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구신론
겸곡생
무릇 우리 동양에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우리 교화계(敎化界)에 올바르고 순수하며 광대하고 정밀하여 뭇 성현들이 전해주고 밝혀 준 유교가, 끝내 인도의 불교와 서양의 기독교와 같이 세계에 큰 발전을 얻지 못한 까닭은 무엇이며, 근세에 이르러 침체가 극도에 달해 부흥의 가망이 거의 없게 된 것은 또 무엇 때문인가. ……(중략)…… 유교계에 3대 문제가 있는지라. 그 문제에 관해 개량하고 구신(求新)하지 않으면 우리 유교는 결코 흥왕할 수 없으리라. ……(중략)……
소위 3대 문제는 무엇인가. 하나는 유교파의 정신이 오로지 제왕 측에 있고 인민 사회에 보급할 정신이 부족한 것이다. 하나는 열국을 돌아다니면서 천하를 바꾸려는 주의를 따르지 않고, “내가 학생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나를 찾아야 한다”라는 주의를 고수한 것이다. 하나는 우리 한국의 유가는 간소하고 적절한 가르침을 요구하지 않고 지리하고 산만한 공부만 해 온 것이다. ……(중략)……
무릇 과거 19세기와 현재 20세기는 서양 문명이 크게 발달한 시기이며, 장차 올 21, 22세기는 동양 문명이 크게 발달할 시기이다. 우리 공자의 도가 어찌 끝내 땅에 떨어지겠는가. 장차 전 세계에 그 광휘를 크게 드러낼 때가 있을 것이다. 오호라 우리 대한의 유림이여. 눈을 밝히고 관찰하며 분발하여 사명을 담당하라. 그들 서양의 교계(敎界)를 봐도 로마 가톨릭 시대에 유럽은 암흑의 세계였다. 만일 마르틴 루터가 그 대담함과 열혈로 개량하고 구신(求新)함이 없었으면 유럽은 지금까지 암흑 중에 있었을 수도 있다. 종교와 세계의 관계는 과연 무엇인가. 우리 대한 유자는 부족한 점을 고치라고 하면 불쾌하고 잘못된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천하의 모든 만물은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오래되면 반드시 폐단이 발생하고, 폐단이 있으면 마땅히 고쳐야 한다. 만약 폐단이 있으면서도 고치지 않으면 끝내 자취도 남기지 않고 없어질 뿐이니 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구신(求新)이라 하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나 신(新)이라는 글자는 우리 유교의 고유한 광명이다. 공자가 말하길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溫故而知新]”고 했으며 장자가 말하길 “옛 생각을 씻어 보내어 새로운 뜻을 받아들인다[濯去舊見 以來新意]”고 했다. 도덕은 날마다 새롭게 함으로써 빛나고 나라의 운명은 유신(維新)함으로써 융성해진다. 구신(求新)의 뜻은 밖에서 온 것이 아니다. 아, 우리 유림 제군이여.
『서북 학회 월보』 10호, 1909년 3월 1일, 「유교구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