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1장 기생의 삶과 생활1. 유래와 연원

기생의 유래

기생은 고려와 조선조에 관청에 소속되어 가무(歌舞)와 악기 연주 그리고 성적인 접대의 업무를 담당하던 천인으로 사치 노비(奢侈奴婢)였다. 그들의 가장 큰 업무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악기와 가무를 익혀 각종 연회의 흥을 돋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적인 것을 포함하여 상대 남성을 접대하는 것이었다.

기생과 함께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 용어는 대단히 많았다. 먼저 관기(官妓)라는 표현은 관에 소속된 기생이라는 측면에서, 여기(女妓) 또는 기녀(妓女)라는 표현은 여자 기생이라는 측면에서 기생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1)

기생이 가진 특정한 역할이나 기능을 강조하고자 할 때 적절하게 활용한 용어들이 있었다. 예컨대 노래 잘하는 기생은 가기(歌妓)나 성기(聲妓), 춤을 잘 추는 기생은 무기(舞妓), 가야금을 잘 타는 기생은 금기(琴妓), 예술적 재능을 강조할 때는 예기(藝妓), 시를 잘 짓는 기생은 시기(詩妓), 의로운 행위를 하였을 때는 의기(義妓), 절개를 지킨 기생은 절기(節妓), 수청의 역할을 강조할 때는 수청기(守廳妓), 방직의 역할을 강조할 때는 방기(房妓), 성적 접대의 의미를 강조해서 사용할 때는 창기(娼妓) 등의 표현이 그러한 것들이다.

<기생>   
19세기에 그린 기생의 모습이다. 기생은 관청에 소속되어 가무와 악기 연주 그리고 성적인 접대 업무를 담당하던 천인이었다.

어린 기생은 동기(童妓) 또는 소기(少妓), 늙은 기생은 노기(老妓), 퇴역한 기생은 퇴기(退妓)라 하였고, 우두머리 기생은 행수기(行首妓), 서울 기생은 경기(京妓), 지방 기생은 향기(鄕妓)로 구분하였으며, 향기로서 서울로 뽑혀온 기생은 선상기(選上妓), 사랑하는 기생은 애기(愛妓), 아름다운 기생은 미기(美妓), 이름이 난 뛰어난 기생은 명기(名妓)라 하였다.

그 밖에 여악(女樂)은 음악을 하는 기생을 가리켰고, 주탕(酒湯)은 용모가 뛰어난 관비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기생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혼용하였다. 해어화(解語花)는 말을 아는 꽃이라는 의미로 역시 기생을 지칭하는 용어로 많이 쓰였으며, 노류장화(路柳墻花)도 누구나 취할 수 있는 처지를 빗대어 기생을 지칭하였다.

약방 기생(藥房妓生)은 내의원이나 혜민서 소속의 의녀를 가리키는 말로, 그들 역시 기생의 업무를 겸한 경우가 많아 붙인 표현이다. 상방 기생(尙房妓生)은 상의원(尙衣院)의 침선비(針線婢)를 가리키는 말로, 역시 기생 업무를 겸한 경우가 많아 일컬은 말이다.

[필자] 우인수
1)禹仁秀, 「朝鮮王朝妓生の管理體系とその流出の樣相」, 『東洋文化硏究』 9, 日本 學習院大學 東洋文化硏究所, 2007. 이 글은 이 논문을 참고하여 서술하였다. 한편, 관기의 개념에 대해서 최근 정연식은 관기는 경기(京妓)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지방 관아에 소속된 기생을 가리키는 개념이라고 주장하였다.(정연식, 「조선시대 기역(妓役)의 실태」, 『국사관 논총』 107, 국사 편찬 위원회, 2005, 42∼44쪽) 하지만 경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는 외방기(外方妓)나 향기(鄕妓)라는 더 적확한 표현이 있었고, 관기가 딱히 지방 관아의 기생만을 가리킨 개념이라는 명확한 사례는 없어서 여기서는 기존의 통념에 따라 관에 소속된 기생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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