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벗이 몇이나 있느냐 헤아려 보니 물과 돌과 소나무, 대나무로다
동산에 달 오르니 그것 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이면 그만이지 또 더하여 무엇 하리
구름 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주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때가 하도 많다
깨끗하고도 그치지 않은 것은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자마자 빨리 지고
풀은 어이하여 푸르다가 누래지는가
아마도 변치 않는 것은 바위뿐인가 하노라
더우면 꽃이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 모르는가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 그로하여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리하고도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한밤중에 밝은 것이 너만 한 것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고산유고』권6 별집, 가사, 산중신곡, 오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