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도구재료와 인공흔적
구석기시대 동안 돌을 가지고 도구로 제작하는 방법은 다양한 편인데 돌을 갈아서 도구로 다듬는 방법은 이 시기 동안 개발되지 않았으며 여러 가지의 방법으로 돌을 깨트려내거나 압력을 가하여 떼어내는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물론 석기만이 도구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인류의 출현 이래 혹은 인류 이전의 단계에서부터 나무를 도구로 사용하거나 제작하였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이러한 도구가 인류의 초기단계의 유적에 남아 있는 경우가 없다. 특히 뼈나 뿔을 이용한 골각기들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Raymond Dart교수에 의해 제기된 바 있으나 그 동안의 유적형성과정과 화석학적인 연구의 결과 인위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보편적이다.004)
구석기시대 초기에 유기물도구의 존재의 가능성이 어떻든 간에, 구석기시대의 전반을 통하여 고인류가 도구를 제작하는 주요한 재료로 이용한 것은 돌을 보편적으로 사용하였으며 유기물로는 나무·뼈 그리고 뿔 등이 재료로 이용되었다. 돌은 주변에서 흔히 있는 종류의 돌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지만 인류의 진화와 함께 좋은 석재를 구하기 위해 장거리탐사를 하는 경우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플린트가 주요한 석재가 되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硅岩이나 화산암 등이 많이 사용되었으며 이러한 종류와 함께 흑요석이나 쳐트 종류의 치밀한 입자를 가진 것들이 전세계에 보편적으로 선호되었다. 石英岩도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된 석재인데 특히 동아시아의 구석기유적에서 흔히 보이는 석재이다. 한반도내에서는 전기나 중기, 즉 시기가 올라가는 유적에서는 규질암이나 석영암들로 만들어진 석기가 보편적인 반면 후기 구석기가 되면 밀도가 치밀하고 고른 석재를 선택하는 경향을 볼 수 있으며 흑요석이 장거리 운반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수성퇴적암류인 泥岩이나 頁岩 등이 돌날(石刃, blade)석기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초의 석기사용은 아마도 자연적으로 깨어진 날카로운 돌을 이용한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우연히 일회적으로 이용한 석재일 경우에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날과 그 구별이 지극히 어렵다. 석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닌지는 물론 석기에 남아 있는 가공의 정도 그리고 그 가공의 정도에서 읽어낼 수 있는 규칙성이 주요한 근거가 되지만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변형과 거의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흔히 있다. 석기의 판정에 가장 중요한 단서는 그 석기가 발견된 상황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설령 자연석이라고 하더라도 유적내에 존재한다면 석기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많은 것이며 이를 흔히 사용석재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지층에서 어떠한 물건들과 함께 출토되는지, 그리고 인위적으로 가공 또는 운반된 증거들이 있는지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가 석기의 판정에 중요한 관건이라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자연적으로 깨어진 흔적들보다는 인위적으로 가공된 박편흔이 박리각이 크고, 또한 박리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인위적인 가공의 유무에 대해서는 석기뿐 아니라 骨器에 대하여서도 많은 논란이 있다. 갈아서 만드는 기법이 도입된 신석기와는 달리 구석기시대에는 타격에 의한 가공으로 골기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골기에 보이는 변형이 자연적, 즉 다른 동물이나 지질적인 과정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인위적으로 가공된 것인지에 대한 판정이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골기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골각기문화설(Oesteo-dontokeratic culture)이 제기된 바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동관진유적에서 출토된 뼈들이 가공된 것이라고 주장된 이래 꾸준히 골각기의 존재가 구석기시대 도구연구에 있어서 주요한 테마가 되어 왔다. 근래의 서구의 골각기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흔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 많은 유물들이 단순히 지질학적인 변형이거나 동일한 지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다른 종류의 동물들, 즉 하이에나 또는 개과의 짐승들에 의해서 채집되고 변형된 것들이라는 것이 유적형성연구의 최근 성과로 밝혀지고 있다.005) 그래서 골각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증거가 없으면 바로 인위적인 것으로 판정하는 데는 많은 어려운 점이 있다.
004) | Brain, C. K., The Hunters or the Hunted.:An Introduction to African Cave Taphonom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19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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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 Behrensmeyer, A. K., The taphonomy and paleoecology of Plio-Pleistocene vertebrate assemblages of Lake Rudolf. Kenya, Bulletin of the Museum of Comparative Zoology 146-10, 1975, pp. 473∼578. |