 자체에 대한 이론서가 아닌 주로 『심문천답』, 『심기리편』, 『불씨잡변』 등의 불교 비판서들에 나타나는데, 이는 단순히 불교를 탄압하고 배척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불교 비판을 통하여 성리학 이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서술된 것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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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정도전 연구」,『아세아연구』46-1,최상용,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2003.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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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기 사회경제연구』, 한영우, 을유문화사, 1983.
편저
『성리학자 정도전의 국제적 위상』, 삼봉정도전선생기념사업회 편, 경세원, 2008.
『삼봉 정도전연구』, 삼봉정도전선생기념사업회 편, 삼봉선생기념사업회,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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