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잠을 늦게 깨여 대나무 창을 반쯤 여니
뜰의 꽃은 활짝 피어 있고 가던 나비는 꽃 위를 머무는 듯
강기슭의 버들은 우거져서 성긴 안개를 띠었구나.
창 앞에 덜 익은 술을 두세 잔 먹은 후에
호탕한 미친 흥을 부질없이 자아내어
백마 타고 금 채찍 들고 기생집을 찾아가니
꽃향기는 옷에 배고 달빛은 뜰에 가득한데
광객인 듯 취객인 듯 흥에 겨워 머무는 듯
이리저리 거닐다면서 기웃거리다가 풍치 있게 섰노라니
비취빛 기와 붉은 난간 높은 집에
연두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비단으로 가린 창을 반쯤 열고 고운 얼굴을 잠깐 들어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요염한 자태로 머무는 듯하구나.
은근한 눈빛을 하고 녹기금(綠綺琴)1)
을 비스듬히 안고
1)
한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쓰던 거문고를 말한다. 사마상여는 녹기금으로 「봉구황곡(鳳求凰曲)」을 타서 그 때 마침 과부가 되어 있던, 탁왕손(卓王孫)의 딸 탁문군(卓文君)을 꾀어내었다.
맑고 청아한 노래 한곡으로 봄 흥취를 자아내니
운우(雲雨) 양대상(陽臺上)에 초몽(楚夢)2)
이 다정하다.
2)
초나라 양왕(襄王)이 꿈속에서 선녀를 만났다는 전설을 인용한 구절이다. 운우(雲雨)는 ‘남녀의 정’을 뜻하고 양대(陽臺)는 중국 사천성에 있는 산이다. 양대 위에서 선녀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누던 초나라 왕의 꿈이 다정하다는 것으로 남녀 간의 사랑 행위를 비유하고 있다.
……(하략)……
「춘면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