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문화현대광복과 분단의 문화

1953년 사상계 창간호의 권두언-인간과 인격

권두언 - 인간과 인격

인간은 인격적인 존재이다. 즉 인간은 복잡하고도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며, 개념적 추상적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 목적 실현을 위한 의지적이며 적극적인 활동과 반성능력을 소유하였으며, 각종 문화 창조의 능력을 가진 자이다.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서는 고래(古來)로 많은 사상가 철학자 종교가들이 그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은 인간을 정치적 사회적 존재라고 생각하여 「인간의 행복은 개인의 생활에서는 완성될 수 없으며, 국가적 단체에 있어서 비로소 완성되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가졌다. 기독교는 「신이 자기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여 세계와 만물을 지배케 하였다」고 하였고(창세기 1장 27절 이하), 스콜라 철학은 「인간의 본질을 이성에서 구하였고」, 칸트는 「현상으로서의 인간과 본체로서의 인간」을 구별하였으며, 피히테나 괴테는 개개의 인간을 초월한 인간성 자체에서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찾으려 하였으며, 코엔⋅나토르프⋅분트⋅짐멜 등은 순수인간성의 이념을 도덕적 사회적 규범이라고 하였고, 하이데거은 인간의 생존(Dasein)을 다른 존재(Sein)와 구별하여 존재론적 우선을 가진 자라고 생각하여 그 현상학적 분석을 기도하였고, 셸러는 모든 문화현상을 인간의 본질적 구조로부터 이해하며 모든 문제의 출발점 내지 귀착점을 인간에게서 발견하고자 하는 철학적 인간학을 건설하려고 했다.

이 같이 인간의 본질을 규명함에 있어서 철학적 종교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으로 각각 그 입장을 달리함에 따라 각양의 인간관 - 염세관 낙천관, 유물론, 유심론, 자연주의, 이상주의, 이원론, 일원론, 결정론, 기계론, 목적론 - 을 볼 수 있는바 그 대부분이 인간성에 내재하는 한 요소를 고립적으로 강조화한 일면적 관찰에 불과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각각 달리 고립적으로 강조화된 인간관과 세계관의 수립과 이에 가해진 근대 주지주의, 실용주의 교육은 현대의 찬란한 문명을 보여 주는 반면, 오늘에 이르러 인간성을 분화(分化)⋅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인류의 새로운 고민을 가져왔고, 근본적으로 비판을 받아야 할 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실로 인간은 육체적 정신적 통일생명(統一生命)이다. 만약 인간이 순육체적 존재라면 인간역사는 직선적인 순환과정만의 반복일 것이며, 또한 순정신적 존재라면 세계는 다만 직선적인 가치향상의 진보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변증법적인 발전과 통일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인간은 표현적이며 자각적인 존재라는 연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인간성을 기초로 한 참된 인간관의 수립은 긴급을 요하는 일로서 이는 곧 고립 강조화된 인간성에 잠재하는 각 요소가 조화 통일을 이루는데 있는 것이니 여기에서 인류는 통일과 조화의 인간관, 세계관을 기초로 한 사상과 교육의 대두를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통일교육으로서 세계평화를 이루고자 하는 유네스코 헌장에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평화는 반드시 인간의 마음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중략) ……

정의, 자유 및 평화를 지향하는 인간성에 대한 교육은 인간의 존엄을 위하여 불가결한 것이며, 모든 국민이 서로 돕고 서로 관심을 가지려는 정신으로서 다 해야 할 신성한 의무이다」라 하여 인간성 교육의 긴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침략자도, 피침략자도, 통치자도, 피통치자도, 악귀적인 착취와 억압을 감행하는 자도, 이 같은 착취와 억압을 당하는 자도, 정의의 깃발을 들어 만인을 복되게 하는 자도, 극악무도하여 만인을 해치는 자도, 위선과 사기와 모함과 중상과 협잡을 일삼는 자도, 선행과 진실과 화친과 정직과 박애를 일으키는 자도, 모두가 인간인 한, 인간문제는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의 인간성에 잠재한 각양의 가능성을 어떠한 방법과 방향으로 유도 종합하여 조화와 통일을 가진 원만한 인격적 개인, 사회인, 국가인, 세계인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고래로 교육에 있어서는 항상 인격이 중시되어 왔으며, 교육의 목적을 인격도야에 두려고 하는 경향은 어느 시대에서나 엿볼 수 있다. 인(仁)을 그 중심사상으로 한 공자는 「인의 힘은 곧 인격의 힘이요, 인의 가치는 곧 인격의 가치니, 인을 행한다 함은 인격적 활동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인을 구한다고 하는 것은 인격가치의 함양을 기하는 것이라」 하였고, 루소는 「원래 인간은 선과 악의 가능성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으니 여하(如何)히 훈육, 자극, 고무를 가하여 인간을 원만 완전하게 성장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것을 교육의 중심과제로 하였으며, 존 듀이도 인간을 행복되고 유능하며 도의적이게 하는 것을 교육이라 하였다.

