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가의 정자, 소리꾼 우가의 창을 듣고 지은 부(賦)
우가의 창은 지금에 제일이라.
곡조를 능란하게 다루어 극에 이바지하는 것이 자못 뛰어났네.
속삭이는 소리가 아름다워 규방의 부인이 화를 내고
반항의 소리가 곧바로 위를 향해 푸른 하늘을 능멸하네.
곱기는 떨어지는 꽃 같아 봄바람에 흐르는 것 같고
급하기가 장군이 쏟아지는 화살과 돌을 무릅쓰고 나가는 것 같네.
혀뿌리는 목구멍에 있는데 목구멍에는 신이함이 있어
곡을 자유자재로 부르는데 신묘함은 적수가 없네.
못가의 정자는 숲의 날이 어두워져 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번잡한 마음이 씻겨서 수레를 탄 나그네 같네.
작은 북에 빗방울 떨어지니 고요함이 거두어지고
외로운 구름이 흘러가니 청산이 가로막네.
취한 몸 가누며 계단을 내려오면서 거듭 고개를 돌려 보니
오히려 여음이 사방의 벽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풍고집』권2, 시, 지정. 청우령배곡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