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문화현대광복과 분단의 문화

광복 직후 좌익 계열의 문학론-임화

문학의 인민적 기초

제국주의 일본의 패전으로 말미암아 실현된 조선의 정치적 해방의 결과 자동적으로 문학도 일본의 지배를 벗어났다. 그것은 조선의 정치적 해방이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한 자동적 결과인 것과 전혀 흡사한 것이다.

요컨대 퍽 유감된 일이지만 문학의 해방은 정치의 해방과 같이 우리 자신의 투쟁에 의하여, 다시 말하면 우리 문학 자신의 힘으로 오늘날의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니다. …… (중략) ……

그것은 새로운 인간의 발견이요, 거기에 따른 새로운 현실의 발견이다. 역사는 어떤 주인공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그들은 어떠한 현실 가운데서 나는가. 이 제목은 결코 단순한 소설론의 주제도 아니요 또 간단한 정치론의 제목도 아니다. 생각건대 그것은 해방된 우리 민족 전체가 방금 당면해 있고 또 당장에 해결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운명적 과제의 한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개된 이 현실 가운데 우리의 생의 근본방향을 어디에 두느냐 하는 원칙상의 엄숙한 문제이다. 이 과제의 일단(一端)을 우리 문학도 해결하기 위하여 용감히 뛰어들어야 하고, 또 특히 일반 임무가 문학에게 부여하는 개별된 과제의 해결을 위하여 문학도 또한 자기 스스로의 방법을 가지고 노력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그럼 이 길은 어떠한 길인가. 일언으로 말하여 이 길은 우리가 인민 가운데로 가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인민에의 길만이 우리 문학 가운데 있는 제 모순을 해결할 단서를 제공한다. 문학에 있어서 객관성과 주관성, 개인과 사회, 개성과 보편성 심지어는 민족성과 세계성이란 복잡한 모순은 결코 문학 내부에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왜 그러냐 하면, 이러한 제 문제는 본시 문학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외부에, 즉 사회조직에 토대 깊이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이 인민 가운데로 간다는 것은 문학이 자기 자신 위에 부과된 임무의 해결을 위한 노력임과 동시에 현실 전체의 근원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반사업에 참가함을 의미하게 된다.

그러면 어째서 인민으로의 길은 이 모든 것의 해결의 관문이 되는가.

여기서 우리는 근자에 흔히 쓰는 인민이란 개념의 내용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인민과 극히 근사한 개념으로 국민⋅민족⋅민중이란 말이 있다. 국민이란 간단히 말하여 일정한 국가에 속한 민중의 총칭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민족이란 개념도 역시 국민과 비슷하여 비록 독립한 국가에 법적으로 속해있지 않고 과거의 조선 민족과 같이 타국의 지배 하에 있을 때라도 인종적 또는 언어적, 기타 약간의 주로 자연사적 공통성을 가진 일정한 인간의 총칭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 비하면 민중이란 이 위의 두 가지 말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한 국민, 한 민족 가운데서도 민중이란 대중이란 말과 같이 주로 피치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피치자 또는 피압박의 인민층만을 민중이라고 부르느냐 하면 그렇다고만 대답하기 곤란한 점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혁명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우리는 곧 민중이란 말에 가장 가까운 실체를 포착할 수 있다. 민중이란 결국 만인평등설과 더불어 19세기적인 개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민이라는 것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노동자나 농민, 기타 중간층이나 지식계급 등을 포섭하는 의미에 있어 이 말 가운데는 피착취의 사회계급을 토대로 한다는 일종 농후한 사회계급적인 요소가 보다 더 많은 개념이다. 현대가 민중이란 말 대신에 인민이란 말을 쓰는 것은 아마 현대에 있어 사회적 모순의 해결에 국가적 민족적인 여러 가지 문제보다도 기본적인 문제로 되어 있는 때문이다.

그러면 문학이 인민에게로 간다는 것은 다시 말하여 문학이 현대의 사회적 모순의 해결의 일단과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략)……

하나 우리 문학에 있어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압박 때문에 표면에 내세울 수 없고 전연히 주장할 수 없던 정치와 문학과의 깊은 관계, 문학의 사상성에 대한 절실한 욕구가 인민 가운데서만 정당한 해결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의 대다수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 또한 우리 민족의 대다수의 복지와 타민족 타국가와의 진정한 우의, 세계의 공통하고 동일한 해방을 목표로 하는 세계관만이 문학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정치요, 문학이 욕구하는 대상이 될 사상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문학이 인민으로 가는 길, 다시 말하면 문학의 기초를 인민의 토대 위에 수립하는 공작은 결코 일조일석에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문학 가운데 있는 여러 가지 전 시대의 유물 예로 들면 봉건적 잔재라든가 퇴폐사상이라든가 무근거(無根據)한 고고주의(孤高主義), 순수주의, 퇴영적인 향토취미, 개인주의 등 요컨대 일본 제국주의 치하에서는 어느 정도 존재의 개연성을 가진 요소가 오늘날에는 청산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

〈중앙신문〉, 1945년 12월 8~14일

文學의 人民的 基礎

帝國主義 日本의 敗戰으로 말미암아 實現된 朝鮮의 政治的 解放의 結果 自働的으로 文學도 日本의 支配를 버서 낫다. 그것은 朝鮮의 政治的 解放이 日本이 『프츠탐』 宣言을 受諾한 自働的 結果인 것과 全혀 흡似한 것이다.

