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사 제5장 왕실 행사와 전례 음악3. 왕실 행사의 음악 기록

왕실 행사의 기록, 오례서

왕실 행사의 시행 절차를 기록한 것을 의주(儀註)라 한다. 조선시대에 만든 국가 전례서는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의 오례로 구분하여 각종 행사의 의주를 기록하였다. 세종대의 의례를 기록한 『세종실록오례』가 조선시대에 가장 처음 나온 오례서이고, 성종대의 『국조오례의』와 『국조오례서례』, 영조대의 『국조속오례의』·『국조속오례의서례(國朝續五禮儀序禮)』·『국조속오례의보(國朝續五禮儀補)』·『국조속오례의보서례(國朝續五禮儀補序禮)』와 흉례만을 기록한 『국조상례보편』, 정조대의 『국조오례통편(國朝五禮通編)』·『춘관통고(春官通考)』, 고종대의 『대한예전(大韓禮典)』 등은 왕실에서 행한 각종 의례의 상세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실록오례』는 조선시대에 나온 오례에 관한 첫 기록이라는 의미가 있다.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의 오례 체재로 되어 있는데, 도설(圖說)과 배반도(排班圖)까지 갖추어 조선 전기에 집약된 오례의에 관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오례 중에서 연행되는 악·가·무에 관련한 내용도 참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편찬된 『세종실록악보』는178) 『세종실록』 권136 부터 권147에 걸쳐 수록되어 있는 악보로, 주희(朱熹)의 「의례경전통해시악(儀禮經傳通解詩樂)」에 있는 음악과 원나라의 임우가 만든 몇몇 곡을 제외하고는 주로 세종대의 음악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권136과 권137은 아악보(雅樂譜)이고 권147은 악장이다. 기보법(記譜法)은 일부의 율자보(律字譜)와 세종이 창안한 정간보(井間譜)를 사용하였다. 세종대의 정간보는 악보의 1행(行)을 32정간(井間)으로 나누고 정간 안에는 율자보로 기록하였다. 『세종실록악보』는 정간보로 기록한 최초의 악보라는 점과 당시에 연주되었던 새로 만든 악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세종실록악보』>   
『세종실록악보』 권140의 치화평보(致和平譜)이다. 『세종실록악보』는 세종이 창안한 정간보로 기록한 최초의 악보이며, 당시 연주되었던 새로 만든 악보를 담고 있다.

『국조오례의』는 세종대에 편찬을 착수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한 채 세조대까지 이어졌지만 여전히 탈고하지 못하다가 1474년(성종 5) 신숙주(申叔舟), 정척(鄭陟) 등이 완성하여 조선 왕조의 기본 예식이 된 오례서이다. 『세종실록오례』보다 훨씬 상세하며, 『두씨통전(杜氏通典)』을 모방하고 명나라의 『중조제사직장(中朝諸司職掌)』·『홍무예제(洪武禮制)』·『주례(周禮)』·『의례(儀禮)』 등에 수록된 중국의 예제는 물론 고려시대에 편찬된 『고금상정례(古今詳定禮)』 같은 문헌을 기초로 편찬한 것으로 오례에 해당하는 국가 전례에서 쓰는 악·가·무 관련 기록을 다량 수록하고 있다.

『국조오례서례』는 오례를 행할 때 필요한 참고 사항을 도설과 함께 기록한 것으로 『국조오례의』가 편찬된 해에 완성되었다. 『국조오례의』와 마찬가지로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의 순서로 되어 있는데, 도설과 함께 서술하고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 음악과 관련된 도설로는 각 악기의 그림, 악현도(樂懸圖), 일무도(佾舞圖) 등이 상세하다.

<『국조오례서례』의 악기도설>   
『국조오례서례』 권1의 아부악기도설(雅部樂器圖說)이다. 『국조오례서례』는 오례를 행할 때 필요한 사항을 도설과 함께 서술하여 유용한데, 음악과 관련된 도설로는 악기도설, 악현도, 일무도 등이 상세하다.

1744년(영조 20)에 간행된 『국조속오례의』와 『국조속오례의서례』는 『국조오례의』의 내용 중 시대의 변천에 따라 첨삭해야 할 부분을 수정하여 편찬한 국가 전례서이다. 『국조속오례의』는 성종대에 편찬된 『국조오례의』를 기본으로 하였지만, 오례를 시행해 가는 과정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것, 또는 제도로서 알맞지 못한 것이나 속화(俗化)하여 그대로 따를 수 없는 것 등을 고쳐 만들었다. 『국조속오례의서례』에서는 『국조오례의』와 비교하여 명목(名目)과 의절(儀節)의 변화가 있는 경우, ‘고이(考異)’라는 편(編)에 따로 기록하여 변화 양상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두 전례서는 영조대의 국가 전례에서 사용되는 악·가·무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주요 자료이다.

