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 본 한국사분야별문화현대세계 속의 한국

일본의 대중 문화 개방

마침내 ‘文化빗장’ 풀었다

日 대중문화 상륙 의미⋅실태

……(중략)……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으로 우리나라는 해외 문화개방에 대한 마지막 빗장을 열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33년 만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일로 한⋅일 양국이 새로운 문화적 협력관계로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등과 더불어 한⋅일간의 동반자 관계가 긴밀하게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개방분야에 대해「즉시 개방」과「즉시 개방 이후」부분으로 나누고 1차적으로 영화⋅만화만을 허용키로 한 것은 여론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요 방송 등 여타 대중문화장르의 개방 일정에 따른 구체적 실천 방안을 「한⋅일 문화교류공동협의회」의 논의를 거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일본문화의 산업적 침투는 국내에서 진지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7~10%, 비디오의 경우 1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 큰 충격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은 연간 2,384억원 규모로 이 중 167억~238억원을 일본영화가 점유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개방조치로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문은 영화분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199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하나비〉 오는 12월19일 개봉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 상영되는 첫 일본영화가 될 전망이다. 또 일본배우들이 출연한 박철수 감독의 〈가족시네마〉는 올 연말쯤 개봉돼 국내감독의 작품으로는 문화개방의 첫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수용 감독이 제작한 일본영화 〈사랑의 묵시록〉, 안성기 주연의 일본영화 〈잠자는 남자〉(감독 오구리 고헤이),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등도 개봉일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반개방상태에 놓여있던 한국출판만화는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파가 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만화잡지상륙과 저질음란만화 유통, 단행본시장의 완전잠식 등은 향후 우려되는 문제들이다.

1997년 발행된 우리나라 만화단행본은 총 1천8백만 권. 그 중 70%가 일본만화 번역본이다. 일본만화는 지난 1946년 신문만화 〈사자에상〉 이후 〈캔디캔디〉, 〈허리케인 조〉, 〈슬램덩크〉 등으로 한국시장을 초토화했다. 현재는 〈바람의 검심〉(와츠키 노부히로), 〈소년탐정 김전일〉(사토오 후미야) 등이 상륙채비를 갖추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일본만화잡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잡지 〈소년챔프〉는 최고 650만부를 찍었고, 현재도 400만부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아동잡지 〈아이큐점프〉의 경우 30만부가 역대 최고부수다. IMF체제 이후 10만 부 이상 팔리는 한국만화잡지는 한 권도 없다.

일본만화의 경쟁력은 그림보다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아이큐점프 편집자 이재식 씨는 “단순한 소재로 별스런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는 탄복할 만하다”고 말한다. 만화스토리 작가가 못돼서 시나리오작가가 됐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노년층을 위한 「실버만화」가 있을 정도로 연령별로 특화된 것도 일본만화의 강점이다. 성인만화의 경우 일본에서도 특별위원회를 설치, 규제에 나섰을 정도로 동성애나 성기묘사 등이 노골적이어서 불법복제가 우려된다.

〈경향신문〉, 1998년 10월 21일

“당장에는 큰 변화 없을 것” - 관련업계 반응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 영화계와 만화계는 예견했던 일로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업계는 오히려 일본 저질문화 유입의 방지책 수립과 국내 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영화감독 박철수씨는 “우수작품을 먼저 개방하겠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일본 배우를 출연시켜 일본어로 제작한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씨 원작의 〈가족시네마〉를 국내에서 상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는 일본의 로망 포르노 V 시네마 성인용 애니메이션 등 에로물에 대항키 위해서는 규제를 통해 억압해놓은 우리 성인영화 시장의 양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화제작자 이태원씨(태흥영화사 대표)는 “우리 관객도 좋은 일본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며 “일본의 B급 영화 수입과정에서 우리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화개방과 관련, 김수정씨(주식회사 「둘리」 대표)는 “일본만화가 국내 만화시장의 35~40%를 점유한 상황”이라며 “작품성 있는 일본만화가 출판되기를 희망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는 “만화 창작인의 상상력을 제한해왔던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당국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만화가들의 아이디어를 고양시킨다면 우리 만화의 일본 수출도 멀지 않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재국씨(도서출판 시공사 대표)는 “지금껏 일본 대중문화를 통제해온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었다”며 “초반에는 시장이 잠식되는 등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점차 문화수준과 상품의 질을 높여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그는 “음란⋅폭력적인 성인물에 대해선 철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대중문화에 정통한 영화감독 이규형씨(〈J.J가 온다〉의 저자)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자주적으로 받아들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우리 문화산업도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일본은 당장 팔만한 상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뛰어난 문화적 감각을 지닌 한국인은 일본의 영향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산업학회, 『문화산업연구』 제6권 제1호, 2006