要컨대 퍽 遺憾된 일이지만 文學의 解放은 政治의 解放과 가치 우리 自身의 鬪爭에 依하야, 다시 말하면 우리 文學 自身의 힘으로 오늘날의 狀態에 이른 것은 아니다. …… (중략) ……

그것은 새로운 人間의 發見이요 거기에 따른 새로운 現實의 發見임나다. 歷史는 엇던 主人公에 依하야 맨드러지고 그들은 엇더한 現實 가운데서 나는가. 이 題目은 決코 單純한 小說論의 主題도 아니요 또 簡單한 政治論의 題目도 아니다. 생각컨대 그것은 解放된 우리 民族 全體가 方今에 當面해 잇고 또 當場에 解決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運命的 課題의 한 部分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展開된 이 現實 가운데 우리의 生의 根本方向을 어되에 두느냐 하는 原則上의 嚴肅한 問題, 이 課題의 一端을 우리 文學도 解決하기 위하야 勇敢히 뛰어들어야 하고, 또 特히 一般 任務가 文學에게 賦與하는 個別된 課題의 解決을 爲하야 文學도 또한 自己 스스로의 方法을 가지고 勞力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그럼 이 길은 엇더한 길인가. 一言으로 말하야 이 길은 우리가 人民 가운데로 가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人民에의 길만이 우리 文學 가운데 잇는 諸矛盾을 解決할 端緖를 提供한다. 文學에 잇서서 客觀性과 主觀性, 個人과 社會, 個性과 普遍性 甚至於는 民族性과 世界性이란 複雜한 矛盾은 決코 文學 內部에서는 解決되는 것이 아니다. 웨 그러냐 하면 이러한 諸問題는 本是 文學 內部에서 發生한 것이 아니라 그 外部에, 즉 社會組織에 土臺 기피 根源을 두고 잇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므로 文學이 人民 가운데로 간다는 것은 文學이 自己 自身 우에 賦課된 任務의 解決을 爲한 勞力임과 同時에 現實 全體의 根源的 課題를 解決하기 爲한 一般事業에 參加함을 意味하게 된다.

그러면 엇재서 人民으로의 길은 이 모든 것의 解決의 關門이 되는가.

여기서 우리는 近者에 흔히 쓰는 人民이란 槪念의 內容을 暫 발킬힐 必要가 잇다. 人民과 極히 近似한 槪念으로 國民⋅民族⋅民衆이란 말이 잇다. 國民이란 簡單히 말하야 一定한 國家에 屬한 民衆의 總稱이라고 볼 수 잇지 안흘가? 民族이란 槪念도 亦시 國民과 비슷하야 비록 獨立한 國家에 法的으로 屬해 잇지 안코 過去의 朝鮮 民族과 가치 他國의 支配 下에 잇을 때라도 人種的 또는 言語的, 그他 若干의 主로 自然史的 共通性을 가진 一定한 人間의 總稱이라고 볼 수 잇다. 거긔에 비하면 民衆이란 이 우에 두 가지 말과는 若干 다른 點이 잇다. 한 國民, 한 民族 가운데서도 民衆이란 大衆이란 말과 가치 主로 被治者를 가리치는 말이다. 그러타고 반듯시 被治者 또 被壓迫의 人民層만을 民衆이라고 부르느냐 하면 그러타고만 대답하기 困難한 點도 잇을 것이다. 佛蘭西 革命의 主體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우리는 곳 民衆이란 말에 가장 각가운 實體를 捕捉할 수 잇다. 民衆이란 結局 萬人平等說과 더부러 十九世紀的인 槪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人民이라는 것은 그렇지는 안흔 것 같다. 勞働者나 農民, 그他 中間層이나 知識階級 等을 包섭하는 意味에 잇어 이 말 가운데는 被搾取의 社會階級을 土臺로 한다는 一種 濃厚한 社會階級的인 要素가 보다 더 만흔 槪念이다. 現代가 民衆이란 말 대신에 人民이란 말을 쓰는 것은 아마 現代에 잇어 社會的 矛盾의 解決에 國家的 民族的인 여러 가지 問題보다도 基本的인 問題로 되어 잇는 때문이다.

그러면 文學이 人民에게로 간다는 것은 다시 말하야 文學이 現代의 社會的 矛盾의 解決의 一端과 關係를 맺는다고 생각할 수 잇다.