대개 인간은 인격성 교육에 의해서만 인격적인 향상이 일어나며, 조화와 통일을 자각하게 되며, 이 같은 자각 위에 세워진 인간관 세계관을 토대로 한 인격적 표현만이 곧 세계인류가 갈망하는바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상계』 1953년 4월 창간호 「권두언 - 인간과 인격」

卷頭言 - 人間과 人格

人間은 人格的인 存在이다. 卽 人間은 複雜하고도 明瞭한 言語를 사용하며, 槪念的 抽象的 論理的인 思考能力을 가지고 있고, 그 目的 實現을 爲한 意志的이며 積極的인 活動과 反省能力을 所有하였으며, 각종 文化 創造의 能力을 가진 者이다.

人間의 本質에 關하여서는 古來로 많은 思想家 哲學者 宗敎家들이 그 見解를 달리하고 있다. 애리스토틀은 人間을 政治的 社會的 存在라고 생각하여 「人間의 幸福은 個人의 生活에서는 完成될 수 없으며, 國家的 團體에 있어서 비로소 完成되어질 것이라」는 見解를 가졌다. 基督敎는 「神이 自己의 形像대로 人間을 創造하여 世界와 萬物을 支配케 하였다」고 하였고(創世記 一章 二七節 以下), 스코라哲學은 「人間의 本質을 理性에서 구하였고」, 칸트는 「現象으로서의 人間과 本體로서의 人間」을 區別하였으며, 피히테나 괴테는 個個의 人間을 超越한 人間性 自體에서 人間의 本質的 價値를 찾으려 하였으며, 코헨 나톨프 분트 짐멜 等은 純粹人間性의 理念을 道德的 社會的 規範이라고 하였고, 하이덱겔은 人間의 生存(Dasein)을 다른 存在(Sein)와 區別하여 存在論的 優先을 가진 者라고 생각하여 그 現象學的 分析을 企圖하였고, 쉐레르는 모든 文化現象을 人間의 本質的 構造로부터 理解하며 모든 問題의 出發點 乃至 歸着點을 人間에게서 發見하고자 하는 哲學的 人間學을 建設하려고 했다.

이같이 人間의 本質을 糾明함에 있어서 哲學的 宗敎的 歷史的 또는 文化的으로 各各 그 立場을 달리함에 따라 各樣의 人間觀 - 厭世觀 樂天觀, 唯物論, 唯心論, 自然主義, 理想主義, 二元論, 一元論, 決定論, 機械論, 目的論 - 을 볼 수 있는바 그 大部分이 人間性에 內在하는 한 要素를 孤立的으로 强調化한 一面的 觀察에 不過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各各 달리 孤立的으로 强調化된 人間觀과 世界觀의 樹立과 이에 加해진 近代 主知主義, 實用主義 敎育은 現代의 燦爛한 文明을 보여주는 反面, 오늘에 이르러 人間性을 分化 破壞하는 結果를 招來하여 人類의 새로운 苦悶을 가져왔고, 根本的으로 批判을 받아야 할 段階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實로 人間은 肉體的 精神的 統一生命이다. 만약 인간이 純肉體的 存在라면 人間歷史는 直線的인 循環過程만의 反復일 것이며, 또한 純精神的 存在라면 世界는 다만 直線的인 價値向上의 進步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人間은 辨證法的인 發展과 統一을 이루고 있다. 이에 인간은 表現的이며 自覺的인 存在라는 緣由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같은 人間性을 基礎로 한 참된 人間觀의 樹立은 緊急을 要하는 일로서 이는 곧 孤立 强調化된 人間性에 潛在하는 各 要素가 調和 統一을 이루는데 있는 것이니 여기에서 人類는 統一과 調和의 人間觀, 世界觀을 基礎로 한 思想과 敎育의 擡頭를 渴望하게 되는 것이다.

統一敎育으로서 世界平和를 이루고자 하는 유네스코 憲章에 「戰爭은 人間의 마음 속에서 始作되는 것이므로 平和는 반드시 人間의 마음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 (중략) ……