마침내 ‘文化빗장’ 풀었다

日 대중문화 상륙 의미⋅실태

……(중략)……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으로 우리나라는 해외 문화개방에 대한 마지막 빗장을 열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33년 만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일로 한⋅일 양국이 새로운 문화적 협력관계로 나아가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등과 더불어 한⋅일간의 동반자 관계가 긴밀하게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가 개방분야에 대해「즉시 개방」과「즉시 개방 이후」부분으로 나누고 1차적으로 영화⋅만화만을 허용키로 한 것은 여론과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요 방송 등 여타 대중문화장르의 개방 일정에 따른 구체적 실천 방안을 「한⋅일 문화교류공동협의회」의 논의를 거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본대중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일본문화의 산업적 침투는 국내에서 진지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7~10%, 비디오의 경우 1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 큰 충격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은 연간 2,384억원 규모로 이 중 167억~238억원을 일본영화가 점유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개방조치로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문은 영화분야.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199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하나비〉 오는 12월19일 개봉될 예정이어서 국내에서 상영되는 첫 일본영화가 될 전망이다. 또 일본배우들이 출연한 박철수 감독의 〈가족시네마〉는 올 연말쯤 개봉돼 국내감독의 작품으로는 문화개방의 첫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수용 감독이 제작한 일본영화 〈사랑의 묵시록〉, 안성기 주연의 일본영화 〈잠자는 남자〉(감독 오구리 고헤이),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등도 개봉일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반개방상태에 놓여있던 한국출판만화는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격파가 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일본만화잡지상륙과 저질음란만화 유통, 단행본시장의 완전잠식 등은 향후 우려되는 문제들이다.

1997년 발행된 우리나라 만화단행본은 총 1천8백만권. 그 중 70%가 일본만화 번역본이다. 일본만화는 지난 1946년 신문만화 〈사자에상〉 이후 〈캔디캔디〉, 〈허리케인 조〉, 〈슬램덩크〉 등으로 한국시장을 초토화했다. 현재는 〈바람의 검심〉(와츠키 노부히로), 〈소년탐정 김전일〉(사토오 후미야) 등이 상륙채비를 갖추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일본만화잡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잡지 〈소년챔프〉는 최고 650만부를 찍었고, 현재도 400만부는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아동잡지 〈아이큐점프〉의 경우 30만부가 역대 최고부수다. IMF체제 이후 10만 부 이상 팔리는 한국만화잡지는 한 권도 없다.

일본만화의 경쟁력은 그림보다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아이큐점프 편집자 이재식 씨는 “단순한 소재로 별스런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는 탄복할 만하다”고 말한다. 만화스토리 작가가 못돼서 시나리오작가가 됐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노년층을 위한 「실버만화」가 있을 정도로 연령별로 특화된 것도 일본만화의 강점이다. 성인만화의 경우 일본에서도 특별위원회를 설치, 규제에 나섰을 정도로 동성애나 성기묘사 등이 노골적이어서 불법복제가 우려된다.