……(중략)……

허나 우리 文學에 잇어 그보다도 重要한 것은 日本의 帝國主義的 壓迫 때문에 表面에 내새을 수 업고 全然히 主張할 수 업든 政治와 文學과의 깊은 關係, 文學의 思想性에 對한 切實한 欲求가 人民 가운데서만 正當한 解決을 이룰 수 잇다는 事實이다.

우리 民族의 大多數의 幸福을 目的으로 하는 政治, 또한 우리 民族의 大多數의 福祉와 他民族, 他國家와의 眞正한 友誼, 世界의 共通하고 同一한 解放을 目標로 하는 世界觀만이 文學이 關係를 매즐 수 잇는 政治요, 文學이 欲求하는 對象이 될 思想이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文學이 人民으로 가는 길, 다시 말하면 文學의 基礎를 人民의 土臺 우에 樹立하는 工作은 決코 一朝一夕에 達成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文學 가운데 잇는 여러 가지 前時代의 遺物 例하면 封建的 殘재라든가 頹廢思想이라든가 無根據한 孤高主義, 純粹主義, 退嬰的인 鄕土趣味, 個人主義 等 要컨대 日本 帝國主義 治下에서는 어느 程度 存在의 蓋然性을 가즘 要素가 오늘날이 와는 淸算해야 할 對象이라는 것을 발킬 必要가 잇다.(講演草稿)

〈중앙신문〉, 1945년 12월 8~14일

이 자료는 시인 임화(林和, 1908~1953)가 해방 직후 「문학의 인민적 기초」라는 제목으로 〈중앙신문〉에 연재한 글이다. 임화는 한국의 시인이며 문학 평론가⋅정치인이다. 본명은 임인식(林仁植)이고, 김철우⋅쌍수대인⋅성아⋅청로 등 여러 필명을 사용했다.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이하 카프, KAPF)의 멤버로 활동하였으며, 해방 이후에는 정계에 진출해 조선 공산당 재건 운동, 건국 준비 위원회 활동과 남조선 노동당 창당 활동 등에 참여했다. 1947년 미군정의 탄압을 피해 월북하였고, 남북 협상에 참여한 뒤 북조선 건국에 기여하였으나 1953년 8월 사형당했다.

임화는 1920년대 후반부터 시 창작과 비평 활동을 시작했으며,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다. 1929년 시 「우리 옵바와 화로」, 「네거리의 순이」 등을 발표하면서 카프를 대표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해방 이후 조선 문학 건설 본부, 조선 문학가 동맹 등 좌익 문학 단체에 참여하였고, 박헌영(朴憲永, 1900~1955)과 함께 조선 공산당 재건 운동에 힘썼다.

문학 평론가로도 크게 활약한 임화는 해방 후 본격적인 비평문 「문학의 인민적 기초」에서 해방을 맞은 우리 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로 ‘인민으로의 길’을 제시하였다. 1930년대 후반에는 우리 문학의 현상을 세태와 내성의 분열로 진단하고, 이를 극복해야만 올바른 리얼리즘 문학과 근대 문학을 수립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해방 이후 임화가 제시한 ‘인민으로의 길’은 바로 세태와 내성의 분열을 극복하고 근대 문학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또한 임화는 “문학이 인민 가운데로 간다는 것은 문학이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임과 동시에 현실 전체의 근원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반 사업에 참가함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현실 전체의 근원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반 사업에 참가’란 바로 문학이 변혁 운동에 복무하는 것이었다.

해방 이후 조선 문학 건설 본부는 문학 통일 전선 구축에 주력하였고, 임화는 「현하의 정세와 문화 운동의 당면 임무」에서 통일 전선 문학으로서의 민족 문학론을 개진하였다. 임화는 이 글에서 박헌영의 ‘8월 테제’를 수용하여 현 단계 조선의 혁명을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이라 규정하였고, 이를 수행할 주체로 민족 통일 전선을 제시하였다. 또한 문화 운동의 과제는 문화 측면에서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을 수행하는 것이고, 수행의 주체는 노동자 계급과 농민⋅진보적 시민으로 형성된 문화 통일 전선이라고 주장하였다. 임화가 주장한 민족문학론의 요점은 노동자⋅농민⋅진보적 시민들이 일제 잔재와 봉건 잔재를 청산함으로써 ‘근대적인 의미의 독자적인 민족 문화 수립’이라는 문화적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논문
「해방 직후 임화의 민족문학론에 대하여」,『문학과 논리』2,이양숙,태학사,1992.
저서
『해방직후의 민족문학운동 연구』, 권영민,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6.
『한국문학의 이해』, 김흥규, 민음사, 1998.
『한국문학의 관계론적 이해』, 최유찬, 실천문학사, 1998.
편저
『해방공간의 민족문학 연구』, 김윤식 편, 열음사, 1989.
『한국문학의 흐름과 이해』, 손미영 외, 아세아문화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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