영조가 『국조속오례의』를 편찬한 목적은 어제 서문(御製序文)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대개 예란 천리(天理)의 절문(節文)이요 인사(人事)의 의칙(儀則)이다. 예로부터 나라가 있으면 법제가 있었다. 삼대(三代)의 손익(損益)과 한당(漢唐)의 연혁(沿革)은 각각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이니 이것이 시왕(時王)의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문헌은 영묘(英廟) 이후로 찬연하게 구비되었다. 『오례의』와 『경국대전』은 곧 우리 성조(聖祖)께서 명하여 찬(撰)한 것이다. 금과 옥조(金科玉條)가 상세히 갖추어 있었지만, 세대가 오래되자 고례(古禮)가 허물어지고 해이하게 되었다. 이는 제도의 잘못이 아니라 말세의 풍속에 따라 시행치 않았기 때문이다. …… 비록 그렇더라도 그 가운데 혹 고금(古今)이 같지 아니한 것, 명목의 차이가 있는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사정(思政), 선정(宣政), 인정(仁政)의 유가 그것이다. 이에 예조의 신하에게 명하여 자료를 모아 책을 만들게 하여 이름을 『속오례의』라 하였다. …… 아! 삼대의 고례를 회복하고 한당의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은 것이다.179)

이 글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삼대의 고례이다. 영조는 자신이 요순(堯舜) 같은 성군(聖君)이 되고자 하였고, 요순시대의 정치, 즉 가장 잘 다스려진 시대의 정치를 자신이 직접 행하고자 하였다. 자연스럽게 ‘삼대’는 영조의 정치적 지향으로 자리하였고 삼대에 펼쳐진 ‘고례’는 영조가 구현하고자 하는 의례의 전범이 되었으며, 영조대에 편찬되는 오례서에 그러한 맥락이 강조, 반영되었다.

『국조속오례의보』와 『국조속오례의보서례』는 1744년에 만든 두 국가 전례서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완하여 1751년(영조 27)에 신만(申晩)이 중심이 되어 편찬하였다. 특히 영조 후반의 국가 전례에 세자와 세손이 수종(隨從)하는 의례가 많아지면서 그에 맞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고, 영조 자신이 친행하는 의례가 일부 더 추가되었다. 조선 후기 국가 전례의 정비는 영조대에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이때 만든 국가 전례서는 조선시대의 정치·사회·문화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자 영조대 국가 전례 정비의 현황을 잘 알려 주는 근거 자료가 된다. 그 밖에 상례(喪禮)의 내용을 종합한 『국조상례보편』이 1758년(영조 34)에 중요한 국가 전례서의 하나로 편찬되었다.

『춘관통고』는 『오례의통편(五禮儀通編)』을 저본으로 만든, 조선 후기의 가장 방대한 전례서로 1788년(정조 12)에 찬정(撰定)되었다. 『춘관통고』의 문목(問目) 분류와 배열은 『대명집례(大明集禮)』를 따랐고, 오례에 관한 항목이 무려 2,000여 조목에 달한다. 예조(춘관)가 담당하는 일에 관한 것이므로 『춘관통고』라 이름하였다. 『춘관통고』는 기존 전례서와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원의(原儀), 속의(續儀), 금의(今儀)의 구분을 확실히 하였다는 점이다. 원오례의(原五禮儀), 즉 『국조오례의』에 수록된 의례를 ‘원의’로, 『속오례의』를 ‘속의’로, 정조 당시 통행되는 의주를 ‘금의’로 칭하여 전장(典章)으로서 참고하기에 편리하도록 만들었다. 여타 오례의 계통의 전적과 마찬가지로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대한예전』은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위상이 변함에 따라 황제국의 위격에 맞는 국가 전례를 제정하고 시행하기 위해 만든 10권 10책의 전례서이다. 권1에는 황제즉위의(皇帝卽位儀)를 수록하였고, 권2∼9는 길례, 가례, 빈례, 군례, 흉례의 순으로 구성하였다. 황제의 위격에 맞는 호칭인 황제, 황후, 황태후, 황태자 등으로 호칭을 모두 바꾼 것으로부터 악현(樂懸)의 명칭이 헌가 대신 궁가(宮架)로 바뀐 점, 육일무 대신 팔일무를 쓰는 점, 황제의 위격에 맞는 의장과 복식 등의 변화가 보이는 점이 특징이다. 『대한예전』은 대한제국기 국가 전례에 수반된 음악 관련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이다.

[필자] 송지원
178)『세종실록악보(世宗實錄樂譜)』에 실려 있는 음악으로는 조회악(朝會樂), 제사악(祭祀樂), 『의례경전통해시악(儀禮經傳通解詩樂)』의 소아(小雅)·주남(周南)·국풍(國風), 임우(林宇)의 『대성악보(大成樂譜)』, 정대업(定大業)(15곡), 보태평(保太平)(11곡), 발상(發祥)(11곡), 봉래의(鳳來儀)(전인자(前引子)), 여민락(與民樂), 치화평(致和平), 취풍형(醉豊亨), 후인자(後引子), 봉황음(鳳凰吟), 만전춘(滿殿春), 사직악장(社稷樂章), 종묘악장(宗廟樂章), 풍운뢰우산천성황악장(風雲雷雨山川城隍樂章), 선농악장(先農樂章), 선잠악장(先蠶樂章), 우사악장(雩祀樂章), 문선왕석전악장(文宣王釋奠樂章), 둑제악장(纛祭樂章), 문소전악장(文昭殿樂章),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등이 있다.
179)『국조속오례의(國朝續五禮儀)』, 어제속오례의서(御製續五禮儀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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