正義 自由 및 平和를 志向하는 人間性에 대한 敎育은 人間의 尊嚴을 위하여 不可缺한 것이며, 모든 國民이 서로 돕고 서로 關心을 가지려는 情神으로서 다 해야 할 神聖한 義務이다」 라 하여 人間性敎育의 緊要性을 示唆하고 있다. 侵略者도, 被侵略者도, 統治者도, 被統治者도, 惡鬼的인 搾取와 抑壓을 敢行하는 者도, 이 같은 搾取와 抑壓을 當하는 者도, 正義의 깃발을 들어 萬人을 福되게 하는 자도, 極惡無道하여 萬人을 害치는 者도, 僞善과 詐欺와 謀陷과 中傷과 挾雜을 일삼는 者도, 善行과 眞實과 和親과 正直과 博愛를 일으키는 者도, 모두가 人間인 限, 人間問題는 무엇보다 重大한 問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人間의 人間性에 潛在한 各樣의 可能性을 어떠한 方法과 方向으로 誘導 綜合하여 調和와 統一을 가진 圓滿한 人格的 個人, 社會人, 國家人, 世界人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古來로 敎育에 있어서는 항상 人格이 重視되어 왔으며, 敎育의 目的을 人格陶冶에 두려고 하는 傾向은 어느 時代에서나 엿볼 수 있다. 仁을 그 中心思想으로 한 孔子는 「仁의 힘은 곧 人格의 힘이요, 仁의 價値는 곧 人格의 價値니, 仁을 行한다 함은 人格的 活動自體를 意味하는 것이며, 仁을 求한다고 하는 것은 人格價値의 涵養을 期하는 것이라」 하였고, 루소는 「元來 人間은 善과 惡의 可能性을 潛在的으로 지니고 있으니 如何히 訓育, 刺戟, 鼓舞를 加하여 人間을 圓滿 完全하게 成長 發展시킬 것인가」 하는 것을 敎育의 中心課題로 하였으며, 존 듀이도 人間을 幸福되고 有能하며 道義的이게 하는 것을 敎育이라 하였다.

大槪 人間은 人格性敎育에 의해서만 人格的인 向上이 일어나며, 調和와 統一을 自覺하게 되며, 이 같은 自覺 위에 세워진 人間觀 世界觀을 土臺로 한 人格的 表現만이 곧 世界人類가 渴望하는바 眞正한 自由와 平和를 가져올 것이다.

『思想界』 1953年 4月 創刊號 「卷頭言 - 人間과 人格」

이 자료는 1953년 4월 창간된 『사상계』의 권두언이다. 『사상계』는 1953년 4월 1일 창간되어 1970년 5월 1일 통권 205호를 끝으로 폐간되었다. 초대 발행인 겸 편집인은 장준하(張俊河, 1918~1975)였다. 1955년부터 주간과 편집위원제를 두었고, 집필자는 대부분 대학교수⋅종교인⋅언론인⋅정치인⋅문인 등이었다. 체재는 국판 200쪽 안팎이었으며 특집호일 경우 400쪽으로 늘렸다. 『사상계』는 당시로서는 가장 오랫동안 발행된 잡지였고, 학계와 문화계에 많은 문필가를 배출하였다.

1953년 4월 장준하는 문교부 산하 국민사상연구원의 기관지였던 『사상』을 인수하여, 한국 전쟁이 끝날 무렵 정신적⋅물질적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민족의 앞길을 예비한다는 취지로 종합 월간지 『사상계』를 창간하였다. 『사상계』는 민족 통일 문제, 민주 사상 함양, 경제 발전, 새로운 문화 창조, 민족 자존심 양성을 기본 편집 방향으로 삼았다.

『사상계』 창간호는 장준하 사장이 쓴 권두언 「인간과 인격」을 필두로 ‘인간 문제’ 특집으로 꾸며 「인간과 문화」(김계숙), 「인간 생활과 종교」(김재준), 「동양인의 인생관」(배성룡), 「인간에 대한 소고」(지동식) 등을 실었다. 장준하는 ‘편집후기’에서 “『사상』 속간을 위하여 편집하였던 것을 『사상계』란 이름으로 내어 놓게 된다. 동서고금의 사상을 밝히고 바른 세계관⋅인생관을 수립해 보려는 기도는 변함이 없다”라고 창간 이념을 밝혔다.

『사상계』는 제1공화국 때부터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글을 싣는 등 독재 정치를 비판하였다. 독자는 대부분 대학생⋅지식인 등이었고, 1960년대 초에는 정기 구독자만 16,000여 명에 달했다. 제3공화국 때는 저항적⋅정치 비판적 정치 평론을 자주 싣는다는 이유로 탄압받았다. 1968년 발행인 장준하가 정계에 진출하면서 부완혁이 발행하기 시작하였다.

1970년 5월 『사상계』는 김지하의 담시(譚詩) 「오적(五賊)」을 실었다. 「오적」이란 제목은 을사오적에서 따왔고, 재벌⋅국회의원⋅고급 공무원⋅군 장성⋅장차관 등 ‘적(賊)’들의 부정부패를 풍자하고 비판한 시다. 「오적」이 『사상계』에 처음 발표될 당시에는 시가 수록된 1970년 5월호를 서점에서 수거하고 시판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러나 그 뒤 「오적」은 제1야당인 신민당 기관지 『민주전선』에 다시 수록되었고, 1970년 6월 2일 김지하와 사상계』 발행인 부완혁, 편집장 김승균이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사상계』는 「오적」 사건 때문에 정치적인 탄압을 받게 되었고, 거기에 재정적인 어려움까지 겹쳐 통권 205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저서
『한국잡지사』, 김근수, 청록출판사, 1980.
『장준하(민족주의자의 길』, 박경수, 돌베개, 2003.
『사상계에 나타난 자유민주주의론 연구』, 이상록,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0.
편저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6.
『유신과 반유신』, 안병욱 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2005.
『돌베개』장준하문집 2, 장준하 선생 10주기 추모문집 간행위원회, 사상계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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