〈京鄕新聞〉, 1998年 10月 21日

“당장에는 큰 변화 없을 것” - 관련업계 반응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 영화계와 만화계는 예견했던 일로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업계는 오히려 일본 저질문화 유입의 방지책 수립과 국내 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영화감독 박철수씨는 “우수작품을 먼저 개방하겠다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일본 배우를 출연시켜 일본어로 제작한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씨 원작의 〈가족시네마〉를 국내에서 상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는 일본의 로망 포르노 V 시네마 성인용 애니메이션 등 에로물에 대항키 위해서는 규제를 통해 억압해놓은 우리 성인영화 시장의 양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화제작자 이태원씨(태흥영화사 대표)는 “우리 관객도 좋은 일본영화를 볼 권리가 있다”며 “일본의 B급 영화 수입과정에서 우리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화개방과 관련, 김수정씨(주식회사 「둘리」 대표)는 “일본만화가 국내 만화시장의 35~40%를 점유한 상황”이라며 “작품성 있는 일본만화가 출판되기를 희망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씨는 “만화 창작인의 상상력을 제한해왔던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당국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만화가들의 아이디어를 고양시킨다면 우리 만화의 일본 수출도 멀지 않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재국씨(도서출판 시공사 대표)는 “지금껏 일본 대중문화를 통제해온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었다”며 “초반에는 시장이 잠식되는 등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점차 문화수준과 상품의 질을 높여 극복해 나갈 것”으로 예견했다. 그러나 그는 “음란⋅폭력적인 성인물에 대해선 철저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대중문화에 정통한 영화감독 이규형씨(〈J.J가 온다〉의 저자)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자주적으로 받아들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우리 문화산업도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일본은 당장 팔만한 상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뛰어난 문화적 감각을 지닌 한국인은 일본의 영향을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산업학회, 『문화산업연구』 제6권 제1호, 2006

이 사료는 1998년 10월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한 이후 한국 문화에 끼친 영향, 각계 각층의 반응 등을 주제로 보도된 신문과 잡지 기사이다. 일본 문화의 개방은 1998년 4월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두려움 없이 임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비롯되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계속 봉쇄해 온 일본 대중문화 유입을 허용하고자 한 것이다. 같은 해 5월 정부 당국은 한일문화교류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10여 차례 논의하였다. 그리고 문화관광부 관계국이 그 논의 결과에 대해 협의한 뒤 단계적 개방 방침을 마련하였다. 1998년 10월 8일 한⋅일 양국 정상 간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이 발표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대중문화를 ‘단계적이되 상당한 속도’로 개방할 방침을 천명하였다.

1998년 10월 20일 일본 대중문화가 최초로 개방되었다. 이때 한⋅일 공동 제작 영화와 일본 배우가 출연한 한국 영화, 4대 국제영화제 수상작, 일본어판 만화와 만화 잡지가 개방되었다. 1999년 9월 2일 일본 대중문화가 두 번째로 개방되었다. 이때 정부가 공인하는 국제영화제(총 70여 개) 수상작과 ‘전체 관람가’ 영화(애니메이션은 제외), 2,000석 이하 규모인 실내에서의 대중가수 공연이 개방되었다. 2000년 6월 27일 3차 개방 때는 ‘12세 및 15세 관람가’ 등급 영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모든 규모의 대중가수 공연, 일본어 가창을 제외한 나머지 음반, 게임기용 비디오 게임을 제외한 게임물이 개방되었다.

2001년 7월 12일 한국 정부는 일본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일본 대중문화 추가 개방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 축구 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된 뒤 추가 개방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2003년 6월 7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해 일본 대중문화 개방 확대’를 천명하였다. 같은 해 9월 16일 영화⋅음반⋅게임 분야를 완전 개방하는 4차 개방이 이루어졌다.

2000년 3차 개방 이후 일본에서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쉬리」와 「엽기적인 그녀」가 흥행했고, TV 드라마 「겨울연가」는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극중 무대를 여행하는 관광 상품까지 만들어졌다.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국사편찬위원회의 공식적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저서
『일본 대중문화 유통실태 및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 이흥재, 한국문화정책개발원, 1998.
『일본 대중문화 개방 영향분석 및 대응방안』, 조현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03.
편저
『일본 대중문화 개방정책의 심사분석』, 이흥재⋅김휴종, 한국문화정책개발원,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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