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일본 문화계인사와의 간담회 말씀 내용
(1998.10.10. 09:45-10:30, 테이코쿠호텔 파이시즈룸, 32명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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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일본 방문에 앞서, 지금까지 한국 내에서 금지되어 왔던 일본 문화를 수용키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각계의 문화계 인사와 국내에서 대화를 했는데 이중에는 찬성하는 사람도 많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문화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역사를 보면, 문화쇄국주의 만큼 자신의 민족에 크나큰 피해를 끼치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쇄국주의는 좋은 문화 또는 외부문화의 자극을 받지 못하게 함으로서 자국의 문화가 침체되어 마지막에는 몰락해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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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점을 보면 문화의 쇄국주의가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치는 것인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도 무비판적으로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고 재창조를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커다란 해를 끼치게 됩니다. 우리들은 일본으로부터 문화를 받아들여 자극을 받으면서 우리문화 발전에 기여토록 해 나갈 것이며, 우리문화가 융성해 짐에 따라 일본문화도 함께 융성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한국문화가 융성하면 일본문화도 융성해졌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문화 수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또한 이 이상 시대흐름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나는 강조하고 설득했습니다.
나는 일본문화를 받아들이는 문제와 관련해 공식발표에서는 단계적으로 한다고 말했습니다만, 일본총리에 대하여는 상당한 속도로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인 나의 신념입니다. 또한 나는 한.일 양국 문화계 인사를 중심으로 문화교류협의회를 창설, 상호 어떻게 문화교류를 하면 좋을까 하는 점을 전문 문화계 인사들이 서로 상의하고 정부는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에 옮길 것을 오부치 총리에게 제안했고 오부치 총리도 좋은 의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가까운 시일내 설치될 것으로 생각하며 여러분들 가운데서도 그 속에 참여해 지원해 주실 분도 당연히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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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한 말씀 드리면 문화의 중요성이라는 것은 지금까지는 문화가 인간의 정신적 분야를 풍요롭게 하고 인간간의 관계를 아름답게 하는 역할에 인식이 치우쳐져 왔다면, 지금부터는 이에 덧붙여 문화산업이라는 측면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문화산업이라고 하는 것이 철강업, 조선업에 못지 않은 중요한 기간산업으로서 지금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의 만화영화가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지를 오부치 총리와의 식사 도중에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일본의 조선소나 철강업계의 수입보다도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날은 미국의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쥬라기공원이라고 하는 공룡영화 1펀이 8억5천만불의 순이익을 올려 한국의 3개 자동차회사가 1년간 수출해 올린 이익보다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시대입니다.
이와 같이 문화가 지금은 산업으로 특히 관광산업은 대단한 국부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있어 문화계 인사들의 역할은 단순히 과거와 같이 정신세계를 풍족히 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자극을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만 할 것입니다. 문화계 인사들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데 문화산업만이 발전해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애서 나는 한국에서는 문화관광에 중점을 두도록 강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일본과 한국의 문화교류는 한국에 있어 한국의 문화만이 아니라 문화산업의 발달에도 커다란 자극제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여러분들은 인류역사상 문화가 가장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을 갖고, 일본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고 계신 만큼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보다 활발히 전개해 서로 갈고 닦음으로서 한국문화도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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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문화홍보원, 「업무연락 - 대통령의 일본 문화계 인사와의 간담회 말씀 내용」, 『문화교류관계문서2』, 1998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